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깨문이라 떠드는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7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0/f0/df/b9/60f0dfb902d2d2738276.jpg)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7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깨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의 약어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열혈 지지층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민주당 내 금기어인데 당대표가 입에 올린 것이다. 불경도 이런 불경이 없다. 당연히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적 자리에서 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악용되는 ‘대깨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유 불문하고 즉각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핵심 친문(친문재인)계 윤건영 의원은 7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그렇게 먹잇감을 던져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야당과 보수 언론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송 대표의 ‘탈문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7월 7일 민주당 반도체 기술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오늘은 경부고속도로 개통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야당이 반대했지만 고속도로를 개통하고 제철소를 만든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대깨문을 비판하고 박 전 대통령을 호평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탈문을 해야 정권 재창출 길이 열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문 대통령은 이철희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통해 경고장을 날렸다. 이 정무수석은 7월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자꾸 대통령을 끌어들이거나 대통령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JTBC 인사이트 ‘신예리의 밤샘토크’에도 출연해 “지지율 40%인 문 대통령과 척져서는 누구도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 역시 임기 말 탈당 요구가 나올까 조마조마할 것이다. 정치권과 거리 두기 전략을 취한 것도 그래서다. 이 정무수석 발언에서도 마찬가지의 기조를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이 점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7월 5일 수석보좌관 회의와 그 직전에 열린 핵심 참모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회복 등 민생 현안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력형 비리와 실정(失政)에 대한 전면 부인은 약방의 감초다. 이 정무수석은 앞선 JTBC와 인터뷰에서 “요만큼의 측근 비리도 없다. 여야를 대할 때 자신감 있는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과 관련해 핵심 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권 출범 후 불거진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재판도 마찬가지다. 해당 사건으로 이광철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이 7월 1일 사퇴하기도 했다.
폭발 일보 직전 상황
![문재인 대통령. [뉴스1]](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0/f0/df/f6/60f0dff60693d2738276.jpg)
문재인 대통령. [뉴스1]
여론조사 지표상 문 대통령은 선방 중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7월 6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사람이 38%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 덕분에 탈당 요구도, 극심한 당청 갈등도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고 누적된 국정운영 실패와 권력형 비리라는 악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 상황은 폭발 일보 직전인 각종 악재를 틀어막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폭발 시점은 언제일까. 아마도 민주당 대선 경선 이후일 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조차 한껏 몸을 낮추면서 민주당 대선 경선은 흥행몰이에 실패했다. 이 지사의 저공비행은 학습효과 탓이 크다. 당내 주류인 친문계를 자극해봐야 경선 승리에 보탬이 안 되기 때문이다. 5년 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대선주자들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본선에 올라가면 태세를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의 악재를 안고 갈 이유가 없다. 차별화에 성공해야 외연 확장도, 집권 가능성도 높아진다.
주간동아 1298호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