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힘을 전파하는 정재경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지호영 기자]
식물은 공간을 건강하고 싱싱하게 살린다(왼쪽). 집 안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두고 수시로 확인한다. [사진 제공 · 정재경, 지호영 기자]
“3년 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이 일주일에 1~2번 코피를 쏟았다. 건강하던 아이가 뿌연 공기 속에서 운동하고 온 날이면 꼭 코피를 심하게 흘렸던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날이면 등 뒤쪽이 뻐근하게 땅기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꼈고 초저녁부터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미세먼지를 피하려고 창문을 꼭꼭 닫은 채 실내에 있으니 오히려 몸이 늘어지고 기운이 나지 않았다. 현대인은 보통 12시간가량 집 안에 머무르는데, 이때만이라도 건강한 공기를 마시면 몸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마침 주택으로 이사하게 된 터라, 식물이 가득한 ‘숲’ 같은 집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부지런히 식물을 키웠다. 크고 작은 식물 50여 가지로 시작했고, 이사 후 1년이 지나면서 식물 화분이 200여 개가 됐다. 온실처럼 집 안에 식물이 가득해지니 외부 초미세먼지 농도가 50㎍/㎥일 때도, 실내공기는 5㎍/㎥로 줄었다.”
식물의 어떤 힘에 주목했나.
“식물의 초록색은 보기만 해도 알파파를 증가시켜 뇌를 활성화하고, 식물이 만드는 음이온은 혈액 정화, 통증 완화, 세포 재생, 저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식물은 미세먼지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미세먼지의 70%는 식물의 잎에서, 30%는 뿌리에서 제거된다. 잎 윗면에 붙으면 왁스층에 흡착되고, 뒷면에 붙으면 기공에 흡수돼 사라지는 것이다. 뿌리 역시 미세먼지를 제거하므로 뿌리가 호흡할 수 있게 해주면 좋다. 물받이가 있는 화분은 종종 물을 비우고, 화분 밑에 바로 물받이가 붙어 있다면 그 사이에 작은 돌을 놓고 화분을 올려 통풍이 되게 한다. 실제로 식물 수가 100개일 때는 실내 미세먼지 수치가 외부의 20% 선이었는데, 200개가 넘으니 1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실내는 초미세먼지 기준 0~10㎍/㎥ 정도, 외부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00㎍/㎥에 가까운 날에도 15~18㎍/㎥이다. 또한 건조한 겨울철에 습도가 60% 선으로 유지돼 가습기가 필요 없다.”
1 대칭적으로 놓은 화분과 식물 그림이 어우러져 인테리어 효과를 준다. 2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위치에 둔 벽 화분. 3 식물을 물에 담가 키우는 물꽂이(수경재배)는 초보자도 도전하기 쉽다. [지호영 기자, 사진 제공 · 정재경]
“99㎡대 아파트라면 50~60개의 작은 화분만 둬도 충분하다. 물론 여건이 된다면 어떤 식물이든 무조건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김광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108㎡ 아파트의 거실 넓이가 약 20㎡일 경우 1m 이상 높이의 큰 식물은 3.6개, 중간 크기의 식물은 7.2개, 30cm 이하 작은 식물은 10.8개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공기 정화에 힘써온 인도 환경운동가 카말 미틀 박사는 인당 어깨 높이 크기의 아레카야자 4개, 허리 높이의 산세비에리아 6개, 곳곳에 수경재배하는 스킨답서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간혹 집이 좁아 식물 놓을 곳이 없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 벽 코너처럼 집 안의 ‘데드 스페이스’를 눈여겨보자. 이번 기회에 쓰지 않는 물품을 정리해 식물을 놓을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
어떤 반려식물을 들여놓으면 좋을까.
“화원이나 공원, 식물원에 들러 자신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식물은 무엇인지, 어떤 나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미소가 지어지는지 직접 느껴보자. 에너지 파장이 자신과 잘 맞는다면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 테고, 자꾸 떠올라 데려오면 오래 키울 확률도 높아진다.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일명 ‘식물 킬러’라면 죽이기도 쉽지 않은 실내 식물 삼총사를 추천한다. 첫 번째는 NASA(미국항공우주국)가 선정한 공기 정화 식물 10위에 오른 ‘스파티필룸’이다. 어디서든 잘 자라고 이산화질소와 이산화황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제거에 효과적이다. 뿌리째 그냥 물속에 꽂아둬도 잘 자란다. 두 번째는 ‘스킨답서스’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주방에서도 잘 자라고, 아무 데나 잘라 물에 꽂아둬도 뿌리를 내린다. 세 번째는 ‘쉐프렐라’로도 불리는 ‘홍콩야자’다. 증산작용이 활발해 미세먼지와 포름알데하이드, 암모니아를 없애준다. 벽지나 장판의 유해가스 제거에도 효과적이라 새집 집들이 선물로도 인기다.”
식물을 자주 접하면 자신과 궁합이 맞는 종류를 찾을 수 있다(왼쪽). 정재경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는 식물과 가까이 지내면서 터득한 이야기를 엮어 최근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를 펴냈다. [지호영 기자]
“가장 쉬운 방법은 화분 색상을 통일하는 것이다. 소재로 변화를 주되, 화이트 톤이나 황토색 토분으로 통일하면 보기에 좋다. 화분 높이는 2 대 1 또는 1 대 2로 비율을 맞추면 시선이 훨씬 편안하다. 화분 크기가 10개 이상으로 다양하다면 가장 크고 아름다운 화분 1개는 거실에, 남은 9개로는 작은 화단 2~3개를 구성한다. 큰 덩어리가 하나 있으면, 화분을 모아 작은 덩어리 여러 개로 균형을 잡는다. 리듬감도 중요한데, ‘강·약·중강·약’을 생각하면 쉽다. 같은 종류의 식물이라도 크고 작은 것들로 리듬감 있게 배치한다. 큰 화분과 작은 화분을 섞어 적당한 덩어리감을 주면 보기에도 예쁘고, 공기의 흐름을 막지 않아 식물 호흡에도 도움이 된다.”
‘식물 킬러’들을 위한 조언은?
“식물 키우기는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매일매일 꾸준히’가 중요하다. 식물 뿌리는 건조하게, 잎은 촉촉하게 유지한다. 뿌리에는 일주일에 한 번 충분히 젖을 만큼 물을 주되, 뿌리가 완전히 마른 뒤 준다. 잎에는 아침마다 분무하는 게 좋지만, 안 해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식물도 생물이라 일단 공간에 적응하면 손이 덜 가고 잘 자란다. 식물 초보자라면 같은 종류끼리 여러 개를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1만~2만 원어치 식물을 사서 공간마다 배치해보면 어디서 잘 자라고, 어디서 시드는지 관찰할 수 있다. 잘 자라는 곳에는 그 식물과 비슷한 모양을 구입해 함께 놓는 방식으로 차츰 알아가면 된다. 화분으로 키우는 게 힘들다면 물꽂이(수경재배)도 괜찮다. 식물 뿌리에 붙은 흙을 깨끗하게 제거한 뒤 뿌리가 잘 보이게 물에 담가 키우는 방법이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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