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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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4.9등급도 상위권 대학 합격

‘수시의 달인’ 된 인천 숭덕여고 ‘맞춤식 진학지도’

  • 장옥경·해피올메이트 소장 writerjan@paran.com

    입력2010-01-21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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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신 4.9등급도 상위권 대학 합격

    최고의 대학 학격률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경애 교사(왼쪽). 그는 철저한 학생 관리가 합격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맞춤식 진학지도’로 전체 학생의 80%를 수시 전형에서 합격시킨 고등학교가 있어 화제다. 인천의 숭덕여고가 그 주인공. 3학년 학생 478명 중 377명이 수시 전형에서 합격했다.

    숭덕여고는 인천 남동구 만수2동 산비탈에 자리한다. 주변에서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진행 중이다. 경제적으로 잘사는 지역이 아니어서 사교육의 혜택을 받는 학생도 많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학교는 1지망 정원을 채우기 어려웠고,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1지망 지원자가 정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인기 학교가 됐다. 학교 배정에서 탈락하면 다른 지역으로 잠시 이사했다 전학 오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대체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05년부터 진학지도 개선

    “인천지역 내 중학교의 내신 0.2% 학생부터 98%까지 한 학년에 있을 만큼 학생 간 학력편차가 컸죠. 모의수능 성취도도 쉽게 오르질 않았습니다. 수능 4개 영역 중 2개 영역에서 2등급 이상이 나오는 학생이 한 반에 2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요. 그러다 보니 진학지도에 어려움이 많았죠. 진학지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판단하고 2005년부터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21년째 숭덕여고에서 근무하는 유성호 3학년 부장교사는 “대학별 입시 제도를 연구·분석한 후 학생들을 각각의 입시와 관련된 카테고리로 묶어 지도하는 ‘맞춤식 진학지도’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우수지역 학교에서는 내신 4~ 4.5등급이면 수도권 소재 대학에 진학합니다. 강남 학교의 경우 5등급까지도 가능하고요. 그런데 우리 학교 학생은 그 정도 내신이라면 지방 소재 대학밖에 갈 수 없는 실력이었죠.”

    이런 학업 실력으로는 정시에 승부를 걸 수 없다고 판단한 진학담당 교사들은 수시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10년 입시에서 서울대 4명, 연세대 8명, 고려대 5명, 이화여대 10명을 포함해 수시에서 377명의 합격생을 내는 성과를 거뒀다. 나머지는 수능성적이 좋아 정시를 공략하거나 예체능계 진학을 목표로 삼는 학생들로 이들의 진학률까지 더한다면, 이 학교의 대학진학률은 ‘명문’이라 일컫는 학교들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유 부장교사는 수시 입시 성공요소를 다음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발 빠른 입시 분석과 정보 공유, 교사들의 역할 분담이다. 매해 1월 중순 대학 입시가 마무리되면 교사들은 지난해 입시 결과를 수시와 정시로 나눠 분석해 책으로 만든다. 동시에 3학년 담임교사들은 지난해 수시 입시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학별로 논술, 적성, 입학사정관제, 면접 등 전담 분야를 나눠 각자 분야를 연구하고 공부한다. 이후 순차적으로 학부모 입시설명회, 3학년 전체 입시설명회, 최상위권반 입시설명회 등을 진행한다. 여름방학 때는 3학년 담임교사들의 진학지도 관련 집중 연수를 실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진학지도의 ‘달인’으로 거듭난다. 2008년과 2009년 고3 담임을 맡은 김경애 교사는 2009년 입시에서 학생 28명 중 27명을 수시에, 남은 1명을 정시에 합격시켜 학생들 사이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2010년 입시에서도 학생 35명 중 27명을 수시에 합격시켰다. 남은 8명은 정시와 예체능 시험을 앞두고 있다.

    “모든 교사가 진학지도 달인”

    둘째는 한발 앞선 학생관리다. 보통은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학교는 2월 중순에 시작한다. 3학년 담임교사들은 ‘졸업식’을 끝낸 이틀 뒤 바로 예비 고3 학생들을 맞이한다. 학급 임시반장을 뽑고, 번호를 정하고, 환경미화를 하면서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모든 3학년 담임교사는 봄방학에도 학교에 나와 학생들을 상담하고 신상카드 정리를 한다. 또 학년 전체 적성 모의고사 혹은 논술 모의고사를 실시해 맞춤식 진학지도의 틀을 마련한다. 휴식기인 2월 중순 이후가 3학년 담임교사들에겐 가장 바쁜 시기인 것.

    김경애 교사는 이때 수시 입시의 초석이 다져진다고 강조했다. 학생 개개인의 2년간 학생부를 꼼꼼히 살피는 것은 물론 철저한 상담으로 학생의 성적과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다고.

    “예를 들어 내신이 좋은 상위권 학생들은 심화 논술수업을 받으며 논술 전형을 준비 합니다. 또 4회 정도 실시하는 적성 모의고사 결과 내신 성적에 비해 적성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은 적성 전형을 준비하죠.”

    적성검사는 경기대, 홍익대, 숭실대, 가톨릭대, 인하대, 항공대, 광운대 등 서울 및 수도권 10여 개 대학에서 각각 언어, 수리 능력을 점수화해 학생 평가의 척도로 삼는 검사를 말한다. 60문항을 30분 안에 푸는 형식으로, 매우 빠른 두뇌회전이 필요하다. 문항별 배점은 2점. 처음 적성 검사지를 접한 학생들은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해 상당수 문제를 풀지 못한다. 하지만 반복해 연습하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10~20점 차이를 벌릴 수 있다. 적성검사에서 4~5문제만 잘 풀어도 내신 한 등급은 뒤집을 수 있다. 적성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2월부터 수시 전형까지 8~9개월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K학생의 경우, 3학년 1학기까지 내신 4.9등급, 수능 모의고사 평균 3.5~5.0이었다. 하지만 2월에 치른 교내 적성 모의고사에서 두 차례나 최상위권에 들었다. 그는 학기 초 담임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적성고사를 치르는 대학을 선택했다. 일찌감치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수업으로 적성고사반을 수강하며 대비한 결과, 한양대에 수시 합격할 수 있었다. 또 내신 4.3등급 학생이 가천의대 간호학과를, 4.7등급이 가톨릭대 국제학부를 진학했다. 이처럼 학생 개인별 맞춤형 지도로 뛰어난 성과를 얻고 있다.

    내신 4.9등급도 상위권 대학 합격

    3학년 담임교사들이 직접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시설명회를 진행한다.

    적성검사 집중적으로 연습

    셋째는 1~2학년 때부터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2학년 학생이나 교사는 입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학교는 다르다. 1~2학년 교사라도 수시를 염두에 두고 학생을 지도해야 하기 때문.

    유성호 부장교사의 설명이다.

    “수시 전문가가 된 3학년 담임교사 중 절반은 다음에 1, 2학년의 담임을 맡습니다. 이 중 베테랑 교사는 학년부장이 되죠. 이렇게 교사들을 순환하는 것은 입시에 소홀해질 수 있는 1~2학년 담임교사들에게 감을 익히게 해, 2~3년 후 미래 입시를 대비하려는 의도입니다.”

    또 1학년 때부터 담임교사가 학생부 작성에 신경을 쓰고 상세히 관찰해 기록하기 때문에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학생의 잠재능력을 제대로 파악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학생부 작성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는 기재한 내용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한 학생에 대해 7~8쪽 기재한다면, 이 학교는 15~16쪽이 넘어간다.

    또 성적 우수자와 비교과 활동 우수자는 1, 2학년 때부터 특별 관리한다. 1년에 두 차례 부모와 함께 입시전략부장이 만나 상담하고, 상담 후에는 담임교사와의 면담을 통해 세부 지도사항을 논의한다.

    유성호 부장교사는 “중학교 때 내신이 열등한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부끄럽지 않은 전공을 택하게 하고, 나은 삶을 열어주는 건 교사로서 큰 보람”이라며 “올해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합격한 모든 대학과 학과는 아이들에겐 최고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박권우 교사

    “입학사정관 전형, 1학년 때부터 준비해야”


    내신 4.9등급도 상위권 대학 합격
    “수도권 40개 대학, 충청권까지 포함해 60여 개 대학의 모집요강을 거의 다 외우고 있어요. 2000년 처음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환경이 좋지 못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궁리 끝에 각 대학의 복잡한 수시모집 요강을 분석, 정리, 요약했죠. 그러다 보니 ‘수시 달인’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어요.”

    숭덕여고 입시전략부장인 박권우 교사(사진)는 ‘수박 먹고 대학 간다’의 저자이자, 진학담당 교사 모임인 유니드림의 강사로서 전국 진학담당 교사들 사이에서 ‘수시 바이블’이라 불린다. 그는 2006년부터 강의를 하고 있는데, 첫해엔 참석 교사가 400명 정도였던 것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 2009년엔 2300여 명이나 됐다.

    박 교사는 겨울방학에 더 바쁘다. 2009년 12월28일부터 2010년 1월29일까지 서울대에서 열리는 183시간의 입학사정관 양성교육 연수를 받기 위해 매일 서울을 오가고 있다. 서울대 강의가 끝나면 일주일에 2번 이화여대로 가 밤 10시까지 다시 연수를 받는다. ‘수시 달인’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그에게 자문하는 교사와 학생도 많아졌다.

    “2011학년도 대입에서 연세대는 전체 모집인원의 80%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합니다. 4년제 대학에선 평균적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60.9%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하죠. 그러므로 수시모집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경쟁률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 교사는 2011학년도 수시모집의 핵심은 논술고사와 입학사정관 전형이라고 봤다. 논술고사는 여전히 각 대학에서 변별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강조될 것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2010학년도 입시의 경우 90개 대학에서 2만4000여 명(전체 모집인원의 6.5%)을 선발했지만, 2011학년도 입시에선 더욱 확대돼 전국 105개 대학에서 3만7000여 명(전체 모집인원의 9.9%)을 선발한다.

    “기존의 특기자 전형 등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입학사정관 참여형’ 전형에서는 여전히 특기 성적이 중요합니다. 반면 입학사정관이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직접 실시하는 ‘순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지원 학부와 관련된 적성 및 활동, 잠재능력이 중요하죠.”

    그는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는 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충실히 작성하고, 학생들은 수업뿐 아니라 다양한 고교 활동에 참여하는 등 고교 교육과정의 내실화·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다.

    “2011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선발하는 3만7000여 명 가운데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2999명에 불과합니다. 즉 대부분 수시모집으로 선발하죠. 교사와 학생 모두 입학사정관제 수시 전형에 관심을 가지고 1학년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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