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6일(이하 현지 시간) ‘CES 2026’ 현대차그룹 부스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전시돼 있다. 뉴스1
모빌리티 넘어 로보틱스로
2010년대부터 CES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로 불릴 정도로 신차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저마다의 비전이 담긴 미래 자동차를 선보였고, 그 청사진은 황홀한 미래를 약속했다. 올해 풍경은 사뭇 달랐다. BMW, 소니혼다모빌리티, 루시드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및 전기차 업체가 예년과 다름없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전기차·콘셉트카를 전시 부스 전면에 배치했지만 반응은 미미했다. 관람객과 산업계 관계자들 관심이 더는 차량 디자인이나 퍼포먼스 같은 기계적 성능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기계의 지능과 행동 능력,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선보인 모델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고도화나 디스플레이 대형화 등 기존 하드웨어 기술의 연장선에 머물렀다. 피지컬 AI가 주도하는 기술 혁신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로봇공학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한 콘셉트카는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자동차산업 경쟁력이 하드웨어 제조 역량에서 소프트웨어 및 AI 통합 역량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전통 제조사들이 ‘더 나은 자동차’를 보여주려고 고심하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업의 정의를 모빌리티에서 로보틱스로 과감하게 확장하며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관행적으로 배치하던 신차 라인업을 과감히 배제하고,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보틱스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이목을 끈 것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능형 공장 로봇 솔루션’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실전 배치 계획이다. 현대차는 과거 춤을 추거나 장애물을 넘는 퍼포먼스 위주로 소비되던 로봇을 실제 산업 현장에서 노동력을 대체할 완성형 피지컬 AI로 변모시켰다.
CES 2026에서 공개된 신형 아틀라스는 유압식 구동 장치를 쓰던 기존 모델보다 동작이 정교했다. 로봇 특유의 어색한 2족 보행 대신 부드러운 걸음걸이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또한 공장 현장의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 학습해 스스로 작업 방식을 최적화하는 능력도 화제를 모았다. 현대차는 이 로봇들을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한 글로벌 생산 거점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로봇들은 부품 이송과 조립, 품질 검수 등 고난도 작업을 수행할 전망이다. 로봇이 인간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제조 공정의 주체로 나서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엔비디아와 손잡은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현대차는 CES 2026에서 로보틱스와 모빌리티의 경계를 허무는 플랫폼 모베드(MobED)도 선보였다. 4개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어떤 지형에서도 수평을 유지하는 플랫폼으로, 배송로봇을 비롯해 유아차, 휠체어, 의료용 침대 등 다양한 형태에 적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자동차는 우리가 만드는 수많은 로봇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현대차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인간의 모든 움직임에 자유를 부여하는 로보틱스 솔루션 기업이 되는 것”이라는 비전을 강조했다.한편 메르세데스벤츠는 CES 2026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 행사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제조사 중 하나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동맹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핵심 파트너로 호명하며, 양사가 공동개발한 차세대 자율주행 AI 아키텍처 ‘알파마요’가 벤츠 양산차에 탑재될 것임을 알렸다. 이어 벤츠는 자동차가 아니라,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팅 파워로 구동되는 가장 지능적인 로봇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CES 2026 전시장에는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와 루시드모터스, 우버 연합 등이 선보인 로보택시들도 전시돼 관람객의 큰 관심을 받았다. 운전석과 스티어링 휠, 페달이 완전히 제거된 박스형 차량이 라스베이거스 도로를 주행하며 승객을 실어 날랐다. 이미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은 북미 전역에서 인간의 개입 없는 주행 데이터를 기하급수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다수의 로보택시 기업이 무인 유상 운송 허가를 획득함에 따라 ‘인간 직접 운전’은 낭만적인 취미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향후 모빌리티 시장에서 승패는 누가 더 유려한 디자인의 차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똑똑하고 안전하게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를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전환과 메르세데스벤츠의 AI 동맹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