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대선 후보 시절인 4월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 당선 직후 코스피부터 올랐는데 테슬라 팔고 국장 갈지 고민이다. 상법 개정하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하면 코스피 5000까지 가지 않을까.”(6월 4일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 글)
이재명 대통령 취임으로 경제 공약 이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민생경제 회복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6월 4일 취임 연설에서도 대통령 직속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유세 기간에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며 주식시장 활성화를 공언했다. 6월 2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지막 유세 현장에서는 집권하면 30조 원 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도 예고했다.
약 13조 원 드는 민생회복지원금
대표적인 ‘먹사니즘’ 공약인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은 이 대통령이 2024년 총선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전 국민에게 인당 25만 원을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이번 대선에서도 1호 업무지시사항으로 비상계엄 여파에 시름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우선 고려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민주당선거대책위원회는 현금 지급뿐 아니라, 소비쿠폰·지역화폐 등 간접적인 방식도 함께 논의했다. 금액 역시 유동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비슷한 정책으로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사례가 꼽힌다. 2020년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당 40만~100만 원(가구원 수별 차등)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이후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4차례에 걸쳐 총 16조2000억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재난지원금이 예산 대비 효과가 좋았고, 소득 분배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분석 결과를 2021년 발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경험을 근거로 민생회복지원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총선 국면에서는 “모두가 ‘죽겠다’ 할 때 가구당 100만 원 안 되는 돈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더니 동네가 약 6개월 동안 활황이었다”며 “민생회복지원금 추경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국민에게 인당 25만 원씩 지급할 경우 약 12조5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설계의 정교함을 강조했다. 그는 “내수 부진이 일시적 문제인지, 구조적 문제인지 구별해야 한다”며 “현재는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있는 상황인데, 지원금은 일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현금보다는 지역화폐나 소비쿠폰을 제공해 소상공인 매출로 연결짓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식시장 변화 예고
이 대통령은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은 ‘왕개미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SK이노베이션,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조선해양 등 다양한 종목을 직접 보유했다. 5월 28일 민주당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생방송에서 4100만 원 상당의 주식 계좌(코스피200 ETF·코스피150 ETF 등)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선 이후 5년간 매달 100만 원씩, 총 1억 원을 적립식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그런 이 대통령의 주식시장 공약(표 참조) 중 핵심은 상법 개정안 재추진이다. 이사 충실 의무(이사는 회사뿐 아니라 모든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를 법에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 물적분할, 재상장 등에 따른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고 주식시장 불공정성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2~3주 안에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6월 2일 밝혔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방안도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 35%를 넘는 기업의 배당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과세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에는 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이 넘으면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돼 최고 49.5% 세율이 적용됐지만, 이 제도에선 별도 세율(15.4~27.5%)로 원천징수된다. 주주환원을 확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세수 감소 부작용에 관한 정밀한 연구와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증권가에서는 새 정부 출범을 긍정적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주 친화적 정책 기조와 우호적인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이 주가지수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짚었다. 김대준 하나증권 연구원도 “주가를 한 번이라도 조작하면 시장에서 영구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정책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다”며 “증시 상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시장 전반에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