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이버검색반을 운용하고 있다. 인원은 5명. 모두 정보검색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이들은 시민단체, 정당, 후보자 등이 만든 1600여개에 달하는 정치관련 사이트들을 세밀히 검색하는 게 일이다. 야간에는 선관위 직원 5명이 이들의 업무를 대신한다. 선관위 지도과 한 관계자는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하거나 비방-흑색선전을 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상에 너무 많다. 사이버 정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 집계는 사이버 정치의 혼탁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네티즌들의 다른 사람에 대한 비방이나 흑색선전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3월31일 현재 선관위가 인터넷(2000년 1월14일부터)과 천리안 등 5대 PC통신(99년 11월1일부터)을 검색해 적발해낸 적발 건수는 594건(이 가운데 인터넷상에서 적발한 것은 407건).
조치결과는 △삭제 534건 △주의 7건 △경고 4건 △수사의뢰 14건 등이다. 인터넷에서 적발한 407건을 내용별로 보면 △비방-흑색선전 244건 △지지호소 88건 △공약게시 88건 △기타 21건 등이다. 인터넷상으로만 봤을 때 전체 적발건수의 60%가 비방-흑색선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름 장소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곁들여 사생활을 거론한 경우, 수십억원을 주고 공천받았다는 것 등을 실명으로 올린 경우, 전처 아들을 강제로 입양시켰다며 이름을 들먹인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선관위 통계는 각 정당 관계자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한나라당 사이버기획팀 양영식팀장은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중 입에 담지 못할 욕설만 늘어 놓은 경우가 40% 가까이 된다. 검색을 하다보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자홍보국 조두형부장은 “욕으로만 도배한 글이 올라오는 비율은 10% 정도다. 어지간하면 그냥 두지만 도저히 볼 수 없는 글들은 삭제한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측은 이 가운데 정도가 심한 4건 정도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조부장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통신상에 올리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사이버 정치를 혼탁하게 만드는 것이 일부 네티즌들의 책임만은 아니다. 정치권도 한몫하고 있다. 민주당은 4월6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실 이름으로 ‘한나라당 사이버 홈페이지의 여론조작을 고발한다’는 논평을 냈다. “한나라당이 인터넷상에서 여론조사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실업자의 숫자를 부풀려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이 핵심. 한나라당 관계자는 “기술적인 실수로 발생한 문제로 바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3월초 “민주당이 인터넷상에서 고가의 경품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 관계자는 “동영상에 올라 있는 게임참가자들의 사진을 비디오로 찍어줬는데 한나라당이 경품잔치로 매도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확인 없이 상대방 공격에만 신경써 정치권이 사이버 정치에 대한 불신감을 부추긴 사례들로 볼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는 아랑곳없이 이메일을 무차별적으로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것도 유권자들의 사이버정치 혐오증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다. 민주당 조부장은 “출마자 중 80% 정도는 이메일을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대부분은 정보통신업자들로부터 이메일 주소를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 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얘기다. 이메일을 선거운동에 활용했던 한나라당 최병렬후보와 민주당 허인회후보 등은 “어떻게 이메일 주소를 알았느냐”는 유권자들의 항의에 시달렸다. 유권자들의 항의를 의식한 민주당측은 “이메일을 활용하되 아는 사람을 상대로 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현재 이메일 주소 매매는 선거법에 뚜렷한 조항이 명시되지 않아 법 적용이 힘들다.
인하대 강사 박동진씨(정치학박사)는 “이메일은 전화와 달리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 거부반응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이메일 주소 확보와 관련해 총선 이후 개인정보 보호문제가 크게 대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이버 정치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곳은 일부 PC방들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주로 PC방을 이용하기에 추적이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자민련 영등포을 후보였던 조재일씨의 사례가 상징적이다. 조씨는 3곳의 PC방을 돌며 113회에 걸쳐 흑색선전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4월8일 영등포경찰서에 구속됐다. 경찰청도 4월7일 “PC방을 이용해 흑색선전을 올리는 경우가 하루 15건 정도고 사이버 흑색선전의 40%가 PC방을 이용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일부에서는 상대방을 음해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해 흑색선전을 퍼뜨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상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여론조사도 사이버 정치를 왜곡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선관위는 3월8일 낸 ‘여론조사를 빙자한 불법선거운동 강력 단속’이란 보도자료에서 “신뢰할 수 없는 표본선정과 여론조사 방법을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조작해 발표하는 등 선전성 여론조사를 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 지도과 관계자는 “표본수나 오차범위 등 여론조사 요건만 제대로 갖추면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조차 부실한 여론조사들이 판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주식시장인 포스닥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상징되는 ‘작전세력’을 활용한 사이버상의 여론조작 문제, 한나라당이 해킹당한 경우에서 보이는 사이버테러 문제 등도 인터넷 정치의 어두운 현재를 보여주는 단상들이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정치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네티즌들의 통신윤리 확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통신업자들도 고객이라고 방관하지 말고 네티즌에 대한 자체적인 정화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ID 실명제, 애매모호한 선거법과 정보통신 관련 법률의 보완 필요성도 거론한다. 여주대학 이동선교수는 “진정한 전자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이버 공간의 정치활동을 감시할 장치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정보를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간 불평등 문제를 해결치 않으면 사이버 정치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혁재 정당정치연구소 부소장은 “정보에 대한 선택적 접근권은 사람들을 공동체 문제로부터 무관심하게 만들고 탈정치화시킬 것이다. 익명성, 대면접촉의 감소, 정보서비스에 대한 의존도의 심화는 공동체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관위 집계는 사이버 정치의 혼탁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네티즌들의 다른 사람에 대한 비방이나 흑색선전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3월31일 현재 선관위가 인터넷(2000년 1월14일부터)과 천리안 등 5대 PC통신(99년 11월1일부터)을 검색해 적발해낸 적발 건수는 594건(이 가운데 인터넷상에서 적발한 것은 407건).
조치결과는 △삭제 534건 △주의 7건 △경고 4건 △수사의뢰 14건 등이다. 인터넷에서 적발한 407건을 내용별로 보면 △비방-흑색선전 244건 △지지호소 88건 △공약게시 88건 △기타 21건 등이다. 인터넷상으로만 봤을 때 전체 적발건수의 60%가 비방-흑색선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름 장소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곁들여 사생활을 거론한 경우, 수십억원을 주고 공천받았다는 것 등을 실명으로 올린 경우, 전처 아들을 강제로 입양시켰다며 이름을 들먹인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선관위 통계는 각 정당 관계자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한나라당 사이버기획팀 양영식팀장은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중 입에 담지 못할 욕설만 늘어 놓은 경우가 40% 가까이 된다. 검색을 하다보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자홍보국 조두형부장은 “욕으로만 도배한 글이 올라오는 비율은 10% 정도다. 어지간하면 그냥 두지만 도저히 볼 수 없는 글들은 삭제한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측은 이 가운데 정도가 심한 4건 정도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조부장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통신상에 올리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사이버 정치를 혼탁하게 만드는 것이 일부 네티즌들의 책임만은 아니다. 정치권도 한몫하고 있다. 민주당은 4월6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실 이름으로 ‘한나라당 사이버 홈페이지의 여론조작을 고발한다’는 논평을 냈다. “한나라당이 인터넷상에서 여론조사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실업자의 숫자를 부풀려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이 핵심. 한나라당 관계자는 “기술적인 실수로 발생한 문제로 바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3월초 “민주당이 인터넷상에서 고가의 경품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 관계자는 “동영상에 올라 있는 게임참가자들의 사진을 비디오로 찍어줬는데 한나라당이 경품잔치로 매도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확인 없이 상대방 공격에만 신경써 정치권이 사이버 정치에 대한 불신감을 부추긴 사례들로 볼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는 아랑곳없이 이메일을 무차별적으로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것도 유권자들의 사이버정치 혐오증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다. 민주당 조부장은 “출마자 중 80% 정도는 이메일을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대부분은 정보통신업자들로부터 이메일 주소를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 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얘기다. 이메일을 선거운동에 활용했던 한나라당 최병렬후보와 민주당 허인회후보 등은 “어떻게 이메일 주소를 알았느냐”는 유권자들의 항의에 시달렸다. 유권자들의 항의를 의식한 민주당측은 “이메일을 활용하되 아는 사람을 상대로 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현재 이메일 주소 매매는 선거법에 뚜렷한 조항이 명시되지 않아 법 적용이 힘들다.
인하대 강사 박동진씨(정치학박사)는 “이메일은 전화와 달리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 거부반응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이메일 주소 확보와 관련해 총선 이후 개인정보 보호문제가 크게 대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이버 정치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곳은 일부 PC방들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주로 PC방을 이용하기에 추적이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자민련 영등포을 후보였던 조재일씨의 사례가 상징적이다. 조씨는 3곳의 PC방을 돌며 113회에 걸쳐 흑색선전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4월8일 영등포경찰서에 구속됐다. 경찰청도 4월7일 “PC방을 이용해 흑색선전을 올리는 경우가 하루 15건 정도고 사이버 흑색선전의 40%가 PC방을 이용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일부에서는 상대방을 음해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해 흑색선전을 퍼뜨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상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여론조사도 사이버 정치를 왜곡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선관위는 3월8일 낸 ‘여론조사를 빙자한 불법선거운동 강력 단속’이란 보도자료에서 “신뢰할 수 없는 표본선정과 여론조사 방법을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조작해 발표하는 등 선전성 여론조사를 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 지도과 관계자는 “표본수나 오차범위 등 여론조사 요건만 제대로 갖추면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조차 부실한 여론조사들이 판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주식시장인 포스닥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상징되는 ‘작전세력’을 활용한 사이버상의 여론조작 문제, 한나라당이 해킹당한 경우에서 보이는 사이버테러 문제 등도 인터넷 정치의 어두운 현재를 보여주는 단상들이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정치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네티즌들의 통신윤리 확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통신업자들도 고객이라고 방관하지 말고 네티즌에 대한 자체적인 정화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ID 실명제, 애매모호한 선거법과 정보통신 관련 법률의 보완 필요성도 거론한다. 여주대학 이동선교수는 “진정한 전자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이버 공간의 정치활동을 감시할 장치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정보를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간 불평등 문제를 해결치 않으면 사이버 정치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혁재 정당정치연구소 부소장은 “정보에 대한 선택적 접근권은 사람들을 공동체 문제로부터 무관심하게 만들고 탈정치화시킬 것이다. 익명성, 대면접촉의 감소, 정보서비스에 대한 의존도의 심화는 공동체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