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전례가 있다. 과거 대통령들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순간을 되짚어봤다.
1995년 12월 3일 새벽, 경남 합천 고향 마을에서 사전구속영장이 집행돼 검찰 수사관에게 연행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아DB]
1995년 12월 3일 새벽. 군 형법상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로 향하는 검찰의 호송용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 교도소까지는 300여㎞에 이르는 먼 길이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상 수갑을 채우진 않았지만 육중한 체격의 검찰 수사관들이 양 옆에서 그의 팔짱을 꼈다. 전 전 대통령은 호송차 뒷좌석에 끼여 앉은 채 교도소로 압송됐다.
그 해 11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앞세워 5·18 특별법 제정을 주도했고, 12·12 쿠데타에 대한 단죄에 나섰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던 검찰은 특별법에 따라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연희동으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본이 보낸 소환장이 도착했다.
검찰 조사에 반발하던 전 전 대통령은 2일 오전 9시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측근들과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 합천으로 내려갔다. 고향의 선영에 성묘를 간다는 게 이유였다. 검찰의 추적 또한 만만치 않았다. 2일 밤 전격적으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 받은 검찰은 영장집행을 위해 서울지검 1차장과 수사관들을 합천으로 급파했다. 실탄을 갖고 있는 전 전 대통령 경호원들은 경찰이 무장해제를 시키기로 했다.
전 전 대통령은 고향 마을 5촌 조카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집 앞을 막아선 지지자들은 욕설과 함께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았다. 경찰이 확성기를 통해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범법행위”라며 협조를 당부했고, 수사관들은 가까스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3일 오전 6시. 체념한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집 밖으로 나온 전 전 대통령은 수사관들과 함께 호송차에 올랐다. 검찰은 일반 호송차로 사용하던 소형차 대신 중형차를 준비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였다. 장거리 압송에 대비한 소변용 깡통도 준비했다. 검찰 차량을 뒤따르는 취재진의 보도경쟁, 혹시 모를 지지자들과의 충돌 등을 우려해 휴게소에 멈추지 않고 교도소까지 직행하기로 한 계획 때문이었다. 중간에 화장실에 들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전 전 대통령에게 수사관들이 미리 준비한 깡통을 내밀자 그는 “내가 어떻게 여기에 오줌을 쌀 수 있느냐”고 거절했다고 한다. 4시간 넘게 쉬지 않고 달린 호송차는 오전 10시 반경 안양교도소에 도착했고, 그는 구속 수감됐다.
● 영장실질 거부한 李, 눈물 흘린 朴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최근 사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10여 가지 혐의로 2018년 3월 23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거부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서류 검토만으로 구속 결정을 내렸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하던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동부구치소로 이송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 1년쯤 전인 2017년 3월 31일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은 같은 달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고,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전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8시간 40분에 걸친 심문 과정에서는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 오신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 들어가기 직전 한참 동안 선채로 눈물을 쏟았고, 교도관들이 박 전 대통령을 설득해 방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고 한다.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동아DB]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23일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구속 6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수갑과 포승줄 없이 호송차에서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날짜도 5월 23일로 똑같았다. 그러나 1년 전 박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같은 법원, 같은 법정에 들어섰던 모습과는 달랐다.
수갑을 박 전 대통령은 차고 이 전 대통령은 안 찬 까닭은 무엇일까. 교정당국은 차별 대우가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직전인 2018년 4월 개정된 수용 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지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여성 등은 구치소장의 허가 하에 법정 출석 시 수갑이나 포승을 하지 않을 수 있고, 당시 77세 였던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장의 허가 하에 수갑과 포승줄을 하지 않고 출석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