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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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정치 시작할 때 노무현 ‘꼬마 민주당’ 가려고 했다”

‘하와이 체류’ 洪, “국민의힘에서 은퇴한 것… 잠시 ‘망명’, 대선 후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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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5-1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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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4월 29일 정계 은퇴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4월 29일 정계 은퇴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1993년 슬롯머신 사건 수사 이후 검찰에 더는 설 자리가 없어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몸담고 있던 ‘꼬마 민주당’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전화를 해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평소 사석에서 30여 년 전 자신의 정치 입문에 대해 자주 하던 말이다. 그는 당시 신한국당 입당 배경에는 YS의 전화가 결정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는데, YS가 ‘신한국당으로 와라. 당신이 검사 때 했던 일(박철언 구속 등)이 다 내가 했던 과거 부패 청산 이런 것과 맥이 같지 않느냐’고 직접 (입당을) 권유했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서 얘기하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를 한 이후 이걸 가장 후회한다. 그때 민주당에 갔어야 했다. 그게 내 성격에도 맞다.”

    홍 전 시장은 최근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힘에서도 “30년 전 (정치에 입문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 꼬마 민주당에 갔어야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홍 전 시장은 정계를 은퇴하고 미국 하와이에 체류 중이다. 그런 그가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야 했다는 발언과 함께 “나는 국민의힘에서 은퇴한 거다” “하와이는 대선을 피해 잠시 망명 온 거다” “대선이 끝나면 돌아가겠다” 등 민주당을 통한 정치 복귀 여지를 남겨 파장이 일고 있다.

    이재명 “홍 선배님 은퇴 안타까워”

    홍 전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연립정부’ 러브콜에 대한 응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5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홍 선배님께서 결국 뜻을 펼치지 못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셔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선배님의 국가 경영의 꿈, 특히 좌우 통합정부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미국 잘 다녀오시라. 돌아오면 막걸리 한 잔 나누자” 등 내용의 게시 글을 업로드했다. ‘국민대통합’을 위해 보수 확장을 꾀하고 있는 이 후보가 홍 전 시장에게 공개적으로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심’을 얻으려는 건 이재명 후보만은 아니다. 홍 전 시장이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 등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 2030 지지세를 흡수하고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홍 전 시장의 미국행을 인천국제공항에서 직접 배웅하는 등 공을 들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왼쪽부터).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왼쪽부터). 뉴스1

    다만 홍 전 시장이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 또는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힘에 실리는 상황이다. 홍 전 시장은 정계 은퇴 직후 “용산과 당 지도부가 합작해 느닷없이 (대선 후보로) 한덕수를 띄웠고, 만만한 김문수를 밀어 한덕수의 장애가 되는 홍준표를 떨어뜨리자는 공작을 꾸몄다”면서 “그때부터 이 더러운 판에 있기 싫어졌다”며 윤 전 대통령 개입 의혹을 주장했다. 5월 14일에는 청년의꿈에 “두 번 탄핵당한 당과는 절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급하니 비열한 집단(국민의힘)에서 다시 오라는데 이젠 정나미가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는 글을 올렸다. 또 홍사모, 홍사랑 등 홍 전 시장 핵심 지지 모임도 “국민의힘은 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면서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승리를 돕겠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홍준표 전 시장) 측근들이 먼저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하고 선거가 끝난 직후에 (홍 전 시장이) 총리 후보로 귀국하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지 않나 싶다”면서 “처음 (국민의힘에서) 나올 때는 대선 이후 보수 재편이 이뤄지는 시점에 다시 등판해 그 과정을 주도하려 했던 것 같은데, 이재명 후보 쪽과 접촉하면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JP가 새 모델로 떠오른 듯하다. (홍 전 시장이) 이런 이력을 발판 삼아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홍 전 시장과 이재명 후보는 일단 ‘홍 전 시장의 차기 정부 국무총리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홍 전 시장의 ‘국민의힘 절연’ 발언이 있은 후 “선배님의 기나긴 정치 여정에 제가 불편함을 끼쳐드린 부분이 있다면 노여움은 오롯이 저에게 담아달라”며 “이 나라와 당 역사만은 버리지 말아달라. 김문수 후보와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철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선을 앞두고 시장님의 정치적 스탠스에 변화 기류가 느껴진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이재명의 사탕발림에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李-洪, 이해관계 맞아떨어졌을 뿐

    그러나 홍 전 시장과 이재명 후보의 최근 관계가 어디까지나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시각도 적잖다. 향후 보수 재편 과정에서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홍 전 시장 측과 중도보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보완하려는 이재명 후보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서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일 뿐, 연대는 불발되리라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정은 집권이 아슬아슬할 때 하는 것”이라면서 “이재명 후보와 홍준표 전 시장이 실제 연립정부를 세울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의) 러브콜이 보수 표 확보를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는 걸 홍 전 시장이 모를 리 없다”면서 “홍 전 시장 또한 이 후보를 통해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쌓인 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이슬아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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