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일 밤 11시, 충남 서산시에서 야생동물 밀렵꾼을 단속중이던 대한수렵관리협회 밀렵감시단 한지호 상황실장에게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충북 지방에서 밀렵꾼 김모씨(40대)가 고라니 6마리와 엘크사슴을 투투소총(22구경 실탄을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한 공기총)으로 밀렵했다는 내용이었다. 한실장은 2년 전 김씨가 운영하는 건강원의 야생동물 밀거래를 단속한 적이 있다. 그는 “건강원을 운영하면서 전문적으로 야생동물을 밀거래하는 ‘꾼’인 김씨가 최근엔 산속에 수렵도구 일체와 저장창고 등을 갖춰놓고 야생동물을 밀렵해 매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밀렵감시단이 전국적으로 감시 활동에 나서면서 아마추어 밀렵꾼들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밀렵감시단 관계자는 “재미나 심심풀이 수준의 밀렵행위는 높아진 국민들의 환경보호 의식과 지속적인 단속으로 인해 많이 줄었다”며 “하지만 전문적인 밀렵꾼들의 마구잡이 포획으로 야생동물의 수가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활동중인 밀렵꾼들은 김씨와 같이 건강원이나 탕제원 야생동물사육장 등을 운영하면서 밀렵에 나서는 그야말로 ‘프로’라는 의미다.
산양·사향노루 등 표적밀렵자도 50여명
환경부와 동물보호단체 등의 통계에 따르면 밀렵꾼 수가 2만여명에 이르고 그중 전문 밀렵꾼은 전체의 10분의 1 규모인 2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또 산양 사향노루 삵 등 멸종위기종을 전문적으로 밀렵하는 ‘표적밀렵자(special killer)’는 전국적으로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야생동물 밀거래 시장은 약 3000억원 규모로 밀렵 단속 건수도 99년 407건, 2000년 834건, 2001년 1154건으로 증가해왔다.
최근엔 독극물을 사용한 밀렵으로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를 비롯한 야생 희귀조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국제보호조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수난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자, 세계조류학계에서 한국을 ‘철새의 킬링필드’라고 비난하며 주시하는 상황이다. 밀렵꾼들은 ‘다이메크론’이란 맹독성 농약을 풀어 오리 철새 등을 잡아 건강원 식당 등에 판다. 식당에서 팔리는 야생오리의 상당수가 이런 방법으로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맹금류가 독극물에 오염된 오리나 철새를 뜯어먹고 죽는 ‘2차 감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관계자는 “독극물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으면 철새가 언제 또 떼죽음을 당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밀렵이 성행하는 이유는 판로가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밀렵된 동물들은 가장 먼저 전문 브로커에게 팔리는데 이들은 야생동물을 즐기는 고급(?) 소비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밀렵 조직은 밀렵꾼이 사냥을 하면 수집상이 이를 수거하고 중간 판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으로 분업화돼 있다. 야생동물 판매는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소비자를 확실히 믿을 수 있을 때만 야생동물 거래가 시작되고 약속장소를 계속 바꿔가며 단속기관의 미행 여부를 확인한다.
밀렵된 야생동물의 유통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살아 있는 것은 건강원 등에 보신용으로 넘겨지거나 지방 동물원 등에 판매된다. 천연기념물 등 상품가치가 높은 동물은 박물관이나 박제상 등에 박제용으로 넘겨진다. 한 박물관 관계자는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쳐 구입한 야생동물로 박제를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죽은 야생동물의 경우 산양 500만원, 오소리 독수리 100만원, 노루 80만원, 고라니 50만원 선에서 매매되고 있으며 멸종 위기종인 사향노루와 저어새는 각각 3000만원, 1000만원 선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 있는 야생동물은 죽은 것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 비싸다. 밀렵꾼들이 야생동물을 생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 총기류 밀렵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과거엔 발목이 절단되는 집게틀을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엔 생포를 위해 특수제작된 올무를 사용한다. 올무는 동물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철사에 플라스틱 피복을 한 것으로 동물의 쓸개 등 내장을 약용으로 파는 전문 밀렵꾼들이 주로 이용한다.
과거에는 서울 경동시장 성남 모란시장 대구 칠성시장 등에서 야생동물 밀거래가 주로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이들 재래시장에서의 밀거래는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단속이 강화되면서 밀거래는 주로 지방의 건강원 탕제원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충북 청원군의 한 업소에 야생동물 구입 문의를 하자 주인은 “직접 잡는 것은 아니지만 구해줄 수는 있다”며 “고라니는 1주일이면 구해줄 수 있으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과거엔 밀렵꾼들이 집에 대형냉장고나 사육시설을 갖추고 밀렵한 동물들을 판매했는데 최근엔 사냥터에서 소비 가공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라니피나 노루피 등을 현장에서 술이나 드링크제에 섞어 마신 후 고기와 가죽을 따로 처리해 건강원 등으로 바로 납품한다는 것. ‘야생동물 세탁’도 널리 행해지는 수법 중 하나다. 야생동물 세탁은 정식 인가를 받은 사육장에서 밀렵한 야생동물을 일정 기간 사육한 후 매매하는 방식이다. ‘새끼사육자’라고 불리는 밀렵꾼들도 있다. 이들은 임신이 가능한 야생동물을 기르면서 태어나는 새끼들을 판매한다. 주로 고라니 오소리가 이런 방식으로 유통되는데 멧돼지 너구리를 기르는 ‘새끼사육자’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모란시장 등 재래시장에서의 밀거래도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모란시장은 포획된 야생동물을 사들인 뒤 경동시장 칠성시장 등 재래시장에 도매로 넘기거나 약재로 만들어 유통시키는 본거지 노릇을 해왔다. 최근 들어 도매는 거의 사라졌지만 10~20개 업소에서 철저히 단골 위주로 거래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경동시장의 경우도 한 약재상에 구입문의를 하자 “물건이 들어오면 알려주겠다”며 연락처를 요구해왔다.
야생동물의 밀렵 및 밀거래가 이처럼 성행하는 것은 야생동물이 몸에 좋다는 속설을 과신해 이를 구입해 보신하려는 소비자와 이들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일부 건강원 탕제원 등 소매상들의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다 보니 중국으로부터의 밀수는 물론 보신관광까지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릇된 보신주의에 물든 사람들은 야생 오소리를 먹고 선모충에 감염됐다거나 뱀을 먹고 스파르가눔에 감염된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듯하다.
밀렵감시단이 전국적으로 감시 활동에 나서면서 아마추어 밀렵꾼들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밀렵감시단 관계자는 “재미나 심심풀이 수준의 밀렵행위는 높아진 국민들의 환경보호 의식과 지속적인 단속으로 인해 많이 줄었다”며 “하지만 전문적인 밀렵꾼들의 마구잡이 포획으로 야생동물의 수가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활동중인 밀렵꾼들은 김씨와 같이 건강원이나 탕제원 야생동물사육장 등을 운영하면서 밀렵에 나서는 그야말로 ‘프로’라는 의미다.
산양·사향노루 등 표적밀렵자도 50여명
식용으로 가공된 야생동물(위). 사육장을 만들어놓고 밀렵된 오리를 키우고 있는 한 식당의 사육장 내부 모습.
최근엔 독극물을 사용한 밀렵으로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를 비롯한 야생 희귀조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국제보호조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수난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자, 세계조류학계에서 한국을 ‘철새의 킬링필드’라고 비난하며 주시하는 상황이다. 밀렵꾼들은 ‘다이메크론’이란 맹독성 농약을 풀어 오리 철새 등을 잡아 건강원 식당 등에 판다. 식당에서 팔리는 야생오리의 상당수가 이런 방법으로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맹금류가 독극물에 오염된 오리나 철새를 뜯어먹고 죽는 ‘2차 감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관계자는 “독극물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으면 철새가 언제 또 떼죽음을 당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밀렵이 성행하는 이유는 판로가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밀렵된 동물들은 가장 먼저 전문 브로커에게 팔리는데 이들은 야생동물을 즐기는 고급(?) 소비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밀렵 조직은 밀렵꾼이 사냥을 하면 수집상이 이를 수거하고 중간 판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으로 분업화돼 있다. 야생동물 판매는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소비자를 확실히 믿을 수 있을 때만 야생동물 거래가 시작되고 약속장소를 계속 바꿔가며 단속기관의 미행 여부를 확인한다.
밀렵된 야생동물의 유통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살아 있는 것은 건강원 등에 보신용으로 넘겨지거나 지방 동물원 등에 판매된다. 천연기념물 등 상품가치가 높은 동물은 박물관이나 박제상 등에 박제용으로 넘겨진다. 한 박물관 관계자는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쳐 구입한 야생동물로 박제를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죽은 야생동물의 경우 산양 500만원, 오소리 독수리 100만원, 노루 80만원, 고라니 50만원 선에서 매매되고 있으며 멸종 위기종인 사향노루와 저어새는 각각 3000만원, 1000만원 선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 있는 야생동물은 죽은 것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 비싸다. 밀렵꾼들이 야생동물을 생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 총기류 밀렵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과거엔 발목이 절단되는 집게틀을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엔 생포를 위해 특수제작된 올무를 사용한다. 올무는 동물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철사에 플라스틱 피복을 한 것으로 동물의 쓸개 등 내장을 약용으로 파는 전문 밀렵꾼들이 주로 이용한다.
과거에는 서울 경동시장 성남 모란시장 대구 칠성시장 등에서 야생동물 밀거래가 주로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이들 재래시장에서의 밀거래는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단속이 강화되면서 밀거래는 주로 지방의 건강원 탕제원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충북 청원군의 한 업소에 야생동물 구입 문의를 하자 주인은 “직접 잡는 것은 아니지만 구해줄 수는 있다”며 “고라니는 1주일이면 구해줄 수 있으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과거엔 밀렵꾼들이 집에 대형냉장고나 사육시설을 갖추고 밀렵한 동물들을 판매했는데 최근엔 사냥터에서 소비 가공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라니피나 노루피 등을 현장에서 술이나 드링크제에 섞어 마신 후 고기와 가죽을 따로 처리해 건강원 등으로 바로 납품한다는 것. ‘야생동물 세탁’도 널리 행해지는 수법 중 하나다. 야생동물 세탁은 정식 인가를 받은 사육장에서 밀렵한 야생동물을 일정 기간 사육한 후 매매하는 방식이다. ‘새끼사육자’라고 불리는 밀렵꾼들도 있다. 이들은 임신이 가능한 야생동물을 기르면서 태어나는 새끼들을 판매한다. 주로 고라니 오소리가 이런 방식으로 유통되는데 멧돼지 너구리를 기르는 ‘새끼사육자’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모란시장 등 재래시장에서의 밀거래도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모란시장은 포획된 야생동물을 사들인 뒤 경동시장 칠성시장 등 재래시장에 도매로 넘기거나 약재로 만들어 유통시키는 본거지 노릇을 해왔다. 최근 들어 도매는 거의 사라졌지만 10~20개 업소에서 철저히 단골 위주로 거래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경동시장의 경우도 한 약재상에 구입문의를 하자 “물건이 들어오면 알려주겠다”며 연락처를 요구해왔다.
야생동물의 밀렵 및 밀거래가 이처럼 성행하는 것은 야생동물이 몸에 좋다는 속설을 과신해 이를 구입해 보신하려는 소비자와 이들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일부 건강원 탕제원 등 소매상들의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다 보니 중국으로부터의 밀수는 물론 보신관광까지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릇된 보신주의에 물든 사람들은 야생 오소리를 먹고 선모충에 감염됐다거나 뱀을 먹고 스파르가눔에 감염된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