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서초R&D캠퍼스는 여느 대기업과 다른 업무환경을 제공한다. 임직원이 서서 일할 수 있도록 책상을 높이 설치한 것. 트레드밀도 들여놓아 운동하며 사무를 보는 직원도 있다. 엄위상 LG전자 소프트웨어 역량강화센터 수석연구원은 2년째 이런 업무환경을 고수 중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 고수들을 팔로하는데 ‘서서 일하니 집중력도 좋아지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글을 보고 따라 해봤다. 걸으면서 일하니 산책하면서 개발하는 셈인데 그 덕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엄 연구원이 속한 팀은 직원 대부분이 서서 일한다. 직원들이 함께 코딩을 하는 등 두 명 이상이 모니터를 봐야 할 경우를 대비해 ‘페어 프로그래밍(Pair Programming) 책상’이라는 키 높이 책상도 구비했다.
웹 개발업체 이노엠의 주형진 대표는 올해 초 1만 원짜리 탁자를 하나 샀다. 서서 일하기의 장점을 체험하려고 기존 책상 위에 탁자를 올렸다. 하루 8시간 근무 중 20~30분만 제외하고 서서 일한 지 10개월, 그는 “지난 3년 중 요즘 업무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점심식사 후에도 졸리지 않고 긴장 상태를 유지해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고, 배와 다리가 탄탄해졌으며, 소화 기능이 개선돼 오랜 변비도 사라졌다. 따로 운동하지 않았어도 서서 일하는 동안 자연스레 발을 움직이게 돼 3개월 만에 체중 2kg이 줄었다.
IT(정보기술)업계,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서서 일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흐름을 주도한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 장시간 개인용 컴퓨터(PC) 앞에 앉아 노동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없애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실천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2011년부터 높이조절용 책상을 원하는 직원에게 제공해왔는데,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도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면서 일한다고 전해진다.
실리콘밸리와 북유럽에서 시작
서서 일하기는 ‘장시간 앉아 있을수록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낳은 새로운 사무실 문화다.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 우울증, 비만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고 한다. 미국암학회 선임연구원 알파 파텔 박사 연구진은 1993년부터 2006년까지 12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서 일하는 여성의 사망률은 하루 3시간 미만 앉아서 일하는 여성에 비해 약 40% 높고, 남성의 경우 20%가량 높다”고 분석했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는 서서 일하기를 적극 권장한다. 특히 일부 학교와 관공서에서는 높이조절용 책상 사용이 의무다. 스웨덴 체육과학대는 학장을 비롯한 교수들이 책상을 높여 서서 일하는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김경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눕기, 서기, 앉기 순으로 척추에 부하가 점점 강하게 걸린다. 따라서 앉아 있을 때보다 서 있을 때 척추디스크 위험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 있으면 굳이 운동하지 않아도 하지 쪽 대퇴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골밀도나 근력 사용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칼로리 소모도 앉아 있을 때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서서 일하기가 건강뿐 아니라 창의적 업무와 팀워크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 올린 경영대 앤드루 나이트 교수 연구팀은 서서 진행하는 회의의 효율성과 참가자들이 회의에 느끼는 흥미 정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의자가 있는 방에서, 다른 그룹은 의자가 없는 방에서 회의를 하게 했다. 그 결과 서서 회의를 한 그룹의 구성원들이 더 많은 생리적 자극을 받고 창의적,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자세를 보였다. 나이트 교수는 “조직 구성원의 물리적 공간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일의 능력과 팀워크가 향상된다”며 의자를 빼고 서서 토론할 것을 권했다.
서서 일하기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높이조절용 책상에 대한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덴마크 책상 브랜드 CSED를 수입하는 씨엔에스테크 전병규 차장은 “제품 가격이 100만 원대로 높은데도 상반기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문의가 2~3배 늘었다”며 “고가다 보니 단체로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대학교수, 건축설계사, 기업 CEO 중심으로 주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체질에 맞게 시간 배분 중요
반면 서서 일하기가 불편할 때도 있다. 관절에 무리를 주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경우다. 서울의 한 이미지컨설팅 회사는 2012년부터 서서 일하기를 도입했는데, 직원 대부분이 30대 후반에서 40대인 여성이라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하나둘 늘었고 지금은 하루 2시간 이상 서서 일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또 주위 동료는 다 앉아 있는데 혼자만 서 있으면 눈치가 보여 업무에 집중이 안 된다는 직원도 있다.
온종일 서 있는 직업군이라면 앉아 있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게 중요하다. 미용사, 계산원, 바리스타 등 계속 서서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하지정맥류가 자주 발생한다. 임신한 여성이라면 하체에 과부하가 와 더욱 위험하다. 김경수 교수는 “한 시간에 한 번씩 스트레칭을 하거나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지, 서 있는 게 건강과 업무 효율성에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업무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먼저 자기 상황에 맞게 서 있는 시간과 앉아 있는 시간을 분배하기를 권한다. 사람마다 서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바빠도 한 시간 앉아 있었다면 5분 정도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 걷거나 의자에 앉아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다리 관절에 무리를 주는 하이힐이나 딱딱한 구두는 금물이며, 혈액순환이 잘 되게 푹신한 신발을 신거나 발바닥을 부드럽게 지압할 수 있는 매트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높이조절용 책상을 살 때도 유의할 점이 있다. 높이를 손으로 조절하는 수동형과 전동으로 조절하는 자동형이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 자동형은 모터 성능이 중요하다. 오래 쓰는 물건인 만큼 신뢰가 가는 회사에서 제조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또한 노트북PC, 책 같은 물건을 책상에 얼마나 올려놓는지 등 평소 생활습관을 고려해 책상을 골라야 한다.
웹 개발업체 이노엠의 주형진 대표는 올해 초 1만 원짜리 탁자를 하나 샀다. 서서 일하기의 장점을 체험하려고 기존 책상 위에 탁자를 올렸다. 하루 8시간 근무 중 20~30분만 제외하고 서서 일한 지 10개월, 그는 “지난 3년 중 요즘 업무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점심식사 후에도 졸리지 않고 긴장 상태를 유지해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고, 배와 다리가 탄탄해졌으며, 소화 기능이 개선돼 오랜 변비도 사라졌다. 따로 운동하지 않았어도 서서 일하는 동안 자연스레 발을 움직이게 돼 3개월 만에 체중 2kg이 줄었다.
IT(정보기술)업계,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서서 일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흐름을 주도한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 장시간 개인용 컴퓨터(PC) 앞에 앉아 노동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없애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실천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2011년부터 높이조절용 책상을 원하는 직원에게 제공해왔는데,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도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면서 일한다고 전해진다.
실리콘밸리와 북유럽에서 시작
서서 일하기는 ‘장시간 앉아 있을수록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낳은 새로운 사무실 문화다.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 우울증, 비만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고 한다. 미국암학회 선임연구원 알파 파텔 박사 연구진은 1993년부터 2006년까지 12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서 일하는 여성의 사망률은 하루 3시간 미만 앉아서 일하는 여성에 비해 약 40% 높고, 남성의 경우 20%가량 높다”고 분석했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는 서서 일하기를 적극 권장한다. 특히 일부 학교와 관공서에서는 높이조절용 책상 사용이 의무다. 스웨덴 체육과학대는 학장을 비롯한 교수들이 책상을 높여 서서 일하는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김경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눕기, 서기, 앉기 순으로 척추에 부하가 점점 강하게 걸린다. 따라서 앉아 있을 때보다 서 있을 때 척추디스크 위험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 있으면 굳이 운동하지 않아도 하지 쪽 대퇴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골밀도나 근력 사용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칼로리 소모도 앉아 있을 때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서초R&D캠퍼스 직원이 서서 업무를 보고 있다(왼쪽). 울산시 중구 주민센터 직원이 높이조절용 책상을 이용하고 있다.
서서 일하기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높이조절용 책상에 대한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덴마크 책상 브랜드 CSED를 수입하는 씨엔에스테크 전병규 차장은 “제품 가격이 100만 원대로 높은데도 상반기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문의가 2~3배 늘었다”며 “고가다 보니 단체로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대학교수, 건축설계사, 기업 CEO 중심으로 주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체질에 맞게 시간 배분 중요
반면 서서 일하기가 불편할 때도 있다. 관절에 무리를 주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경우다. 서울의 한 이미지컨설팅 회사는 2012년부터 서서 일하기를 도입했는데, 직원 대부분이 30대 후반에서 40대인 여성이라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하나둘 늘었고 지금은 하루 2시간 이상 서서 일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또 주위 동료는 다 앉아 있는데 혼자만 서 있으면 눈치가 보여 업무에 집중이 안 된다는 직원도 있다.
온종일 서 있는 직업군이라면 앉아 있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게 중요하다. 미용사, 계산원, 바리스타 등 계속 서서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하지정맥류가 자주 발생한다. 임신한 여성이라면 하체에 과부하가 와 더욱 위험하다. 김경수 교수는 “한 시간에 한 번씩 스트레칭을 하거나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지, 서 있는 게 건강과 업무 효율성에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업무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먼저 자기 상황에 맞게 서 있는 시간과 앉아 있는 시간을 분배하기를 권한다. 사람마다 서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바빠도 한 시간 앉아 있었다면 5분 정도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 걷거나 의자에 앉아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다리 관절에 무리를 주는 하이힐이나 딱딱한 구두는 금물이며, 혈액순환이 잘 되게 푹신한 신발을 신거나 발바닥을 부드럽게 지압할 수 있는 매트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높이조절용 책상을 살 때도 유의할 점이 있다. 높이를 손으로 조절하는 수동형과 전동으로 조절하는 자동형이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 자동형은 모터 성능이 중요하다. 오래 쓰는 물건인 만큼 신뢰가 가는 회사에서 제조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또한 노트북PC, 책 같은 물건을 책상에 얼마나 올려놓는지 등 평소 생활습관을 고려해 책상을 골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