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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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검찰총장” 표현은 尹 출마 저지 전략 일환

[이종훈의 政說] 靑 가이드라인 나오자 與 전술 수정… 자극 자제→배신 억제 수순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01-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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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하는 정부·여당 태도가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극적으로 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6일 법무부가 올린 윤 총장 2개월 정직 징계안을 재가했다. 그로부터 한 달 여 뒤인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윤 총장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있지만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박근혜 떠올리게 하는 유체이탈 화법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아DB]

    윤 총장 징계안을 왜 재가했느냐는 지적이 곧바로 나왔다. 유체이탈 화법 아니냐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말이다. 

    “보면서 박근혜 정부를 떠올렸다. ‘유체이탈 화법’으로 말씀 자체는 멀쩡하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얘기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정·청이 하는 일은 사실상 대통령이 재가한 건데 자기는 아닌 것처럼 빠져나와서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법무부에서 징계한다고 했을 때 ‘법무부가 하기로 했으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멈출 수 있었다. 장관은 대통령 부하다.” 

    멈출 수 있는 지점이 많았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무한 연기할 수도 있었고 감찰위원회 과정을 다시 밟도록 지시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2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징계위원장을 맡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다음날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문 대통령이 보인 반응의 전부다. 이 정도 지시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막으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게 해놓고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니 누구보다 윤 총장이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신년 기자회견 다음날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윤 검찰총장의 평소 성향이나 성격을 봤을 때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며 “총장을 그만 둔 뒤에도 정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같은 말을 한 것이다. 노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의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발언에 대해 “원론적인 말씀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잘 마무리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검찰개혁에 대해 윤 총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노 전 실장의 ‘아름다운’ 해석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언행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읽힌다. 바로 윤석열 대선 출마 저지 전략이다. 최근 여당이 위협적으로 느낄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경제 의뢰로 윈지코리아컨설팅이 1월 16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양자 대결 조사를 벌였다. 윤 총장은 45.1%를 얻어 이재명 경기지사를 3%p 앞섰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의 대결에서도 46.8% 대 39.0%로 우세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이라는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예고다.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터져 나오니 정부와 여당도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별의 순간’ 발언도 기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일주일 앞둔 1월 1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윤 총장에 대해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며 “그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자기가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 스스로 결심할 거니 내가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 하겠다”고 덧붙였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윤 총장에게 지적한 셈이다. 여차하면 영입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겼다. 청와대와 여당이 긴장할 만한 발언이다. 야당이 낚아채기 전 윤 총장의 발목을 잡아두자는 새 논리가 세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尹 사퇴하라 → 임기 마쳐라

    윤 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가 변하면서 여당 역시 태도 정리가 필요해졌다. 핵심 친문계 의원들은 그동안 윤석열 제거에 몰두해왔다. 특히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윤 총장 사퇴론을 앞장서 주장했다. 설 의원은 지난해 6월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권했고 8월 최고위원회 회의라는 공식 석상에서 “이제 물러나야 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내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가 지난해 12월 18일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사퇴를 촉구하는 데 가세했다. 급기야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지난해 12월 25일 “윤 총장 탄핵안을 준비하겠다. 윤 총장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법원으로 끌고 갔을 때부터 국회가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았다”며 탄핵론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의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발언 이후 이들은 모두 침묵 상태다. 민주당의 향후 행보는 어떨까. 

    1단계는 자극 자제다. 윤 총장이 임기를 마치는 7월까지 자극하지 않으려 애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노 전 실장의 발언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윤 총장의 출마를 최대한 저지하라는 지시다. 윤 총장이 임기를 마치는 것이 출마 저지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 7월이면 차기 대선 투표일인 2022년 3월 9일까지 남은 기간이 8개월에 불과하다. 정당에 입당해 출마할 경우 경선이 본선 전에 치러져 시간이 더 촉박하다. 임기를 마치고 나온다면 차기 대선 출마가 쉽지만은 않다. 

    2단계는 배신 억제다. 1단계 전략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이 임기 동안 정치 행보를 보이면 민주당의 기류는 다시 변할 것이다. 이때 재차 윤 총장을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껏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때는 임기를 채우라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배신자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발탁했는데 야권으로 가서 문 대통령에게 칼을 겨누려 한다는 프레임이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논리지만 정치권에서는 가장 흔한 프레임이다. 

    3단계는 적극 영입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별의 순간’ 발언 중 “그 사람(윤 총장)은 아직 여권에 있는 사람”이라며 “여권에서 찾다가 적합한 사람이 없으면 그 사람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1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이 여권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지나친 발언”이라며 “급하고 성가신 마음은 이해되지만 불발탄 돌리기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참 뜬금없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을 불발탄에 비유한 것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윤 총장에 대해 쏟아낸 악담을 생각하면 그가 차기 여당 대선후보가 될 여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이 정치다.

    키맨 양정철, 움직이기 시작하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동아DB]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동아DB]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은 1월 13일 유튜브에서 “대통령은 2017년 5월 양정철과의 연을 끊었다. 그 뒤로 한 번도 그를 곁에 두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걸로 안다”며 “양정철은 차기 대선 전 다시 들어와 온갖 페이크로 자기 사익을 위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자기 실익을 위해 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나흘 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만나 전직 두 대통령 사면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대표는 양 전 원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사면과 같은 구체적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놓치지 말아야 대목은 ‘양정철이 이낙연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양 전 원장은 1월 7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최재성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만나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정무수석, 여당 실세인 친문계 원내대표와 술자리를 하고, 여당 대표까지 원하면 만날 수 있는 인물을 문 대통령이 내쳤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총선 직후 당을 떠난 양 전 원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오히려 주목해야 한다. 선거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양 전 원장이라면 윤 총장을 민주당 대선후보로 내세우는 파격적 카드를 내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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