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부장판사 이재은)은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의 선고 기일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와 원고가 체결한 전대차 계약에 따라 정해진 날짜에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아트센터 나비는 전대차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에 부동산을 인도하고 퇴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권리남용·배임이라는 나비 측 주장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날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 측에 약 1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도 판결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 측이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해지 이후의 일부 손해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라며 “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거나 권리남용·배임이라는 아트센터 나비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아트센터 나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 관장이 운영하는 미디어 예술 전문 미술관으로, SK이노베이션이 관리하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입주해 있다.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은 “임대차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됐는데도 아트센터 나비가 해당 공간을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아트센터 나비에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 관장 측은 “미술품을 보관할 곳도 없고, 직원을 모두 해고할 수도 없다”며 SK이노베이션의 요구가 권리남용에 해당된다고 맞섰다.
당초 노 관장측은 “아트센터 나비는 고(故) 박계희 여사가 설립해 운영했던 워커힐 미술관을 승계해 SK그룹 기업문화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부동산 명도소송이 아니라 최태원 SK 회장과 노 관장과의 재산분할 소송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유 없다”며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워커힐 미술관은 동양 미술 및 한국 전통문화의 발전과 작가 양성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데 비해, 아트센터 나비는 설립 때부터 ‘디지털 예술 전문기관’을 표방한 만큼 설립 취지와 목적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고 박계희 여사의 딸인 최기원 이사장이 운영하는 우란문화재단이 워커힐 미술관의 소장품을 소장 및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워커힐 미술관을 승계한 것은 우란문화재단이라는 게 SK측의 입장이다.
노 관장 측은 명도소송에서 “패소하면 직원 고용 유지와 미술관 운영 등에 재정적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트센터 나비는 120억 원에 달하는 자산과 서울 경복궁 인근에 단독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센터 나비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아트센터 나비는 지난해 한해에만 약 6억 원의 금융상품 평가손실과 외화차손으로 손실을 봤다”면서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위험 투자만 하지 않더라도 서울 시내 최고 입지 어디든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의 공간을 임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소영 측 “해도 해도 너무한다” 반발
이번 판결에 대해 노 관장 측은 “25년 전 최 회장의 요청으로 이전한 미술관인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항소 여부는 생각해 볼 예정으로 이 무더위에 갈 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판결은 아트센터 나비가 지난 수년 간 미술관 고유의 전시활동이 별로 없었던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트센터 나비는 이미 다른 곳에 전시 공간을 보유하고 있고, 120억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 여유도 있어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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