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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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유죄 취지’ 파기환송… 투표일까지 최종 판결 나오기엔 물리적 제약  

대법원, 사법 불신 해소 위해 신속·집중심리… 이 후보 적격 논란 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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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05-01 19: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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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의 이번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은 당연한 결과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를 처벌하는 목적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허위사실 판단 기준은 보통 유권자가 해당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다. 대법원이 법과 상식에 따라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김문기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이렇게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른바 6·3·3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 이전에 판결을 내림으로써 대선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의지가 읽힌다. 다만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할 경우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 진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 사법사상 유례없는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

    “李 ‘골프·백현동 발언’ 허위사실 공표죄 해당”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한 뒤 5월 1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는 이날 상고심에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3월 28일 사건이 접수된 지 34일,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9일 만이다. 이날 선고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인 천대엽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1명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참여했다. 이 중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의 다수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졌다.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무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마용주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과 조 대법원장은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됐다. 

    이번 상고심의 주요 쟁점은 이 후보의 이른바 ‘김문기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 후보는 2021년 12월 한 방송에서 대장동 사업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 “내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국민의힘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해 10월 경기도지사로서 참석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박 때문에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듬해 9월 검찰은 이 같은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뉴시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이 후보의) 김문기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은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사안에 관한 허위사실 발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어 “(항소심 판결은)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잘못 해석된 발언의 의미를 전제로 허위사실 공표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 이 두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데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와 김문기의 골프 동반 행위는 이 후보와 김문기의 관계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독자적 사실로서 주요한 사실이지 인식에 대한 보조적 논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 후보는 김문기 등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표현의 의미’와 관련해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선거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상고심 심리 과정에 대해 “1, 2심에서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 및 사법 불신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치열한 토론을 거쳐 신속하고 충실하게 사건을 심리해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치열한 토론 거쳐 결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이 후보는 6·3 조기 대선 레이스에서 사법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게 됐다. 그렇지만 한 달가량 남은 대선 투표일까지 서울고법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내려지고, 다시 이 후보 측 재상고를 거쳐 대법원 재상고심이 확정되기에는 시간상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후보가 5월 11일이 마감인 대선 후보 등록을 거쳐 출마하는 데는 장애물이 없는 상태다. 다만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유죄 취지로 판단을 내린 만큼 후보 적격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고심 판결은 대법원 입장에서는 신속한 집중심리를 통해 공직선거법 사건 적시 처리라는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향후 재판 절차를 고려하면 대법원이 사건을 종결짓는 ‘파기자판’을 하지 않고, 파기환송을 했다는 점에서 최종 판단은 국민이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월 3일 조기 대선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한다면 현직 대통령이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에 대한 공소제기만 금하는 것인지, 취임 전 공소제기된 사건에 대한 재판 절차도 막는 것인지와 관련해 헌법학계에서조차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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