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는 기관이라 늘 이러저러한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요즘처럼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사랑과 신뢰를 받은 적은 없을 듯하다.
2월27일 전재희 장관(사진)과 복지부 직원 1795명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기증신청서를 전달했다. 지금까지 정부기관과 단체를 통틀어 이토록 많은 인원이 동시에 장기기증 서약을 한 사례는 없다. 3월4일 현재 장기기증 서약 직원은 1995명으로 불어났고,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복지부의 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최악의 경기불황을 맞아 기부에도 나섰다. 비율은 서로 다르지만(직급이 올라갈수록 높다)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 이 일에서도 전 장관은 솔선수범했다. 자신이 먼저 월급에서 10%를 떼어냈다.
요즘 전 장관은 아기 낳기를 망설이는 맞벌이 주부들에게 “큰언니 사랑해요”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지난해 출산율이 1.19명으로 추락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오자 “강력한 출산장려책을 쓸지, 이민 수용정책을 쓸지 선택해야 할 시점에 있다. 출산을 망설이는 분위기를 없애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예산 확보는 투쟁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기 낳기를 주저하던 주부들은 전 장관의 말에 속이 후련했다. 전 장관은 “내가 아기를 낳을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이 결혼해 분가하면 입양은 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만 보면 농반 진반으로 “아기를 낳는 일보다 더 큰 애국은 없다. 다섯 명만 낳아달라”고 당부한다.
전 장관을 인터뷰한 3월4일에는 또 하나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난해 전 세계 연기금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데 반해, 우리의 국민연금은 본전을 챙긴 것이다. 세계 연기금 중 수익률 1위.
최근 복지부가 벌이고 있는 ‘선행’에 대해 전 장관은 “우리 직원들은 사랑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각막기증이 도화선이 됐어요. 직원들이 장기기증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처음엔 몰랐죠. 우리 마음속의 큰 어른,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른이 마지막으로 주고 가신 사랑에 국민과 함께 우리 직원들도 감동한 거예요. 정말 많은 인원이 참가해 깜짝 놀랐어요. 직원들에게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혹 장관께서 지시하거나 ‘눈치’를 주신 건 아닌가요.
“그런 적 없어요. 누가 장기기증 서약을 했는지, 누가 안 했는지 저는 몰라요. 장기기증을 안 했다고 훌륭한 분이 아니라곤 할 수 없으니까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직원들도 대단하지만 장기기증에 동의한 가족들이 더 훌륭하다고 봐요. 저만 해도 예전부터 장기기증을 하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걱정하는 바람에 여러 번 미뤄왔거든요.”
가족들이 이번에는 동의한 모양이네요.
“그동안 장기기증에 반대하던 가족들도 김 추기경의 소식을 듣고, 또 우리 직원들이 이처럼 발 벗고 나섰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허락하더라고요. 복지부가 10년 해온 일보다 김 추기경이 하신 일이 더 많아요. 존경받는 어른이 보여주신 사랑의 모범이 에밀레종 소리처럼 멀리 퍼져나가며 심금을 울린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죠. 우리 복지부는 이런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거예요.”
직원들의 기부는 어떻게 이뤄진 건가요.
“과거부터 해오던 직원들이 많았어요. 기부에선 제가 관여를 좀 했죠. 장·차관이 (월급에서) 10%를 먼저 시작했어요. 연말이나 설 때면 청와대 국무회의에 가서 다른 장관들에게 불우이웃 돕기를 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부가 그냥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간부회의 때 ‘부담 갖지 말고 할 수 있는 분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을 뿐이에요. 그 내용은 전혀 몰라요. 누가 얼마를 하는지…. 일부러 보고하지 말라고 했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게 기부니까요.”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복지비 횡령사고가 연이어 터졌는데요. 물론 복지부의 책임은 아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을까요.
“비리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 중이에요. 먼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신호등이 있으면 교통사고가 덜 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래서 복지 전달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부처별, 과별, 서비스 종류별, 급여별로 복지비 또는 서비스 전달체계에 칸막이가 쳐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중복 지급이 되고, 받아야 할 사람이 못 받고, 비리가 있어도 중앙에서 알 수 없었죠. 담당자가 아니면 누구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사업단위를 개인, 가구, 소득, 복지 욕구, 지급 내용 단위로 바꿔 중앙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훤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해요.”
“양육환경 개선 정책 우선 목표”
경제가 어렵습니다. 이른바 신빈곤층, 차상위계층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저희는 ‘신빈곤층’ 대신 ‘비수급 빈곤층’, 새로운 경제위기로 생겨나는 ‘위기 가구’ 같은 개념을 사용해요. 올해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저는 노동 무능력자인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한시보호를 하겠다고 했어요. 지금 비수급 빈곤층이 370만명인데, 그중 120만명은 단지 월수입이 236만원 이상인 부양가족이 있거나 8500만원 이상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분들은 경기 악화로 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이런 경우 재산을 담보로 장기 저리의 생계비를 지원할 작정이에요. 그러면 일자리도 늘게 되죠. 국가도 좋고 본인도 떳떳하고 일석이조인 셈이에요. 그리고 건강보험료가 월 1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은 진료비의 50%를 경감해주거나 지원하는 제도를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어요.”
저출산 문제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말씀을 하고 계신데….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출산을 망설이는 젊은 층에게 부부가 자녀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소중한 일인지를 알게 하는 거예요. 정부는 젊은 층이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를 하나하나 없애나가야 하죠. 저희가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조사해봤더니 육아 부담, 경제적 이유, 양육환경 미흡 순으로 나왔어요. 그렇다면 경제적 지원을 늘리고 양육환경을 좋게 하는 데 정책의 우선 목표를 둬야 하죠.”
프랑스처럼 파격적인 육아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프랑스의 육아 지원정책을 우리가 그대로 시행하려면 1년에 19조원이 들어요. 그런데 복지부의 1년 일반회계가 18조3000억원이죠. 그래도 프랑스는 출산율을 정상화하는 데 10년이나 걸렸어요. 정부가 결단을 내린다 해도 재정적 한계 때문에 다 수용할 수는 없어요. 그중에 효과가 높은 것을 벤치마킹하면서 점차 지원정책을 확대해나가는 수밖에 없죠.”
출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국가는 장려책을 써야지 국민을 괴롭혀서는 안 돼요. 국민에게 벌을 주는 게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죠.”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요구에 이렇게 답했다.
“제발 아기 좀 많이 낳아주세요. 그리고 지금은 어렵지만 동지섣달 긴긴 밤이 아무리 길다 해도 아침은 오니, 곧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힘들고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 이 겨울을 잘 견뎠으면 합니다.”
2월27일 전재희 장관(사진)과 복지부 직원 1795명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기증신청서를 전달했다. 지금까지 정부기관과 단체를 통틀어 이토록 많은 인원이 동시에 장기기증 서약을 한 사례는 없다. 3월4일 현재 장기기증 서약 직원은 1995명으로 불어났고,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복지부의 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최악의 경기불황을 맞아 기부에도 나섰다. 비율은 서로 다르지만(직급이 올라갈수록 높다)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 이 일에서도 전 장관은 솔선수범했다. 자신이 먼저 월급에서 10%를 떼어냈다.
요즘 전 장관은 아기 낳기를 망설이는 맞벌이 주부들에게 “큰언니 사랑해요”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지난해 출산율이 1.19명으로 추락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오자 “강력한 출산장려책을 쓸지, 이민 수용정책을 쓸지 선택해야 할 시점에 있다. 출산을 망설이는 분위기를 없애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예산 확보는 투쟁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기 낳기를 주저하던 주부들은 전 장관의 말에 속이 후련했다. 전 장관은 “내가 아기를 낳을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이 결혼해 분가하면 입양은 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만 보면 농반 진반으로 “아기를 낳는 일보다 더 큰 애국은 없다. 다섯 명만 낳아달라”고 당부한다.
전 장관을 인터뷰한 3월4일에는 또 하나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난해 전 세계 연기금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데 반해, 우리의 국민연금은 본전을 챙긴 것이다. 세계 연기금 중 수익률 1위.
최근 복지부가 벌이고 있는 ‘선행’에 대해 전 장관은 “우리 직원들은 사랑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각막기증이 도화선이 됐어요. 직원들이 장기기증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처음엔 몰랐죠. 우리 마음속의 큰 어른,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른이 마지막으로 주고 가신 사랑에 국민과 함께 우리 직원들도 감동한 거예요. 정말 많은 인원이 참가해 깜짝 놀랐어요. 직원들에게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혹 장관께서 지시하거나 ‘눈치’를 주신 건 아닌가요.
“그런 적 없어요. 누가 장기기증 서약을 했는지, 누가 안 했는지 저는 몰라요. 장기기증을 안 했다고 훌륭한 분이 아니라곤 할 수 없으니까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직원들도 대단하지만 장기기증에 동의한 가족들이 더 훌륭하다고 봐요. 저만 해도 예전부터 장기기증을 하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걱정하는 바람에 여러 번 미뤄왔거든요.”
가족들이 이번에는 동의한 모양이네요.
“그동안 장기기증에 반대하던 가족들도 김 추기경의 소식을 듣고, 또 우리 직원들이 이처럼 발 벗고 나섰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허락하더라고요. 복지부가 10년 해온 일보다 김 추기경이 하신 일이 더 많아요. 존경받는 어른이 보여주신 사랑의 모범이 에밀레종 소리처럼 멀리 퍼져나가며 심금을 울린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죠. 우리 복지부는 이런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거예요.”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은 2월27일 정진석 추기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과거부터 해오던 직원들이 많았어요. 기부에선 제가 관여를 좀 했죠. 장·차관이 (월급에서) 10%를 먼저 시작했어요. 연말이나 설 때면 청와대 국무회의에 가서 다른 장관들에게 불우이웃 돕기를 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부가 그냥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간부회의 때 ‘부담 갖지 말고 할 수 있는 분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을 뿐이에요. 그 내용은 전혀 몰라요. 누가 얼마를 하는지…. 일부러 보고하지 말라고 했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게 기부니까요.”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복지비 횡령사고가 연이어 터졌는데요. 물론 복지부의 책임은 아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을까요.
“비리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 중이에요. 먼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신호등이 있으면 교통사고가 덜 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래서 복지 전달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부처별, 과별, 서비스 종류별, 급여별로 복지비 또는 서비스 전달체계에 칸막이가 쳐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중복 지급이 되고, 받아야 할 사람이 못 받고, 비리가 있어도 중앙에서 알 수 없었죠. 담당자가 아니면 누구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사업단위를 개인, 가구, 소득, 복지 욕구, 지급 내용 단위로 바꿔 중앙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훤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해요.”
“양육환경 개선 정책 우선 목표”
경제가 어렵습니다. 이른바 신빈곤층, 차상위계층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저희는 ‘신빈곤층’ 대신 ‘비수급 빈곤층’, 새로운 경제위기로 생겨나는 ‘위기 가구’ 같은 개념을 사용해요. 올해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저는 노동 무능력자인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한시보호를 하겠다고 했어요. 지금 비수급 빈곤층이 370만명인데, 그중 120만명은 단지 월수입이 236만원 이상인 부양가족이 있거나 8500만원 이상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분들은 경기 악화로 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이런 경우 재산을 담보로 장기 저리의 생계비를 지원할 작정이에요. 그러면 일자리도 늘게 되죠. 국가도 좋고 본인도 떳떳하고 일석이조인 셈이에요. 그리고 건강보험료가 월 1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은 진료비의 50%를 경감해주거나 지원하는 제도를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어요.”
저출산 문제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말씀을 하고 계신데….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출산을 망설이는 젊은 층에게 부부가 자녀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소중한 일인지를 알게 하는 거예요. 정부는 젊은 층이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를 하나하나 없애나가야 하죠. 저희가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조사해봤더니 육아 부담, 경제적 이유, 양육환경 미흡 순으로 나왔어요. 그렇다면 경제적 지원을 늘리고 양육환경을 좋게 하는 데 정책의 우선 목표를 둬야 하죠.”
프랑스처럼 파격적인 육아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프랑스의 육아 지원정책을 우리가 그대로 시행하려면 1년에 19조원이 들어요. 그런데 복지부의 1년 일반회계가 18조3000억원이죠. 그래도 프랑스는 출산율을 정상화하는 데 10년이나 걸렸어요. 정부가 결단을 내린다 해도 재정적 한계 때문에 다 수용할 수는 없어요. 그중에 효과가 높은 것을 벤치마킹하면서 점차 지원정책을 확대해나가는 수밖에 없죠.”
출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국가는 장려책을 써야지 국민을 괴롭혀서는 안 돼요. 국민에게 벌을 주는 게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죠.”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요구에 이렇게 답했다.
“제발 아기 좀 많이 낳아주세요. 그리고 지금은 어렵지만 동지섣달 긴긴 밤이 아무리 길다 해도 아침은 오니, 곧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힘들고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 이 겨울을 잘 견뎠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