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전경.
특히 명지대는 노재봉, 고건 전 총리 등 16명의 사회 원로급 학자 및 고위관료 출신들을 기초교육대학의 석좌교수로 초빙, 기초교육에 대한 열의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동안 명지대는 사회 원로 및 스타급 강사들을 초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이처럼 대규모 원로들을 초빙한 것은 이번이 처음. 명지대의 석좌 시스템이 성공할 경우 국가 원로들의 경험과 경륜의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방목기초교육대학’으로 명명
정근모 총장.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회적으로 덕망을 갖춘 인사들의 경륜과 지성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형식에 얽매이거나 점점 수단화돼 가는 한국 대학의 기초교양 교과과정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것이 숨은 의도. 물론 그 속에는 성공한 원로들의 삶도 뿌리를 내린다.
8월19일 명지대 정근모 총장과 석좌교수들이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좌담회를 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필교 교육지원처장, 김경수 학장보, 김종기 대외협력처장,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 권숙일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철수 전 서울대 교수, 김한규 전 총무처 장관, 박영석 학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윤영섭 전 문교부 장관, 노재봉 전 총리, 정근모 총장, 박권상 전 KBS 사장,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
“석좌교수로 초빙된 인사들 대부분이 자신들이 몸담았던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낸 사람들이다. 단순히 현역에서 물러났다고 해 그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경륜을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 자원의 낭비다.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경륜, 산지식을 후학들에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교양특강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명지대가 석좌교수로 위촉한 홍순영 전 장관은 1990년대를 전후해 주독, 주중, 주러 대사를 지냈다. 그는 중국,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와의 수교 과정에 숨어 있는 역사적·외교적 현장을 강의실로 그대로 옮길 예정이다. 이데올로기와 국익을 놓고 치열하게 전개됐던 당시 사정을 얘기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그의 희소가치를 활용한 강의인 셈. 정치학 박사이자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노재봉 전 총리도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전천후 교수. 그는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정부 부처 간의 힘의 논리와 보이지 않는 숨 막히는 정치협상술을학자의 입장에서 조명할 수 있다.
‘기초교양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전선에 예외는 없다’는 원칙에 정 총장도 포함된다. 핵물리학자인 그는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 핵에너지의 역기능과 순기능, 먹는 물에 포함된 방사능의 유해 여부 등 일상 속의 핵을 강의했다. 강의의 숨은 목적은 과학기술 사회에 사는 학생들의 인성과 과학 마인드를 자극하는 것.
“국가 원로 귀중한 경륜 전수”
명지대의 인재 모으기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명지대는 16석좌 외에도 스타급 강사들을 대거 강의에 투입시키고 있다.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손석희 아나운서, 이철휘 장군, 오은선 여성산악인 등이 주인공. 원로와 스타 강사 초빙을 지휘하는 사람은 정 총장. 그는 인재 발탁과 관련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인사원칙에 따라 필요할 경우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번 학기 인재 헌팅을 끝낸 정 총장은 다음 학기 인재 구하기에 대한 기본 개요도 이미 얼개를 짠 상태.
노재봉, 고건, 김한규
석좌교수를 발탁하는 기준 중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 업적이다. 또 학생들이나 사회에 귀감이 되거나 모범이 될 만한 사람들도 대상이다.
석좌교수 또는 사회적 원로를 초빙하는 작업에는 경우에 따라 재단 이사장인 유영구 씨도 나선다. 유 이사장은 바깥에 드러나는 것은 꺼리지만 인재에 대한 욕심만큼은 대단하다. 인재에 대한 유 이사장의 욕심은 역대 총장의 면면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이영덕 전 총리(94년), 고건 전 총리(94~97년), 송자 명지대 교수(2000년) 등이 이사장이 발탁한 인물들. 이들은 총장직을 맡고 있다 대부분 총리나 부총리로 발탁돼 한때 학계와 관계에서는 ‘명지대 총장은 재상으로 가는 예비 코스’란 말이 나왔고, 유 이사장의 인재발굴 안목을 두고 뒷얘기도 심심찮게 거론됐다. 휴직 중인 유홍준 미술사학과 교수도 재직 중 문화재청장으로 발탁됐고, 김창호 디지털미디어학과 부교수도 최근 국정홍보처장으로 발탁됐다.
방목기초교육대학은 9월8일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의 강의를 시작으로 매주 1~2회 지성학으로 학생들과 만날 예정이다. 명지대의 교육 실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