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준범(43·서울 노원구 중계동) 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13)과 아들(11)의 사교육비로 매달 80만원을 쓴다. 영어와 수학을 학원에서 익히고, 미국인한테서 배우는 회화에 드는 돈이다. 큰딸을 위해 겨울방학 캐나다에 단기 어학연수 계획도 짜놓았다. 김 씨는 “딸도 학원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얘기한다”면서 “영어·수학 시험 점수도 괜찮고, 더듬거리긴 해도 영어로 얘기하는 걸 보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조용진(47·충남 서산시 읍내동) 씨는 사교육비를 아직까지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학교 공부만으로도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그러나 이런 조 씨도 ‘학원 타령’을 하는 아들(16) 탓에 마음을 바꾸었다. 조 씨는 요즘 아들을 서울로 유학 보내는 걸 고민하고 있다. 서산시에도 학원은 적지 않지만, 서울에 있는 학원보다 강사들의 실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고교 교사 주당 수업 8년 만에 2.9시간 증가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은 광복 후 한국 사회를 키워온 동력 중 하나다. 그런데 공교육이 흔들리면서-고소득층이 사교육에 몰입하고 중산층이 이 대열에 동참하면서-부모의 사회적 계층에 따라 자녀들의 대학 입학이 결정될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저소득층에겐 한 달에 수십만 원씩 들어가는 사교육은 ‘그림의 떡’.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의 폭이 줄어들고, ‘고소득 부모→고학력 자녀→고학력 자녀의 고소득’의 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수의 학부모들은 현재의 공교육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여긴다. 학교는 왜 학원에 KO패를 당했을까. 학교 교사들은 왜 학원 강사에게 뒤처질까. 서울 강남 지역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이모(31) 씨는 “한국 교사들의 주당 수업 시간 수는 후진국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 학급당 학생 수 같은 걸 선진국과 비교해봐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수 부족은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다.
숫자로 살펴본 한국의 공교육은 실제로 ‘거꾸로’ 가고 있었다. 한국의 법정 교원 확보율은 2005년 현재 88.5%에 그친다(표1 참조). 초등학교(법정 교원 확보율 96.8%)를 제외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학교는 법정 교원 확보율이 ‘겨우’ 79.9%이고,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81.4%에 불과하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부족한 교사 정원은 3만9188명에 달한다. 게다가 IMF 외환위기(97년) 이후 법정 교원 확보율은 해마다 뒷걸음질치고 있다(그래프2 참조). 늘여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사들은 2005년 주당 ‘25.9(초등학교)-20.9(중학교)-17.7(고등학교) 시간’을 가르쳤다(보충 수업 등을 제외한 정규 수업만 포함된 수치). 97년 이후 교사들의 주당 수업 시간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그래프1 참조). 중학교는 97년 18.8시간에서 2005년 20.9시간으로, 고등학교는 같은 기간 14.8시간에서 17.7시간으로 늘었다. 초등학교의 경우도 97년 24.7시간에서 2005년 25.9시간으로 다소 증가했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 및 학급당 학생 수도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표3 참조). 한국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5.1명, 중학교 19.4명, 고등학교 15.1명으로 OECD 평균인 초등학교 16.5명, 중학교 14.3명, 고등학교 13.0명보다 많다. 학급당 학생 수도 초등학교 31.8명, 중학교 35.3명으로 OECD 평균인 초등학교 21.6명, 중학교 23.9명보다 10명 넘게 많다.
교사 1인당 학생 수 OECD 평균보다 많아
98년 이후 8년간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의 교원 증원 요구는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에 의해 큰 폭으로 삭감됐다(정부조직법상 교원정원권은 행자부 장관이 관장한다). 98년 이후 교육부의 요구가 반영된 비율은 36%에 그친다(표2 참조). 2004년의 경우 교육부는 2만1722명을 요구했으나 23.9%인 5195명을 확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2005년엔 2만7358명을 요구했는데, 19.1%인 5231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교육공무원은 행자부가 아닌 교육부에서 정원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렇듯 거꾸로 가니 사교육에 대한 몰입은 더욱 깊어진다. 학력 격차가 사교육비 차이에서 비롯한다는 연구결과는 적지 않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에 따르면 고소득직군 아버지를 둔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이 비고소득직군에 비해 20배가 높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 투자의 차이가 빈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통계청은 소득 수준으로 한국의 가구를 10개 계층으로 나눌 때 최소소득층과 최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 차이는 9배나 된다고 발표했다.
2005년 현재 법정 정원 대비 부족 정원인 3만9188명을 채우려면 8000여억원의 재원이 요구된다(교사 초임 연봉 약 2500만원 적용). 교원의 법정 정원은 교원 수요의 최저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중등교육은 평준화돼 있다. 우수한 학생이 특별한 교육을 받고 싶어도 선택할 수 있는 학교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학원을 찾고 외국으로 떠나는 것이다. 새 대입제도가 이르면 2008년 시작된다. 새 대입제도가 꾸려지기 전에 법정 정원을 채워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을 하는 조용진(47·충남 서산시 읍내동) 씨는 사교육비를 아직까지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학교 공부만으로도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그러나 이런 조 씨도 ‘학원 타령’을 하는 아들(16) 탓에 마음을 바꾸었다. 조 씨는 요즘 아들을 서울로 유학 보내는 걸 고민하고 있다. 서산시에도 학원은 적지 않지만, 서울에 있는 학원보다 강사들의 실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고교 교사 주당 수업 8년 만에 2.9시간 증가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은 광복 후 한국 사회를 키워온 동력 중 하나다. 그런데 공교육이 흔들리면서-고소득층이 사교육에 몰입하고 중산층이 이 대열에 동참하면서-부모의 사회적 계층에 따라 자녀들의 대학 입학이 결정될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저소득층에겐 한 달에 수십만 원씩 들어가는 사교육은 ‘그림의 떡’.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의 폭이 줄어들고, ‘고소득 부모→고학력 자녀→고학력 자녀의 고소득’의 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수의 학부모들은 현재의 공교육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여긴다. 학교는 왜 학원에 KO패를 당했을까. 학교 교사들은 왜 학원 강사에게 뒤처질까. 서울 강남 지역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이모(31) 씨는 “한국 교사들의 주당 수업 시간 수는 후진국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 학급당 학생 수 같은 걸 선진국과 비교해봐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수 부족은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다.
숫자로 살펴본 한국의 공교육은 실제로 ‘거꾸로’ 가고 있었다. 한국의 법정 교원 확보율은 2005년 현재 88.5%에 그친다(표1 참조). 초등학교(법정 교원 확보율 96.8%)를 제외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학교는 법정 교원 확보율이 ‘겨우’ 79.9%이고,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81.4%에 불과하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부족한 교사 정원은 3만9188명에 달한다. 게다가 IMF 외환위기(97년) 이후 법정 교원 확보율은 해마다 뒷걸음질치고 있다(그래프2 참조). 늘여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사들은 2005년 주당 ‘25.9(초등학교)-20.9(중학교)-17.7(고등학교) 시간’을 가르쳤다(보충 수업 등을 제외한 정규 수업만 포함된 수치). 97년 이후 교사들의 주당 수업 시간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그래프1 참조). 중학교는 97년 18.8시간에서 2005년 20.9시간으로, 고등학교는 같은 기간 14.8시간에서 17.7시간으로 늘었다. 초등학교의 경우도 97년 24.7시간에서 2005년 25.9시간으로 다소 증가했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 및 학급당 학생 수도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표3 참조). 한국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5.1명, 중학교 19.4명, 고등학교 15.1명으로 OECD 평균인 초등학교 16.5명, 중학교 14.3명, 고등학교 13.0명보다 많다. 학급당 학생 수도 초등학교 31.8명, 중학교 35.3명으로 OECD 평균인 초등학교 21.6명, 중학교 23.9명보다 10명 넘게 많다.
교사 1인당 학생 수 OECD 평균보다 많아
98년 이후 8년간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의 교원 증원 요구는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에 의해 큰 폭으로 삭감됐다(정부조직법상 교원정원권은 행자부 장관이 관장한다). 98년 이후 교육부의 요구가 반영된 비율은 36%에 그친다(표2 참조). 2004년의 경우 교육부는 2만1722명을 요구했으나 23.9%인 5195명을 확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2005년엔 2만7358명을 요구했는데, 19.1%인 5231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교육공무원은 행자부가 아닌 교육부에서 정원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렇듯 거꾸로 가니 사교육에 대한 몰입은 더욱 깊어진다. 학력 격차가 사교육비 차이에서 비롯한다는 연구결과는 적지 않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에 따르면 고소득직군 아버지를 둔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이 비고소득직군에 비해 20배가 높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 투자의 차이가 빈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통계청은 소득 수준으로 한국의 가구를 10개 계층으로 나눌 때 최소소득층과 최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 차이는 9배나 된다고 발표했다.
2005년 현재 법정 정원 대비 부족 정원인 3만9188명을 채우려면 8000여억원의 재원이 요구된다(교사 초임 연봉 약 2500만원 적용). 교원의 법정 정원은 교원 수요의 최저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중등교육은 평준화돼 있다. 우수한 학생이 특별한 교육을 받고 싶어도 선택할 수 있는 학교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학원을 찾고 외국으로 떠나는 것이다. 새 대입제도가 이르면 2008년 시작된다. 새 대입제도가 꾸려지기 전에 법정 정원을 채워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