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제공]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자신이 소유한 땅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원로배우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94)이 7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신 회장은 최근 본인 소유의 서울 강동구 소재 4000평(약 1만3223㎡) 땅을 기념관 부지로 기증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같은 황해도 평산 출신으로 평소 이 전 대통령에 각별한 존경심을 가져왔다. 신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가족들도 기증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다”며 “만약 그 땅이 실제 기념관 부지로 쓰인다면 가문의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6월 28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발족식에서 기증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 위원인 신 회장은 이날 발족식에 참여해 “제가 서울 강동구에 땅 2만4000평이 있는데, 그중 이 전 대통령이 낚시를 즐기던 한강변 고덕동 땅 4000평이 있다”며 “추진위가 기념관 부지로 쓰겠다면 4000평을 모두 기증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관 부지와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 중에 나온 깜짝 발언이었다. 이로 인해 기념관 부지 후보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서울 중구), 이승만 연구원(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서울 종로구) 인근 등 기존 3곳에서 4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신 회장은 평산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이주해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배우를 꿈꾸며 극단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경제적 안정을 위해 진로를 바꿔 서울대 치의학과에 진학했으며 1955년 졸업 이후 치과의사로 일했다. 그러다 1960년 32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조긍하 감독의 영화 ‘과부’로 데뷔하면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60~1970년대 높은 인기를 구가한 그는 3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대표작으로는 ‘연산군’(1962), ‘열녀문’(1962), ‘빨간 마후라’(1964), ‘미워도 다시 한번’ 시리즈 등이 있다.
1979년을 끝으로 배우 활동을 중단한 신 회장은 이후 활동 범위를 넓히며 정계에 입문했다. 1970~1990년대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15대,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각 신한국당,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2004년 “새로운 정치를 위해 후배들에게 의자를 물려주고 떠날 때가 됐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짧은 정계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현재는 국민의힘 상임고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고문, 국가보훈처 ‘6·25전쟁 정전 70주년 사업’ 고문 등 정치권에서 자문역만을 담당하고 있다.
신 회장의 기증은 이번 이 전 대통령 기념관 부지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0년 500억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본인 소유 명보극장(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을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기증했다. 모교인 서울대에도 2013년 시가 100억 원 상당의 땅을 발전기금으로 전달했다. 2019년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제 욕심이 없다”며 향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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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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