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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고?

근로자는 별 피해 없이 ‘워라벨’ 가능… 기업 부담도 예상보단 적어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8-03-13 11: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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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의 한 용접공.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어들 전망이다. [동아DB]

    조선소의 한 용접공.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어들 전망이다. [동아DB]

    2월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기준 68시간이던 기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주 5일 근무 시 하루 10시간 남짓 근무하면 되는 것. 반면 기업은 당장 추가 채용을 해야 할 판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문구는 이처럼 기업에게는 아플지 모르지만 근로자들에게는 꿈같은 단어다. 한 주도 빠지지 않고 하는 야근도 짜증 나는데 금요일 저녁에는 부탁이라며 업무 지시가 내려온다. 저녁은커녕 휴일도 없는 삶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은 물론, 근로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이 감소해 근로자 생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

    “엥? 주 52시간도 일 안 시킨다며”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3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 단축 등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3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 단축 등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근로기준법을 한 번이라도 찾아본 적이 있다면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기 때문.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르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40시간, 여기에 동법 제53조에 의거해 회사와 근로자 간 합의를 거치면 최대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68시간에는 16시간이나 모자라다. 

    사라진 16시간은 주말에 일하는 시간이다. 고용노동부의 2000년 행정해석에 따르면 연장근로 12시간 외에도 8시간씩 휴일근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토·일요일 하루 8시간씩 총 16시간 근무를 할 수 있다. 이를 모두 더하면 한 주에 최대 68시간을 일하게 되는 것. 

    주말을 반납한 강행군이 가능한 상황이니 한국의 장시간 근로 문제는 점차 심각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기준 한국의 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1766시간)보다 20%가량 많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16년 업무상 과로사로 산업재해보험을 신청한 근로자는 총 577명. 이 중 150명이 산업재해로 최종 승인됐다. 여기에 무리한 운행에 따른 졸음운전 사망자까지 합산하면 최소 300여 명이 과도한 근로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3년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재계의 반대가 거셌다. 지난해 3월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4회 경총포럼’에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대기업보다 경쟁력과 시스템이 미비한 중소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만성적 인력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이 인건비 부담에 허덕이다 도산이나 폐업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기업들이 밝혀온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에도 못 미쳤다. 고용노동부의 ‘상용근로자 월평균 근로시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임금을 받는 직장인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78.1시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6년에는 176.9시간으로 줄었다. 이를 주간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40.5시간이다. 이 통계는 사용자들이 신고한 근로시간을 종합해 나온 결과다. 반면 지난해 12월 인터넷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6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53.2시간이었다. 

    실제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이 넘으니 일부 기업은 추가 채용을 피할 길이 없다.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추가 채용이 기업에 엄청난 부담이 될지는 미지수다. 

    매주 68시간을 채워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근로시간을 분류해보면 정규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 휴일근로시간 16시간이다. 여기서 연장근로시간과 휴일근로시간은 정규 근로시간 시급에 1.5배를 가산해 줘야 한다. 주휴수당까지 감안하면 급여가 발생하는 근로시간은 기본근로시간 48시간(40시간+8시간), 연장근로시간 18시간(12시간+6시간), 휴일근로시간 24시간(16시간+8시간)으로 총 90시간이다. 이 근로자가 최저임금만 받는다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주당 67만7700원을 지급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고정되면 주당 49만6980원으로 줄어든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 부담 12조 원 안돼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월 27일 법정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여야 간사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더블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홍 위원장,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월 27일 법정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여야 간사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더블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홍 위원장,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

    물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사람을 추가 채용해야 한다. 단적으로 계산해보면 추가 채용을 감안하더라도 기업의 피해는 적어 보인다. 일주일에 884시간의 노동력을 투입해야 가능한 일이 있다면 주당 68시간 일하는 근로자는 13명이 필요하다. 반면 52시간을 일하는 근로자는 17명이나 있어야 한다. 이들의 주급을 계산해보면 68시간 일하는 근로자들을 쓰는 경우 총 881만100원을 지급해야 한다. 한편 52시간 근로자 17명을 쓴다면 844만8660원만 쓰면 된다. 

    물론 새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당 임금 외에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먼저 신규 채용한 근로자를 교육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있다. 또 복지비용, 퇴직급여 등 여러 추가 비용이 생긴다. 게다가 업무 특수성에 따라 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각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자 근로시간 단축 적용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다. 하지만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다. 정부는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3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신규 채용 인건비, 기존 노동자의 임금 감소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노사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지원으로 각 기업의 부담을 메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국내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연간 12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내용별로는 기존 근로자 임금 추가분이 약 1조8000억 원, 추가 채용한 인원의 인건비 9조4000억 원. 채용에 드는 간접비용 2조7000억 원이다. 

    액수가 많아 보이나 이 보고서는 현 실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고서가 나온 2015년에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논의 중이라 기존 근로자 임금 추가분이 높게 책정돼 있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이란 휴일근로가 휴일에 근로하는 것과 동시에 연장근로를 하는 것이니 기존 휴일근로 가산치 50%에 연장근로 가산치 50%를 더해 휴일근무수당은 시급의 2배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번 근로시간 단축에서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두고 급여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봤다. 최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더는 52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으니 근로자들이 그간 받지 못했던 초과근무수당을 요구할 수 있어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원래 줬어야 할 수당을 주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노사가 합의하면 주당 60시간까지 초과근무를 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실제 기업의 비용 부담은 보고서 예측치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근로자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금전적 손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제조업은 기본급만큼이나 추가근로수당이 많아 근무시간이 적어지면 월급에 타격이 크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52시간 넘게 일하는 제조업 근로자는 40만9000여 명. 이들은 일주일 평균 21.4시간 초과근로수당을 받고 있다. 연장근로가 52시간으로 제한되면 최대 연장근로는 12시간. 매달 38만8000원가량 급여를 덜 받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근수당 못 받으니 근로자가 힘들어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해 수입이 줄면 투잡을 뛰는 등 생계를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근로자가 많다. 대기업이야 노동조합 등이 잘 구성돼 있지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근로자가 임금 감소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부 근로자는 행동에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저녁이 있는 삶보다 빚 없는 삶이 필요하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청원이 몇 건 올라와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을 예측하고 휴일근로 가산을 요청했으나 최종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빠졌다. 하지만 2~3년만 참으면 급여의 일정분은 보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무원이나 공기업 및 일부 대기업에서 시행 중인 법정공휴일 유급휴무제도를 민간에도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휴일이나 주말은 다 같은 쉬는 날이지만 법적으로 따져보면 취급이 다르다. 쉬는 날은 크게 휴일과 휴무일로 나뉜다. 휴무일은 근로의 의무가 없는 날이다. 근로기준법상 유급휴무일이 이에 해당하는데 주 5일 근무제 회사로 따지면 토요일이다. 토요일에 출근은 하지 않지만 이날은 유급휴무일이라 하루치 급여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휴일은 일요일이나 공휴일을 뜻한다. 법정공휴일 유급휴무제도가 시행되면 이제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에도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도 시행 유예기간이 있다. 300인 이상 기업은 2020년부터, 3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2021년부터, 5인 이상 30인 미만 업장은 2022년부터다.

    노동생산성부터 올리고 근로시간 단축하라고?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낮은 노동생산성이 늘 논란이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 그래서 생산성이 낮으니 근로시간 단축이 어렵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한국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근로자의 탓이 아니다. 게다가 근로시간 단축의 주 대상이 되는 제조업 근로자는 더더욱 노동생산성과는 관계가 없다. 

    먼저 제조업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절대 낮지 않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2016년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에 발표한 ‘노동생산성 변화의 원인과 결과’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2001년 이미 일본을 추월했다. 2007년에는 미국의 68% 수준에 도달했다. 2009년부터는 독일보다 노동생산성이 앞섰다. 단순히 노동생산성만 따진다면 제조업 분야의 근로시간 단축은 진작 이뤄졌어야 한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의 주 대상이 되는 것은 제조업 종사자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직종 가운데 초과근로시간이 가장 높은 직종은 제조업으로 월평균 23.7시간을 초과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숙박 및 요식업은 11시간, 서비스업은 4.5시간으로 제조업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서비스업 때문이다. 한국 서비스업의 인당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 약 4만7000달러(약 5000만 원). OECD 회원국 26개국 가운데 21위다. 평균을 깎아먹는 서비스업이 국내 고용량의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으니 노동생산성이 높게 나올 리 없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임금근로자의 약 70%가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서비스직 근로자가 다른 나라 동종업계 사람들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거나 게으른 것은 아니다. 단순 서비스업의 대명사인 택배업계만 봐도 한국의 서비스직 근로자의 근면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화물자동차 운송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하루 평균 12~13시간 일하며 150~200개 화물을 배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4~6분마다 택배를 하나씩 배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열심히 일해도 노동생산성이 낮게 집계되는 이유는 국내 서비스업 요금이 턱없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 택배업체가 택배 건당 받는 금액은 2500원. 반면 미국 택배업체는 건당 1만 원을 받는다. 즉 국내 택배기사가 미국 택배기사와 같은 노동생산성을 기록하려면 미국 택배기사보다 4배 많은 택배를 배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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