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장 ‘한국 무인기’ 정체는… 민간인 취미용 드론 개연성

국내 유통 중국산 모델과 유사… 100만 원 정도면 쉽게 제작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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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6-01-16 19: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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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1월 10일 ‘한국 무인기 침투’를 주장하며 공개한 무인기.  뉴스1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1월 10일 ‘한국 무인기 침투’를 주장하며 공개한 무인기.  뉴스1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를 보니, 부품 대부분이 저렴한 중국산이라 100만 원 정도면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 무인기는 능숙한 사람이면 1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낸다. 다만 이런 취미용 수준의 드론도 경기 파주 등 접경에서 날릴 경우 15분이면 개성에 닿을 수 있고, 조금만 더 개량하면 평양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

    “취미용 드론이 北 넘어갔을 수도”

    대북 전단 살포용 무인기를 제작해 국내에서 테스트까지 해본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최근 북한이 ‘한국 무인기 영공 침범’을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 속 무인기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해당 무인기의 출처, 목적과 관련해 “북한 당국을 비판하는 전단이나 이를 실을 수 있는 부품 없이 단순 기체만 있다는 점, 각종 부품 성능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내 동호인들이 제작한 단순 취미용 드론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취미 삼아 국내에서 드론을 날렸다가 조종 미숙이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교란에 따른 기계 오작동 등 원인으로 북한 쪽으로 넘어갔을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1967년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조업 도중 납북돼 북한 당국에 의해 처형당한 ‘풍복호’ 선주 최원모 씨의 아들로, 납북자 구출 및 유해 송환 활동을 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경기 파주 접경지대에서 납북자 송환을 촉구하는 대북 전단을 살포해왔으나 지난해 7월 정부의 설득으로 중단했다. 최 대표는 실제 북한에 날려 보내지는 않았지만,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등에서 구한 부품으로 대북 전단 살포용 드론을 만들어 서울 한강공원 등지에서 테스트한 적이 있다. 그는 “고의가 아닌 실수로 날아간 드론을 북한 당국이 과하게 트집을 잡는 것 같다”면서도 “남북 대화를 위해 국내 드론 동호인들이 북으로 드론을 날려 보내는 일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중대 주권 침해 도발’이라며 한국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 해당 주장의 진위와 무인기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1월 10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밝힌 ‘한국 무인기 영공 침범’ 사태의 개요는 이렇다. △1월 4일 오후 12시 50분쯤 인천 강화 송해면 일대에서 이륙해 북쪽으로 비행하던 무인기를 개성 상공에서 격추(해당 무인기에서 북한 지역을 촬영한 6분 59초, 6분 58초 분량 영상 확인) △이와 별개로 지난해 9월 27일 오전 11시 15분쯤 경기 파주 적성면 일대에서 이륙해 황해북도 평산 상공에 진입한 후 남쪽으로 돌아가던 무인기를 개성 상공에서 격추(북한 지역을 촬영한 5시간 47분 분량 영상 확인). 

    해당 무인기를 운용한 주체로는 크게 한국군, 국내 민간인, 북한 자작극 가능성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군은 해당 무인기와 같은 기종을 사용하지 않는 데다, 북한이 주장한 시기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월 12일 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을 규명할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월 10일 “(민간 무인기의 북한 침투가)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군경 합동수사팀 차원의 진상 규명을 지시한 지 이틀 만이다. 만약 민간인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낼 경우 항공안전법,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1월 4일 한국발 무인기가 북측 영공을 침투해 강제추락시켰다고 밝혔다. 사진은 떨어진 무인기 잔해. 뉴스1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1월 4일 한국발 무인기가 북측 영공을 침투해 강제추락시켰다고 밝혔다. 사진은 떨어진 무인기 잔해. 뉴스1

    현재 수사당국은 국내 민간인이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냈을 개연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중 하나가 외관상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모델과 유사하고, 과거에도 민간인이 북한에 드론을 보내 영상을 촬영한 적이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서 프로펠러, 모터, 비행제어장치, 배터리 등 부품을 구입해 어렵지 않게 무인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만든 무인기는 크기가 작은 데다,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여서 한국군이나 북한군 대공망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2017년 강원 인제, 2022년 서울 청와대에 드론을 보내는 등 무인기 도발을 벌이고 ‘모르쇠’로 일관한 북한이 역으로 ‘영공 침범’을 주장하며 대남 공세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1월 11일 담화에서 “윤가(윤석열 전 대통령)가 저질렀든, 리가(이재명 대통령)가 저질렀든 우리에게는 똑같이 한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신성불가침한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13일 통일부 당국자가 이번 사태에 대해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소통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한 지 약 10시간 만에 “서울이 궁리하는 조한(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희망 부푼 여러 가지 개꿈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전부 실현 불가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각을 세웠다. 

    “北, 저자세로 물러서면 더 기세등등”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무인기 공세’에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재확인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한국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의 한국 무인기 영공 침범 주장에서) 올해 초 예정된 조선노동당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한국이 수세적 입장에서 끌려오고 있으니 체제를 믿고 따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상 무장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면서 “자기네의 강경한 태도에 이재명 정부가 얼마나 끌려오는지 타진하는 동시에,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국 국내의 논쟁과 혼란을 심화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초 북한이 무인기 영공 침범을 주장했을 때 국방부 대변인이 ‘우리 군이 보낸 것은 아니지만 진상을 조사해보겠다’고 밝히는 정도의 대응이 적절했을 것”이라면서 “대통령까지 나서 북한 주장에 대응한 데는 과한 측면이 있으며, 이렇게 저자세로 물러서기만 하면 더 기세등등해지는 게 북한의 오랜 행태이자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차 부원장은 “북한의 한국 무인기 영공 침범 주장이 자작극이거나, 오래전 발견한 무인기를 갖고 뒤늦게 공세에 나섰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리는 드론을 보낼 수 있어도 한국이 보내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북한 측 태도를 당연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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