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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家와 사돈 맺는 정의선 회장… 재벌가 4세 결혼 러시

패션디자이너의 딸과 백년가약 ‘코오롱 4세’ 이규호

  •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대우家와 사돈 맺는 정의선 회장… 재벌가 4세 결혼 러시

2016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조카 선아영 씨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이동 중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아내 정지선 씨. [뉴시스]

2016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조카 선아영 씨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이동 중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아내 정지선 씨. [뉴시스]

현대자동차그룹과 코오롱그룹이 각각 재벌가 중심의 혼맥에서 벗어난 결혼 소식을 알려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간 정·관·재계 간 결혼이 많았으나 근래 들어 이런 풍속도가 상당히 다양화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2020년 12월 총수가 있는 55개 대기업 가운데 경영에 참여했거나 참여 중인 부모와 자녀 세대의 혼맥(이혼과 재혼 포함)을 분석한 결과, 317명의 오너 일가 중에서 다른 대기업 가문과 결혼한 비중은 48.3%였다. 정관계 집안과 결혼은 크게 줄어 부모 세대는 28%였으나, 자녀 세대에선 7%였다. 특히 일반 가문과 결혼 비중이 늘어났는데 부모 세대의 경우 12.6%, 자녀 세대는 23.2%였다.

일례로 2016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이자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딸인 선아영 씨는 탤런트 길용우의 아들 길성진 씨와 결혼했다. 한화그룹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2019년 사내연애로 만난 사원 출신과 화촉을 밝혔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2020년 교육자 집안 출신 아내를 맞았다.

대학원생 사위 맞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1남 2녀 중 장녀인 정진희 씨가 6월 말 서울 강북구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그간 정 회장의 자녀들에 대해 별로 알려진 바가 없었기에 진희 씨의 결혼 소식은 화제로 떠올랐다. 현대가(家)는 정략결혼보다 자녀들 의견을 존중하는 유연한 가풍이 있다. 진희 씨 역시 예비신랑과 미국 유학 중 만나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신랑은 미국 동부의 한 대학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 역시 1995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지선 씨와 연애결혼했다. 두 사람은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도원 회장이 경복고 선후배 사이였고, 정 회장이 정지선 씨의 사촌오빠와 중고교 동창이라 어린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의 결혼 스토리에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일화도 있다. 본은 달랐지만 성이 같아 가족이 결혼을 부담스러워했는데, 정 명예회장이 자신을 찾아온 손자와 예비 손자며느리의 결혼을 흔쾌히 승낙했다는 것이다.

진희 씨의 예비신랑은 고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주의 형인 김덕중 서강대 명예교수의 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명예교수는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와 아주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예비신랑의 아버지인 김선욱 씨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박사 출신으로 아주대 교수로 재직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하는 초고용량 축전지(울트라커패시터)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 ‘네스캡’을 창업했다. 네스캡은 과거 현대차가 출자에 참여했으며, 2017년 이 분야 1위 기업인 미국 맥스웰에 인수됐다. 이후 2019년 테슬라가 맥스웰을 다시 인수했다. 이로 인해 2019년 8월 현대차는 테슬라 주식 940주를 2억4300만 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과거 출자했던 네스캡이 테슬라에 합병되면서 네스캡 주식이 테슬라 주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편 정 회장의 경영 승계가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은 4세 승계는 첫발도 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결혼식을 올리는 진희 씨를 포함해 1남 2녀 모두 현대차그룹 지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유력 후계자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이 7월 6일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웨딩마치를 울린다. 이 부사장의 피앙세는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우영미 씨의 2녀 중 둘째인 정유진 씨로 알려졌다. 10세 차인 두 사람은 지인 소개로 만나 부부 연을 맺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규호, 세계적 패션디자이너의 딸과 7월 결혼

7월 결혼식을 올리는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 [사진 제공 · 코오롱그룹]

7월 결혼식을 올리는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 [사진 제공 · 코오롱그룹]

이 부사장은 1984년생으로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군에 입대해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으며, 구미공장 재직 시 사원 숙소에서 지내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등 소탈한 면모를 보였다. 2015년 상무보로 승진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고, 지난해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코오롱글로벌로 자리를 옮겨 자동차 부문을 맡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305억 원으로, 이 중 이 부사장이 이끄는 수입자동차 판매 매출이 건설을 추월해 5297억 원을 기록했다. 이 명예회장은 그간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해왔기에, 이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의 예비 장모인 우영미 디자이너(왼쪽).우영미 디자이너가 이끄는 ‘솔리드 옴므’의 2022 S/S 룩. [GETTYIMAGES, 솔리드 옴므 홈페이지 ]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의 예비 장모인 우영미 디자이너(왼쪽).우영미 디자이너가 이끄는 ‘솔리드 옴므’의 2022 S/S 룩. [GETTYIMAGES, 솔리드 옴므 홈페이지 ]

예비신부 정 씨는 프랑스 파리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를 나온 뒤 어머니 회사 일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신부 모친인 우 디자이너는 ‘K-패션’ 선두주자이자 한국 최초 남성복 디자이너로 유명한 인물이다. 1978년 성균관대 의상학과에 입학해 패션 공부를 시작했고, 반도패션(현 LF)을 거쳐 남성복 ‘솔리드 옴므’와 패션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를 이끌고 있다. 2002년 파리에 진출한 데 이어 2011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패션조합 정회원이 됐다. 특히 2020년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제치고 파리 유명 백화점 ‘봉마르셰 백화점’의 남성관 매출 1위에 올랐다. 축구선수 손흥민, 방탄소년단(BTS) 뷔, 배우 강동원 등 스타들이 선호하는 디자이너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재벌이나 정관계 집안과의 정략결혼으로 일명 ‘혼맥 네트워크’를 형성했던 재계의 결혼 풍속도가 최근 3세, 4세를 거치면서 연애결혼 중심으로 유연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집안의 이권 관계에 따라 재벌가나 정관계와의 결혼이 많았으나, 재계 3·4세인 MZ세대는 본인의 사랑과 결혼을 스스로 선택하는 특징이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투명 경영과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혼맥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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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44호 (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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