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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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검역관’ 시대 열자

[이윤현의 보건과 건강]

  •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대한검역학회 회장)

    입력2025-09-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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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안보의 최전선인 공항 검역소. 대한검역학회 제공 

    보건안보의 최전선인 공항 검역소. 대한검역학회 제공 

    9월 중국인 6명이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로 밀입국해 사흘 만에 전남 목포까지 이동한 사건은 우리 국경 관리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들이 감염병을 지니고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의 아픈 경험을 되새기면 ‘사후 대책’보다 ‘사전 차단’이 얼마나 더 중요한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항만과 공항에서 검역은 감염병 유입을 차단하는 최후 방어선이자, 국민 일상과 세계경제를 지켜내는 보건안보의 핵심이다. 문제는 세계 인구 이동이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새로운 감염병이 더 짧은 주기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방식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제는 사람 중심 검역에서 인공지능(AI) 기반 검역으로 전환이 절실하다.  

    글로벌 보건안보 선도 국가로 도약할 기회

    AI와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AI 검역관은 △해외 감염병 정보 자동 수집·검증 △공항·항만 입국자 발열 및 증상 감시 △다국어 검역 지원 △유증상자 조사 지원 등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람이 수작업으로 웹사이트를 뒤져 얻던 해외 감염병 정보를 AI가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지도에 시각화한 뒤 입국자의 체온 및 여권 정보와 결합해 위험도를 자동 분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AI 검역관이 현실화되려면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검역법은 AI가 수집·분류한 정보를 공식 검역 정보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AI의 법적 지위를 명문화하고, 개인정보 처리와 데이터 보안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아가 기술개발과 산업화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국경 관리 권한을 검역소 중심으로 재조정하고, AI 검역 데이터를 유관기관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다.

    AI 검역관이 도입되면 연간 1억 명에 달하는 입출국자의 편의성 제고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시절 강제로 입력해야 했던 Q-CODE 전자검역은 입국 지연과 불편을 초래해 불만이 컸다. AI 검역관은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자동화된 위험 평가와 다국어 안내로 ‘여행자 친화적 검역’을 가능케 할 수 있다. 



    AI 검역관은 국가 안전망일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적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보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연계해 개발도상국에 검역 역량 강화 모델로 수출할 수 있다. ‘K-방역’이 세계의 신뢰를 얻은 것처럼, ‘K-AI 검역관’은 한국을 글로벌 보건안보 선도 국가로 도약하게 할 핵심 브랜드가 될 것이다.

    감염병은 더 빠르게, 더 자주 우리를 위협한다. 국경은 갈수록 치열한 최전선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의 전략적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다. 국민 안전과 여행자 편의, 국가 산업 육성을 동시에 달성할 혁신인 AI 검역관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은 이제 K-방역을 넘어 K-AI 검역관 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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