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의 출소가 임박하자 경기 안산 시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GettyImage]
지난여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질문이다. 이 글에는 ‘청와대 국민 청원해보시고요. 그 사람 사는 동네에서 멀리 이동하시고요’라는 답변이 달렸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조두순 사건’의 가해자 조두순의 출소가 80일도 남지 않았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1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생 1학년 여학생을 인근 교회 화장실로 납치, 성폭행해 신체를 훼손했다. 출소 후 그가 원래 살던 안산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에 아이들 부모는 물론이고 안산 시내가 발칵 뒤집혔다.
법원은 당시 조씨가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주취감경을 적용해 징역 12년형을 확정했다. 그는 전자발찌 착용 7년, 신상 공개 5년을 선고받고 포항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12월 13일 출소 예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불안 확산
조두순 출소일이 가까워질수록 온라인에서는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9월 24일 오후 네이버 지식iN에서 ‘조두순’을 검색하자 질문이 쏟아졌다.‘조두순 출소하면 안산 무슨 동으로 오나요?’ ‘조두순 출소 시간 언제인가요?’ ‘조두순 출소 날 청원 넣으면 다시 감옥으로 들어갈 수도 있나요?’
대부분 그의 출소를 우려하고, 언제 나와 어디에서 사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몇몇 글쓴이는 출소일 교도소 앞에서 시위를 해도 되는지, 피해자를 대신해 보복하러 가도 되는지를 묻기도 했다.
2017년 9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은 재심을 통해 그를 무기징역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청원에는 61만 명 이상이 참여했으나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원 참여자의 분노에는 공감하나 ‘재심’은 현행법상으로는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올해 9월 11일에도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2만6000여 명이 참여한 상태다.
윤화섭 안산시장이 직접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홈페이지 캡처]
이미 온라인에서는 조두순이 안산 ○○동 ○○○○아파트에 산다는 내용이 돌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안산 거주지는 ○○동 ○○번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모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12만 명이 구독 중인 페이스북 페이지 ‘안산소식’에는 조두순 출소 관련 내용이 올라오자 4000여 건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불안과 분노, 우려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10만 명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안산 시흥 맘 모여라’에는 매일 조두순에 대한 글이 올라온다. 회원들은 “조두순 거주지 공개가 안 되면 뭘 믿고 안산 사느냐” “조두순 아파트 알려달라” “조두순 처가 이사했다는데 여길 왜 오느냐” “조두순은 대체 어디 사느냐” 등 불안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맘 카페 회원이자 안산에 거주하는 30대의 한 아이 엄마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지금 안산에 사는데 당장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 직장에 다니면 매일 아이랑 등하교를 같이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엄마들 사이에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조두순의 거주지가 있다고 소문난 곳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아파트에 조두순 아내가 사는 게 맞는지 문의하는 사람부터 흉흉한 소문 때문에 집값이 내려갈 것을 우려하는 문의까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피해자가 이사할 판
조두순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가 쓴 편지. [김병욱 의원실 제공]
피해자의 아버지는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루아침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후 12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참담하고 악몽 같은 현실 속에 갇혀 몸부림치며 온 가족이 살아가고 있다’며 ‘11년 전에 정부에서 조두순을 영구히 격리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 약속 지켜주실 것을 지금도 믿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안산 시민과 피해자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조두순 격리법안을 12월 13일 출소 전에 입법해주실 것을 간곡히 간청한다’고 적었다.
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13세 미만 아동 대상의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 1083건 △2017년 1261건 △2018년 1277건 △2019년 137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하루 평균 3.4건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의 재범률 또한 △2016년 4.4% △2017년 5.3% △2018년 6.4% △2019년 6.3%로 높아지는 추세다.
정치권은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서야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른바 ‘조두순 감시법’부터 ‘조두순 공개법’ ‘조두순 접근금지법’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김 의원은 조두순 같은 아동 대상의 성폭력 범죄자를 출소 후 보호수용시설에 수용해 관리·감독하면서 사회 복귀를 돕는 내용의 제정법 ‘보호수용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등기우편을 통해 발송되는 성범죄자의 전입과 관련된 정보를 문자메시지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방법으로도 전송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일부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감시를 강화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아청법’ 일부 개정안은 조두순과 같이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제도’ 도입 이전에 이뤄진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사항과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아청법’ 일부 개정안은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가해자의 처벌 형량을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성폭력대책위원회)는 9월 23일 ‘조두순 보호수용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살인 2회 이상, 성폭력 3회 이상을 범했거나 13세 미만인 사람에게 성폭력을 저질러 중상해를 입히면 법원에 보호 수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사회에 나왔더라도 보호관찰, 성폭력 범죄 금지, 억제 약물치료, 전자발찌 착용, 치료감호 등의 조치를 한 번이라도 위반했다면 보호 수용되도록 했다. 해당 법이 제정돼도 조두순에게 소급 적용되지는 않지만, 예외 조항을 둬 보호관찰 기간 중 준수 사항을 위반하면 보호 수용이 가능하다는 게 성폭력대책위원회 측 설명이다. 김정재 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피해자 가족은 조두순이 출소 후 안산으로 돌아오려 한다는 사실 알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가해자가 이사해야지 피해자가 이사를 해야 하느냐고 주장했지만, 막상 출소를 앞두고 나니 두려워 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방법을 찾아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9월 23일 조두순이 12월 출소 이후 머무를 곳으로 예상되는 안산시 모처를 중심으로 반경 1km 지역을 여성 안심 구역으로 지정하고 순찰 인력과 초소 등 방범 시설물을 집중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 내 방범용 폐쇄회로(CC)TV도 늘리기로 해 23곳에 71대가 추가 설치된다. 지역 경찰과 기동순찰대 등 가용 가능한 경찰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수시로 순찰하는 특별방범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조두순 출소 후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확실히 하되 일대일로 보호관찰하고, 24시간 위치 추적을 하겠다고 밝혔다. 출소 후 준수 사항을 위반할 경우 즉시 구인 수사하겠다고도 밝혔다.
재범 막을 ‘3중 막’ 필요
12월 13일 출소를 앞둔 조두순. [동아일보DB]
범죄자의 인권 문제가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범죄자에 대한 보호 감호나 감시 장치가 차례로 풀린 것이 사실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과거 청송감호소는 흉악범 같은 중범죄자가 아니더라도 구금 기간을 장기화하고 이중 처벌을 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없어졌는데, 성범죄자는 습벽(習癖·오랫동안 자꾸 반복해 몸에 익어버린 행동)이 있는 경우가 많고 재범률도 높은 편”이라며 제도적인 차단 대책을 주문했다. 장 변호사는 “처벌이 아니라 교화와 치료 쪽에 방점을 둔다면 적정 범위에서 격리 조치를 하는 게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격리 기간은 법원은 물론, 피해자 상태와 전문가 소견 등 다면적인 부분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과 제도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두순 본인과 가족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본인의 집과 가족이 안산에 있어 가겠다는 걸 막기에는 거주 이전의 자유 때문에 쉽지 않다. 원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어 스스로 조심은 하겠지만, 순간적으로 흥분하거나 감정적 기복이 있다면 행동을 자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족이 그의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전보다 스마트한 AI(인공지능) 활용 전자발찌가 현재 연구개발 단계인데, 실용화되면 이상 신호를 좀 더 신속히 파악하고 경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3중 안전장치를 제안했다.
“법무부나 경찰에게만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가장 무서운 건 본인이 억하심정으로 ‘될 대로 되라’며 중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이겠죠. 스스로 포기하지 않도록 가족과 주변인이 노력해야 합니다. 본인의 의지와 약속, 가족의 관심, 그리고 이를 관리할 사회적 시스템 등 3중 막이 준비돼야 그의 출소 후를 대비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