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경남은 청와대 심판 변수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부산 5석, 경남 2석을 확보하며 대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022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은 거물급 인사를 전진배치하며 더 많은 의석 확보에 나설 태세고, 다음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는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 때 PK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 ‘PK 목장’의 혈투는 과연 어느 정당의 승리로 귀결될 것인가.
해운대을
민주당 수성, 서병수 전 시장 출마
부산 해운대을 선거구는 신흥 정치 1번지인 해운대를 두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이자 동부산권의 중심인 해운대을은 지난 보궐선거를 통해 30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에게 돌아갔다.
민주당 윤준호(52) 의원의 수성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후 절치부심 중인 서병수(67) 전 부산시장의 출마가 최대 관심사다. 보궐선거로 입성해 경험이 2년도 채 안 되는 초선의원과 이 지역에서만 구청장 1번, 국회의원 4번을 지낸 중진의 맞대결 성사 여부 때문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른 보궐선거에서 3전 4기로 승리를 따낸 윤 의원은 지역 바닥 훑기에 매진하고 있다. 특유의 친화력에 새벽 5시면 일어나 지역을 누비는 근면성실함도 무기다. 민주당 내에 특별한 경쟁자도 없어 당내 후보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마치 춘추전국시대처럼 경쟁이 치열하다. 싱글맘인 김미애(50) 변호사가 일찌감치 해운대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지역 여공 출신 변호사라는 입지전적 이력을 지녔다. 직전 당협위원장인 김대식(57) 전 여의도연구원장 역시 지난 보궐선거 패배를 만회하고자 도전장을 띄운 상태다. 김 전 원장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최측근이다.
석동현(59)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도 출마가 거론된다. 오랫동안 다져온 해운대갑 당협위원장 자리를 조전혁 전 의원에게 넘겨준 상태다. 이에 해운대을 출마를 준비해온 전력이 있는 석 전 검사장이 당내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 관심은 서병수 전 부산시장의 출마 여부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시장직까지 했으니 다른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기대감도 있다. 서 전 시장은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치적 기반이 해운대을이었다는 점에서 서 전 시장이 출마할 경우 그 폭발력이 민주당에게는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기장
‘현역 불출마, 무소속 돌풍’이 변수
부산 기장군은 현직인 자유한국당 윤상직(63)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해 여야, 무소속 가릴 것 없는 치열한 각축장이 됐다. 민주당에서는 최택용(51) 기장군 지역위원장이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표밭을 갈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압승을 계기로 강한 자신감을 확보한 최 위원장은 “대세가 변하고 있다”고 보고 총선에 올인 중이다. 지난 총선과 보궐선거에서 부산지역 18석 중 6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기장군을 가장 유리한 추가 의석 확보 지역으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정승윤(49) 변호사가 2월 당협위원장에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탈당했던 김쌍우 전 시의원을 끌어안는 등 지역 기반 다지기에도 열심이다. 흩어진 보수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한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기장군은 무엇보다 무소속 현직 군수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오규석(61) 기장군수는 자유한국당 강세 속에서도 무소속 군수를 3번 지낸 전력이 강점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거센 ‘묻지마 민주당 바람’에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초대 민선군수까지 포함하면 4번이나 기초단체장을 할 정도로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현직인 윤 의원이 출마로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윤 의원과 가까운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총선에 차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협위원장이 아님에도 조직이 윤 의원의 영향력 아래 있어 출마로 마음을 굳힌 것이라고 지역에서는 보고 있다.
사하을
낙동강벨트 원조 “찾겠다” “안 뺏겨”
부산 사하을은 낙동강벨트의 원조 격으로 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17대 총선의 탄핵 역풍 속에서도 유일하게 부산에서 민주당 깃발을 올린 지역이 사하을이다. 이곳을 기반으로 낙동강벨트의 원동력이 생겨났다. 낙동강을 끼고 부산에는 사하·북강서·사상, 경남에는 김해와 양산 등에 민주당 깃발이 날리게 된 시발점이 바로 사하을인 것이다.
그런데 조경태(51) 의원이 20대 총선 직전 민주당에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으로 배를 갈아탔다. 민주당으로서는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에서는 원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이상호(54)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바닥을 훑고 있다. ‘미키 루크’로 알려진 이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초의 자발적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가 전국 조직이 되는 데도 큰 영향을 끼쳤다. 2002년 대선 국면에서는 희망돼지 저금통, 노란 손수건, 춤추는 선거 유세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대선 홍보의 전환점을 가져온 기획자이자 지략가이기도 하다. 오창석(33) 뉴파티위원회 위원도 30대 기치를 내걸고 선거를 준비 중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4선의 조경태 의원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조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냈다. 지난 총선 직전 탈당해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했고 부산지역 최다득표를 기록하는 건재함도 과시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황교안 대표에 이어 2위로 당 최고위원에 선출돼 중앙무대에서 정치적 무게감도 높였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조 의원 외에도 이경훈(69) 전 당협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된다.
정의당에서는 정태환 지역위원장이 뛰고 있고, 무소속으로 전창섭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과 박경민 쌈지휴게소 대표 등도 총선을 준비 중이다.
창원 성산
민주 · 정의, 연대 접고 경쟁할까
경남 창원시 성산구는 민주당과 정의당 간 연대의 상징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20대 총선에서는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민주당이 양보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는 두 당이 경선을 통해 여영국(55) 정의당 의원이 배지를 달았다. 이런 계기들이 쌓여 민주당과 정의당은 경쟁보다 전국적 연대라는 큰 틀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연대와 경쟁의 시발점이 될 것인지 관심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경쟁할 여지도 다분하다.
민주당에서는 노동운동계의 대부인 문성현(67)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된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 전국금속연맹 위원장에 이어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도 창원 성산 출마가 줄곧 점쳐졌지만 건강 문제 등이 겹치면서 마음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은 여영국 의원과 함께 젊은 시절 통일중공업 노조를 만들어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21대 총선에 출마하면 동지적 관계로 배지를 겨루는 경쟁을 하게 된다.
권민호(63) 전 거제시장도 민주당의 유력 후보다. 오랜 선거 경험 등을 토대로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개연성이 크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강기윤(59) 전 의원이 지난 보궐선거 패배 이후 칼을 가는 중이다. 강 전 의원은 여 의원에게 504표 차로 졌다. 내내 이기다 개표 막바지인 90% 개표율을 넘어서면서 뒤집힌 결과다. 진보 단일화가 패배의 가장 큰 이유지만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 등 보수표가 분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바른미래당 이재환(38) 부대변인 역시 다시 도전한다. 민중당에서는 손석형(61) 전 경남도의원이 재도전한다.
곽재우 내일신문 기자 dolboc@naeil.com
대구 · 경북은 박근혜 영향 벗어날지 관심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부산 5석, 경남 2석을 확보하며 대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022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은 거물급 인사를 전진배치하며 더 많은 의석 확보에 나설 태세고, 다음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는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 때 PK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 ‘PK 목장’의 혈투는 과연 어느 정당의 승리로 귀결될 것인가.
수성갑
김부겸, 대권주자 비상이냐 추락이냐
대구 수성갑은 21대 총선에서도 TK뿐 아니라, 전국의 핫 선거구 가운데 하나다. 보수 일색의 TK에서 28년 만에 진보 진영 후보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61) 의원의 지역구이자, 김 의원과 맞붙어 승리하는 자유한국당 후보에겐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병준(65)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65) 전 대표가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들이 김 의원에 맞서 승리한다면 단숨에 보수 진영 대선주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총선을 7개월여 앞둔 지역 분위기는 중앙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홍 전 대표, 김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여부를 떠나 누구와 맞붙더라도 김 의원의 승리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한 김 의원 스스로도 위기감을 느끼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여기에 일부 선거구 주민 및 고교(경북고) 선후배들이 김 의원에게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김 의원의 5선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이 대구 수성갑을 쉽게 탈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만을 위한 거물급 인사의 낙하산식 공천은 자칫 4년 전 ‘반(反)새누리당’ 정서를 다시 불러올 수도 있다. 대구 수성갑은 단독 선거구로 독립된 14대(1992) 총선 이래 20대 총선까지 자유한국당에서 24년간 경선 한 번 없이 전략공천을 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였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득표율은 37.7%에 그쳤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에 홍준표 전 대표까지 거론되는 자유한국당에선 대구시의회 부의장 출신으로 김 전 비대위원장이 직접 임명한 정순천(58) 수성갑 당협위원장과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에 나섰던 이진훈(63) 전 수성구청장이 지난해부터 자유한국당 경선을 향한 바닥 민심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수성구 주민들이 내년 총선에서 누굴 선택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구미
민주당, 경북 의석 확보 가능성은?
‘갑’ ‘을’ 2개 선거구가 있는 경북 구미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관심 지역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TK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배출된 곳이기 때문이다.
주민 평균 연령이 38세인 구미는 경북에서 20년 만에 민주당 계열 후보를 시장으로 당선시키며 진보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여기에 20대 총선에서 전략공천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거머쥔 자유한국당 장석춘(62) 의원(구미을)과 사실상 전략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한 자유한국당 백승주(58) 의원(구미갑)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어 자유한국당 정서에 대한 젊은 세대의 거부감도 적잖다.
이에 비례대표인 김현권(55) 의원이 고향이 경북 의성임에도 구미을로 지역구를 옮겨 지역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청와대 재임 당시 ‘구미형 일자리 사업’을 주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로선 구미 2개 선거구에 이들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에선 이들의 당선 가능성에 다소 회의적이다. 구미의 변화를 위해 선택한 민주당 시장과 민주당 시의원들의 역할에 대한 실망감이 내년 총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21대 총선에서 대구는 물론, 경북에서도 의석을 확보하려는 민주당은 정부 지원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7월 25일 상생형 구미일자리 투자협약식에 참석하고자 구미를 찾은 문 대통령이 이달 중순 열리는 구미국가산단 조성 5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통령이 50여 일 만에 같은 지역을 두 번이나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자유한국당 현역의원 2명의 재선도 만만찮다는 분석이 나온다. 3선 구미시장을 역임한 남유진(66) 전 시장이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구미갑, 구미을 두 곳 모두를 지역구로 염두에 두고 있는 데다, 37세 젊은 피라는 점을 앞세운 아주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김찬영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혁신위원장의 도전도 거세기 때문이다.
민선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구미시장으로 선택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 내년 민주당 의원이 배출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성수 영남일보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