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은 패닉에 빠졌다. 이날 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주요 관계자들도 몰랐을 만큼 비밀리에 계엄령 선포를 준비하고 군 병력을 움직여 국회 봉쇄를 시도했다. 온 국민을 놀라게 한 비상계엄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선포 2시간 34분 만에 무력화됐다. 그 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12월 4일 오전 4시 30분 계엄은 완전히 해제됐다.
‘척결’ ‘처단’ 같은 살벌한 계엄사령부 포고령과 달리 현장에 배치된 군인들은 살상 의지와 능력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국회에 투입된 특전사 대원들은 방탄복과 방탄헬멧을 착용하고 야간작전용 GPNVG-18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여기에 K1A, KS-3, SCAR-L 등 개인화기와 권총을 휴대했고, 야당 의원 주장처럼 MRAD 저격소총을 들고 있는 저격수도 있었다. 12월 4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이 소지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블 타이’(수갑)를 공개하면서 “계엄군이 국회의장과 여야 당대표를 체포하려 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국회 도착부터 내부 진입 시도까지 모든 과정에서 계엄군 병력의 움직임을 보면 전혀 전술적이지 않았다. 이들이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체포하려고 투입된 병력이었다면 사전에 국회 청사 내부 지도와 ‘타깃’의 예상 위치를 먼저 파악했을 것이다. 당시 헬기 지원이 되는 상황이었고, 국회 1층 주요 출입구를 보좌진이 차단한 상태였다. 순전히 전술적 용이성만 따진다면 계엄군 병력은 헬기로 국회 청사 지붕에 내린 뒤 레펠을 사용해 타깃 예상 위치와 가장 가까운 층 창문을 깨고 진입한 다음 요인을 사로잡고 헬기로 탈출했을 것이다. 실제 그러했듯이 국회 뒷마당에 내린 후 걸어서 1층 창문을 깨고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에 계엄군으로 투입된 대원들이 워낙 느슨하게 움직여 무기력하게 보였을 뿐, 707특임단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최정예 특수부대다.
특전사의 모토는 절대충성·절대복종이다. 특전사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비롯해 우리 현대사의 불행한 사건에 자꾸 연루되는 이유는 이들이 독재 권력에 부역하는 악당이라서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도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들어야 하는 엘리트 특수부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복을 입은 군인으로서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이들은 계엄군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시민으로서 양심에 따라 절제력을 발휘해 유혈사태를 막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본다.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병력이 철수하고 있다. [동아DB]
중대급 소규모 병력으로 국회 봉쇄 시도
이번에 계엄군으로 투입된 부대는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제707특수임무단, 제1공수특전여단,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제1경비단 제35특수임무대대, 육군항공작전사령부 특수작전항공단 정도로 파악된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특전사 3개 여단, 수방사 예하 2개 경비단 및 1개 헌병단, 제9보병사단 등 대규모 부대가 동원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한 줌에 불과한 병력이 계엄군으로 나선 것이다. 당장 나열된 부대에 비해 실제 계엄군으로 국회에 투입된 부대 규모는 보병중대로 따지면 1개 중대, 100명도 되지 않을 만큼 더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내부에 진입한 특전사 병력은 1공수와 707특임단을 합쳐 50여 명에 불과했고, 뒤늦게 국회 정문에 도착한 수방사 병력도 K151 소형전술차량 3대와 지휘 차량 등으로 구성된 1개 소대급 병력에 불과했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은 “국방부는 헬기로 24차례에 걸쳐 무장한 계엄군 230여 명을 국회 경내로 진입시켰고 추가로 50여 명을 국회 외곽 담장을 넘어 진입시켰다”면서 이번에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 병력이 300여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회 청사 안팎에서 발견된 군인 숫자는 이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척결’ ‘처단’ 같은 살벌한 계엄사령부 포고령과 달리 현장에 배치된 군인들은 살상 의지와 능력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국회에 투입된 특전사 대원들은 방탄복과 방탄헬멧을 착용하고 야간작전용 GPNVG-18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여기에 K1A, KS-3, SCAR-L 등 개인화기와 권총을 휴대했고, 야당 의원 주장처럼 MRAD 저격소총을 들고 있는 저격수도 있었다. 12월 4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이 소지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블 타이’(수갑)를 공개하면서 “계엄군이 국회의장과 여야 당대표를 체포하려 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12월 4일 계엄군 병력이 국회 내부로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12월 3일 계엄군 병력이 헬기를 타고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국회사무처 제공]
실탄 아닌 ‘모사탄’ 소지
국회 진입 계엄군에 물리력 행사 의지가 없었다는 점은 그들이 휴대한 장비에서도 확인된다. 야당은 계엄군에 실탄이 지급됐을 개연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계엄군이 들고 있던 총기들은 실탄 발사가 불가능한 상태로 세팅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원들이 들었던 총기의 탄피배출구를 자세히 보면 노리쇠에 파란색 도색이 돼 있다. 이는 해당 총기가 훈련용 시뮤니션(simunition·모사탄)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뮤니션은 시뮬레이션(simulation)과 탄약(ammunition)의 합성어다. 훈련 중 안전을 위해 실탄 대신 페인트탄을 쏠 수 있게 제작된 장비다. 민간인이 서바이벌 게임을 위해 사용하는 페인트건의 화약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뮤니션은 실총 사격을 하는 것 같은 반동을 만들면서도 위력은 몸에 맞을 경우 멍이 드는 정도다.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주로 실내 전투 훈련에서 사용된다. 시뮤니션용 노리쇠는 화약을 쓰긴 하지만 허용 압력을 최대한 낮추기 때문에 실탄을 쓸 수 없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 대원들은 애초에 시뮤니션용 노리쇠 장착이 불가능한 K1A를 제외하면 모두 개인화기에 시뮤니션용 노리쇠를 달고 있었다. 일각의 주장처럼 실탄이 지급됐더라도 당시 대원들 총으로는 쏠 수 없었다는 얘기다.‘느슨하게’ 움직인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
당시 특전사 대원들은 야당 관계자들이 고성을 지르며 거칠게 항의해도 이를 밀쳐내기만 할 뿐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시뮤니션용으로 개조한 개인화기를 들고 있다고 해도 특전사 대원들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인간병기’다. 민간인에 불과한 국회 직원이 아무리 많아도 특전사 대원들이 작심하고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많은 사상자가 나왔을 것이다. 다행히 이번 사태로 유혈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계엄군으로 투입된 특전사 대원들이 절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계엄군으로 투입된 특전사와 707특임단 대원들이 실탄 발사가 불가능하도록 총기를 개조하고 들어온 점, 임무 실패를 감수하고 설렁설렁 움직인 점, 국회 관계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하지 않고 최대한 몸을 사린 점은 이번 임무가 그들 의지에 반하는 것이었음을 방증한다.
특전사의 모토는 절대충성·절대복종이다. 특전사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비롯해 우리 현대사의 불행한 사건에 자꾸 연루되는 이유는 이들이 독재 권력에 부역하는 악당이라서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도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들어야 하는 엘리트 특수부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복을 입은 군인으로서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이들은 계엄군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시민으로서 양심에 따라 절제력을 발휘해 유혈사태를 막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