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4

..

두드려야 열리는 ‘샐러던트 박사’

일과 공부 병행은 고난의 길…일단 출발했으면 끝까지 밀어붙여야

  •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입력2014-02-10 13:5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두드려야 열리는 ‘샐러던트 박사’
    45.9%와 51.8%. 2012년 8월과 2013년 2월 국내 일반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1만2625명 가운데 학업에만 전념한 이와 직장생활을 병행한 이의 비율이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 통계). 이미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으면서도 별도로 박사과정을 밟는 이른바 ‘샐러던트’(Saladent·샐러리맨과 스튜던트의 합성어)가 전업학생보다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이제 한국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은 직장인이 전문성을 높이려고 밟아나가는 코스에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 쉬운 일은 아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주말 시간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하고, 중·장년 나이에 20대 학생들과 한 강의실에서 답안지를 작성하는 일도 불편한 게 사실이다. 사립대 대학원 연간 등록금이 평균 1000만 원을 넘어선 시대,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 당장 앞서 통계만 해도 6500명 넘는 이가 끝을 봤다지 않은가. 그 6500명 가운데 한 사람인 기자가 또 다른 갑남을녀 샐러던트들에게 물어물어 체득한 비법을 풀어놓고자 한다. 이름 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낭비 없이,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게 박사 되기’ 노하우다.

    CHAPTER 1 학위과정에 들어가기 전 체크리스트

    ① 왜 박사가 되려 하는가



    먼저 학위가 필요한 이유를 자문자답해보자.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만 명이 넘는 유학생이 외국에서 석·박사 공부를 하는 현실에서, 국내 박사학위만으로 대학교수가 되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박사가 된다고 ‘완전히 다른 인생’이 펼쳐질 공산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박사학위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금 몸담은 직종이나 직장에서 생존하는 데 학위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경우라면 도전할 만하다. 학위를 못 딴다 해도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전문지식이나 네트워크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리라는 것 역시 좋은 이유다.

    이 물음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어느 학교, 어느 학과에 갈 것인지라는 다음 질문으로 곧장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위 유무 자체만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쉽게 졸업할 수 있는 학교를 찾으면 되고, 해외 유학파와 경쟁하려는 목적이라면 해당 분야에서 높은 ‘이름값’을 가진 학교에 비집고 들어가야 할 것이다.

    ② 시간을 얼마나 투입할 수 있나

    공부는 결국 시간싸움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일주일에 6시간 이상은 수업을 들어야 하고,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에 쏟아지는 영어 논문과 교재를 읽고 발제하는 데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에서의 연말 업무와 대학원 2학기 기말 보고서가 겹치는 12월이면 크리스마스는 남의 일이려니 해야 한다. 일주일에 최소 20~30시간은 할애해야 진도를 따라가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직장이나 집과 가까운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겠지만, 여러 여건상 여의치 않을 공산이 크다. 아예 직장이나 학교 가까운 곳으로 집을 이사해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③ 학비는 오히려 많은 길이 있다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학비를 지원해준다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을 누리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어렵다 해도 생각보다 많은 샛길이 있다. 먼저 본인 교육비는 전액이 특별공제 대상이라 연말정산 환급금이 예상외로 크다. 연봉 5000만 원 내외인 직장인이 대학원 등록금 1000만 원을 공제받는다면 100만 원 이상 목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대학원에서 외부위탁을 받아 진행하는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장학금을 노릴 수도 있다. 전공에 따라서는 이러한 프로젝트 참여를 졸업요건으로 규정하는 일도 있고 본인 학위논문에 보탬이 될 수도 있으므로 무조건 마다할 일이 아니다. 전공이 대중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라면 학위논문을 추후 일반 서적으로 출판해 인세를 버는 일도 가능하다.

    CHAPTER 2 낭비 없는 코스워크 이수를 위한 팁

    ① 조교와 친해져라

    두드려야 열리는 ‘샐러던트 박사’

    2012년 8월 24일 서울 성균관대 후기 학위수여식 참석자 들이 학위모를 던지며 졸업을 자축하고 있다.

    직장인 학생은 흔히 ‘교수에게 잘 보여야 졸업이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수보다 더 긴요한 이가 바로 조교다. 어느 대학원, 어느 전공이든 학점이수와 졸업요건 등과 관련해 까다로운 내규가 있다. 강의 신청과 논문 작성 계획, 심사위원회 구성과 일정 등 시한에 맞춰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부지기수다. 놓치면 뒤늦게 수업을 추가로 듣거나 수료가 늦춰지는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과사무실에서 각종 서류작업을 담당하는 행정조교와 친해지면 이들 작업에 대해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새 학기에 꼭 들어야 하는 수업 정원이 거의 마감됐다는 식의 ‘고급정보’가 조교에게서 나온다. 가능하다면 수강하는 과목의 조교와도 친분을 쌓아두자. 전년도 기말시험 문제나 교수가 주안점을 두는 보고서 방향 같은 ‘족보’가 따라 나올 것이다.

    ② 학점교환제를 200% 활용하라

    직장인 학생의 가장 큰 고민은 꼭 듣고 싶은 수업이 업무 일정상 불가능한 시간에 잡히는 경우다. 불행하게도 이 과목은 십중팔구 이듬해에도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개설될 공산이 크다. 필요한 과목보다 수강 가능한 과목만 들으며 코스워크를 마치기엔 학비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때 눈여겨볼 게 학점교환제다. 적잖은 대학원이 교내 인접전공 대학원이나 근처 다른 학교에서 들은 수업을 이수학점에 포함해준다. 수강신청을 할 때 학점교환이 가능한 다른 학교나 대학원의 시간대를 함께 살펴보면 답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같은 교수가 비슷한 주제로 야간에 강의하는 대체과목을 찾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교환학점은 전체 이수학점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각 과 내규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기억해두자.

    ③ 업무와 학업의 공통분모를 최대화하라

    직장인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맡고 있는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려고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회사에서 쓴 보고서의 상당 부분이 학업에 고스란히 연결될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신규 기획 상품의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같은 주제의 파워포인트 회의 자료는 서술식으로 풀어쓰면 그대로 마케팅 관련 과목의 기말 보고서로도 손색없다. 물론 반대도 가능하다. 수업에서 익힌 분석기법이나 사례 연구를 회사 보고서에 반영하면 “역시 배운 티가 난다”는 칭찬이 돌아올 것이다. 물론 언제나 과유불급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샐러던트가 전업학생에 비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그동안 쌓아온 각종 자료와 현장경험이다. 학생은 접근하기 어려운 데이터베이스나 자료가 실무자에게는 무한대로 열려 있다. 역시 반대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외국 전자저널 열람 권한이나 도서관 자료는 당신의 업무 경쟁자가 갖지 못한 특권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전업학생은 존재조차 모르는 해당 분야 실무자가 당신의 업무 파트너일 수 있고, 직장동료는 접촉이 쉽지 않은 학계 전문가가 당신의 대학원 교수일 수도 있다. 양쪽의 자원과 인맥을 교차해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시너지 효과는 배가된다. 이것이야말로 당신이 대학원에 다녀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④ 학위논문을 염두에 두고 수업과 기말 보고서를 골라라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 학생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학위논문을 어떤 주제로 쓸지 입학 때부터 정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분야와 대상 정도는 염두에 두고 시작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기말 보고서를 묶으면 그대로 학위논문 얼개가 완성되도록 철저히 계획하는 방식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위해 필요한 작업의 양은 생각보다 방대하고 당신에게는 적잖은 재량권이 주어진다. 분야만 비슷하다면 20~30쪽의 기말 보고서를 매학기 2~3개씩 작성하느라 당신이 검토했던 수많은 자료와 쟁점은 학위논문의 이론 파트나 선행연구 부분을 작성하는 데 고스란히 활용될 수 있다.

    적잖은 대학원에서는 박사과정 졸업요건으로 학술저널 논문 게재를 의무화한다. 기말 보고서를 단순히 숙제라고 생각지 말고, 학술지에 투고할 만한 주제라고 판단되면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유도하는 수업이 있을 경우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학술지 기고는 나중에 신경 쓰겠다고 미뤄두면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당신은 그때도 바쁠 것이기 때문이다.

    CHAPTER 3 학위논문 쓰기, 단숨에 끝내려면

    ① 반드시, 꼭, 미루지 말고 논문을 쓰자

    두드려야 열리는 ‘샐러던트 박사’

    서울 소재 대학의 경영학 대학원 강의 모습.

    논문을 쓰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지만, 수료와 학위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박사과정은 강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것’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학위논문을 통해 그간의 공부를 집대성해야 투입한 돈과 시간이 비로소 제값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력서에 남는 무게도 완전히 다르다.

    직장인 학생이 업무와 관련 높은 학위논문을 쓴다면 십중팔구 시의성이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일단 수료해놓고 나중에 쓰겠다고 생각하면, 코스워크 기간에 들인 노력이나 축적한 자료는 쓸모없어지기 십상이다. 수업을 이수한 뒤 가급적 곧바로 논문작업에 돌입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② 작업 일정표를 만들자

    전공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수백 쪽 분량의 학위논문은 물리적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업무를 병행하며 논문을 쓴다면, 언제까지 초안을 완성하겠다는 시한을 정해놓고 장절별로 세부 시간표를 만들어 진도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다잡는 방법을 추천한다. 마감시한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직장인의 기본 자세 아닌가. 이번 주 쓴 논문 분량을 입력하면 전체 작업 진도율이 %로 계산되는 간단한 액셀 파일 일정표를 운용하면 효과 만점이다.

    논문 집필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따로 정해두는 것도 좋다. 매주 토요일, 혹은 매일 아침 7~9시 같은 식으로 논문 작성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공간도 중요하다. 사무실이나 집에서 논문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급한 업무는 언제나 튀어나오게 마련이고, 겨울올림픽 생중계 같은 유혹거리도 넘쳐난다. 학교 도서관과 친해지거나 안 되면 동네 독서실이라도 끊어라.

    ③ 지도교수를 최대한 괴롭히자

    두드려야 열리는 ‘샐러던트 박사’

    2011년 10월 박지성 선수(왼쪽)가 명지대 대학원 체육학과 석사학위 1차 논문심사를 받고 있다.

    직장인 학생 대부분은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지녔고, 따라서 자기 고집대로 논문 주제나 방향을 밀어붙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학위논문과 현장 전문성은 문법 자체가 다르다. 자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방법론이 학계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주제 설정과 목차를 정하는 단계부터 지도교수와 꼼꼼히 상의해야 하는 이유다.

    요즘 대학교수는 바쁘다. 그러니 당신의 논문 초안을 가정교사처럼 봐줄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라. 완성 단계에 이른 초안을 처음부터 고쳐써야 하는 낭패를 피하려면, 상사에게 결재받는 심정으로 논문 작업의 주요 지점에 지도교수의 승인을 받아두는 게 좋다. 각 장 초안이 완성될 때마다 e메일이나 출력본으로 제출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부지런한 교수라면 소중한 충고를 해줄 테고, 시간이 없는 교수라도 이미 자신이 ‘결재’한 내용을 추후 완성 단계에서 뒤집으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진다.

    ④ 순서대로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학위논문의 서론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본문 논의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개요와 목차가 명확히 정해졌다면, 가장 의욕적으로 쓸 수 있는 본문의 핵심 장절부터 채워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물길이 열리면 다른 장으로 뻗어나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논문의 핵심 주장이 완성되면 서론이나 결론은 자연스레 따라 나오게 마련이다.

    ⑤ 정보기술(IT)과 친해져라

    두드려야 열리는 ‘샐러던트 박사’

    기자가 박사학위 논문 작성과정 중에 활용한 서지관리 프로그램 엔드노트 화면. 익숙해지는 데 상당한 품이 들지만, 논문 각주와 참고문헌 작성 과정에서 몇 배의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다.

    당신의 컴퓨터에는 업무효율을 극대화하라고 회사에서 깔아준 값비싼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전업학생이 수작업으로 끙끙댈 통계작업이나 회귀분석 같은 일을 한두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다. 새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데 자신 있는 이라면 엔드노트(EndNote)나 레프워크스(RefWorks) 같은 서지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엄청난 시간을 잡아먹는 각주나 미주의 형식 맞추기 작업에 대한 고민이 상당 부분 해결된다. 최소한 하루 이틀은 투자해야 익숙해지겠지만, 논문 작업 말미 일주일 이상을 절약해줄 것이다.

    큰맘 먹고 샀지만 오락기로 전락한 태블릿PC가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본전을 뽑을 때다. 학교 도서관과 연동되는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의 저널 논문은 대부분 PDF 파일 형태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를 태블릿PC와 연동하면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다. 몇 달러만 결제하면 살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강력한 책갈피와 메모 기능을 제공한다. 논문과 참고서적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지 않아도 필요한 부분만 쏙쏙 뽑아 집필 중인 논문에 인용할 수 있다.

    ⑥ 논문심사, 겸손은 최고 미덕이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다. 그러나 예심과 본심, 결심이라는 각 단계는 만만치 않고, 이를 아무 수정 없이 통과하는 학생은 단언컨대 없다. 만만치 않은 현장경험을 가진 당신은 심사위원들의 지적에 하품이 나올지도 모른다. 본질과는 상관없는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은 간단하다. 그들이 ‘갑’이다.

    논문심사는 통과의례다. 학계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종의 절차라는 뜻이다. 스스로를 바짝 낮추는 자세로 경청하는 게 좋다. 논문 골간을 뒤흔들며 처음부터 다시 쓰라는 식의 문제제기는 철저히 방어해야 하지만(논문심사를 영어로 ‘defense’라고 부르는 이유다), 잠깐의 수고로 얼마든 수정할 수 있는 지적 사항은 기꺼운 마음으로 수용하라. 상사의 권위를 세워주면서 자기 의사도 관철하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매일 하는 일 아닌가.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어느 샌가 교수는 “축하하네, ○박사”라며 당신에게 악수를 건넬 것이다.



    교육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