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문항은 일종의 논술이다. 자기주장을 펴고 대학 측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저는 머리가 나쁩니다. 시험 전에 친구가 물어봐서 가르쳐줬는데, 정작 시험에서 친구는 그 문제를 맞히고 저는 틀렸습니다. 중학교 때도 그런 일이 많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시험 볼 때마다 그랬습니다. 화가 날 때도 있었고 내 스스로가 슬플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 담임선생님은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공부 방법이 나쁘다고 조언…’이라고 시작된다. 자신의 단점과 장점을 솔직하게 밝힌 잘 쓴 자기소개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렇게 첫 문장부터 머리가 나쁘다고 해도 되느냐?”고 묻는다.
지금 고3 교실은 자기소개서로, 교무실은 추천서로 초비상이다. 자기소개서 쓰는 시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공부를 하겠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을 포기하는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의 사정을 감안해 한양대는 아예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는다. 대입에서 자기소개서는 수험생의 특별한 이력을 내세울 수 있는 기회, 반대로 자신의 부정적 내용을 소명할 수 있는 기회다. 정상적이고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한 수험생이라면 자기소개서는 볼 필요도 없다고 대학은 말한다. 내용이 모두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사실 수시전형에서 자기소개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그러나 수험생 처지에서는 다르다. 서류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학교생활기록부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원서를 내는 시점에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은 자기소개서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자녀의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첫째, 학교생활기록부를 읽자! 자녀가 3년간 공부하고 활동한 내용이 모두 기록돼 있다. 가장 기특한 것에, 가장 아쉬운 것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자. 그러다 보면 자녀의 역량이 보인다. 자기소개서에 그 내용이 담겨야 한다.
둘째, 충성도를 점검하자! 어떤 학생이 서울대 일반전형 자기소개서를 일부만 수정해 다른 대학에 냈다. 이 학생은 1차 서류전형에서 서울대에 합격했지만 다른 대학에서는 떨어졌다. 이변일까. 아니다! 서울대와 그 대학의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자주 있는 일이다.
셋째, 진실성을 점검하자! 자기소개서는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지 자랑하는 글이 아니다. 거만하면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그 대학에 지원하는 겸손함과 전공학과에 대한 깊은 관심을 적어야 한다.
넷째, 묻는 것에 답했는지 점검하자! 자기소개서 문항은 일종의 논술 문제다. 자기주장을 대학 측이 이해하고 수용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이 묻는 말에 성실히 답변하고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다섯째, 고쳐주지 말자! 학생이 필자에게 자기소개서를 봐달라고 들고 오면 한 단락씩 읽어가며 느낌만 이야기해준다.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지시하면 글이 오히려 망가진다. 학생 스스로 문제점을 이해하고 고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녀와 같은 팀이 되자! 대학 입시는 집 안팎에서 가장 큰일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큰일 앞에서는 아버지와 자녀가 서로 격려하며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와 의견이 다르다 해도 꼭 함께 가자. 비평하지도 평가하지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