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숨어 있던 게 아닙니다. 서비스에 집중해 그런 얘기가 나온 모양입니다. 축구에 빗대 말하면, 예전까진 최전선에서 시장을 얻어내는 공격수 노릇을 했습니다. 그때까지는 골을 넣는 사람이 좋은 공격수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최근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감각 좋은 후배가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센터링을 올리는 도우미로 제 역할이 바뀐 셈이죠.”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해 국내를 넘어서는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키운 이해진(47·사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창업 후 처음 외부 강연에 모습을 드러냈다. 6월 25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제주에서 열린 ‘201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가한 것. 이 의장은 행사 자리에서 ‘네이버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가진 네이버와 국내 인터넷 산업에 대한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창업 이후 15년 가까이 언론 노출을 피하던 그에게는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카카오는 위협적 경쟁자
강연을 시작하면서 그는 “최근 20년간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통해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어간 회사는 네이버가 유일하다”며 “국내 시장을 외국 기업으로부터 지켜내고 높은 성장성을 유지한 것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강연 배경을 설명했다.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던 이 의장이 중소기업과의 만남을 추진한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네이버의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가 오랜 시간 국내 검색 광고시장의 80% 가까이를 점유하다 보니 중소 콘텐츠 기업이 위축되고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위기가 가속화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 의장은 네이버가 국내 산업에 끼친 긍정적 영향을 알리는 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15년 동안 야후나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기업의 공세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켜낸 것에 대한 자부심도 내비쳤다. 나아가 5억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국내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다는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500억 원을 투자해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소상공인과 벤처기업인의 상생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해 온라인 분야 지원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다음은 기자단과의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 최근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했는데.
“두렵고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영역에서는 카카오톡이 여러 측면에서 강자이고, 다음은 PC(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 여러 강점을 갖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쳤기 때문에 여러모로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더 두려운 서비스는 해외에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의 페이스북, 모바일 운영체제(OS)와 영상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를 가진 구글이 가장 두렵다. 다음카카오와 열심히 경쟁해 글로벌 업체들과 좋은 승부를 벌이고 싶다.”
▼ 지난해 불거진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네이버가 창립 15년이 됐는데 사실 매년 망했다가 살아남는 과정을 반복했다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 정보기술(IT) 산업에서 1등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야후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노키아가 쓰러질지 누가 알았나. 그동안 우리 사업만도 힘에 부쳐 다음 단계를 고려하지 못했다.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검색기업 네이버의 존재 기반은 콘텐츠를 가진 개인과 기업의 다양성이다. 그것 때문에라도 진정성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겠다.”
▼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대기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과 다르다. 네이버의 자회사 내용을 보면 대개 해외 지사들과 운영 회사다. 그것이 아니라면 인수합병(M·A)를 통한 기술기업이다. 이들 모두 네이버가 서비스를 잘하기 위한 조직으로,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형태다. 그동안 네이버는 건설사나 금융사업 등에 한눈을 판 적이 없다. 오로지 인터넷 사업에만 집중해왔다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다.”
▼ 네이버의 역할과 성과는.
“현재 글로벌 인터넷 시장에서 가장 큰 산업은 검색과 게임이다. 특히 검색 광고시장은 국내 시장만 2조 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 글로벌기업 구글이 세계에서 1위를 못 하는 나라가 한국, 러시아(얀덱스), 중국(바이두) 단 세 나라다. 정부의 도움을 받은 다른 두 나라와 달리 네이버는 후발주자로 야후, 구글과 정정당당히 경쟁해 국내 시장을 지켜냈다. 값진 성과다. 이제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승부를 볼 수 있게 됐다.”
미국보다 더 무서운 것이 중국 기업
▼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인터넷기업의 성장이 빠른데.
“미국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중국 기업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현재 네이버 시가총액은 27조 원 수준이다. 중국 텐센트(시가총액 142조 원), 바이두(63조 원), 알리바바(170조 원) 등은 자금이나 인재 규모에서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텐센트는 중국에서 조 단위 수익을 내고 있고 한국 게임 및 콘텐츠 시장에 적극 투자하며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이렇게 미국, 중국의 버거운 상대들과 경쟁하는 것이 네이버가 맞닥뜨린 거대한 과제다.”
▼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여름 가입자 수 5억 명을 돌파할 예정인데.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을 주로 쓰니 라인을 모르는 분이 많은데 이미 일본이나 태국, 대만 등에서는 라인이 관련 업계 1등을 하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를 갖게 된 것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꾸준히 해외에도 도전했다. 일본에 진출해 도전한 지 10년 만에 성공을 일궈냈다. 이 기회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시장 판도를 어떻게 예상하나.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세력 싸움이라고 본다. 현재 페이스북의 와츠앱이 가장 강한데, 이에 밀리지 않으려면 일단 (가입자)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나라마다 모바일 발전 단계가 달라 아직은 진정한 세계 1등이 결정되지 않았다. 라인의 수익모델을 찾는 것도 급하지만, 먼저 내년 후반기까지는 시장 확대해 주력해 메신저 시장의 우위를 차지할 계획이다.”
▼ 앞으로 자주 공개석상에 얼굴을 비칠 것인가.
“일각에서 나를 ‘은둔의 경영자’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치 뒤에서 조종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사람처럼 표현한 것 같아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웃음). 그동안 열심히 일했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병행해왔다. 대한민국 여러 기업 가운데 가장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해 국내를 넘어서는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키운 이해진(47·사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창업 후 처음 외부 강연에 모습을 드러냈다. 6월 25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제주에서 열린 ‘201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가한 것. 이 의장은 행사 자리에서 ‘네이버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가진 네이버와 국내 인터넷 산업에 대한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창업 이후 15년 가까이 언론 노출을 피하던 그에게는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대외 활동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카카오는 위협적 경쟁자
강연을 시작하면서 그는 “최근 20년간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통해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어간 회사는 네이버가 유일하다”며 “국내 시장을 외국 기업으로부터 지켜내고 높은 성장성을 유지한 것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강연 배경을 설명했다.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던 이 의장이 중소기업과의 만남을 추진한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네이버의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가 오랜 시간 국내 검색 광고시장의 80% 가까이를 점유하다 보니 중소 콘텐츠 기업이 위축되고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위기가 가속화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 의장은 네이버가 국내 산업에 끼친 긍정적 영향을 알리는 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15년 동안 야후나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기업의 공세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켜낸 것에 대한 자부심도 내비쳤다. 나아가 5억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국내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다는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500억 원을 투자해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소상공인과 벤처기업인의 상생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해 온라인 분야 지원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다음은 기자단과의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 최근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했는데.
“두렵고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영역에서는 카카오톡이 여러 측면에서 강자이고, 다음은 PC(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 여러 강점을 갖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쳤기 때문에 여러모로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더 두려운 서비스는 해외에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의 페이스북, 모바일 운영체제(OS)와 영상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를 가진 구글이 가장 두렵다. 다음카카오와 열심히 경쟁해 글로벌 업체들과 좋은 승부를 벌이고 싶다.”
▼ 지난해 불거진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네이버가 창립 15년이 됐는데 사실 매년 망했다가 살아남는 과정을 반복했다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 정보기술(IT) 산업에서 1등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야후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노키아가 쓰러질지 누가 알았나. 그동안 우리 사업만도 힘에 부쳐 다음 단계를 고려하지 못했다.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검색기업 네이버의 존재 기반은 콘텐츠를 가진 개인과 기업의 다양성이다. 그것 때문에라도 진정성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겠다.”
▼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대기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과 다르다. 네이버의 자회사 내용을 보면 대개 해외 지사들과 운영 회사다. 그것이 아니라면 인수합병(M·A)를 통한 기술기업이다. 이들 모두 네이버가 서비스를 잘하기 위한 조직으로,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형태다. 그동안 네이버는 건설사나 금융사업 등에 한눈을 판 적이 없다. 오로지 인터넷 사업에만 집중해왔다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다.”
▼ 네이버의 역할과 성과는.
“현재 글로벌 인터넷 시장에서 가장 큰 산업은 검색과 게임이다. 특히 검색 광고시장은 국내 시장만 2조 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 글로벌기업 구글이 세계에서 1위를 못 하는 나라가 한국, 러시아(얀덱스), 중국(바이두) 단 세 나라다. 정부의 도움을 받은 다른 두 나라와 달리 네이버는 후발주자로 야후, 구글과 정정당당히 경쟁해 국내 시장을 지켜냈다. 값진 성과다. 이제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승부를 볼 수 있게 됐다.”
미국보다 더 무서운 것이 중국 기업
제주에서 열린 ‘201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연사로 참여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미국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중국 기업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현재 네이버 시가총액은 27조 원 수준이다. 중국 텐센트(시가총액 142조 원), 바이두(63조 원), 알리바바(170조 원) 등은 자금이나 인재 규모에서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텐센트는 중국에서 조 단위 수익을 내고 있고 한국 게임 및 콘텐츠 시장에 적극 투자하며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이렇게 미국, 중국의 버거운 상대들과 경쟁하는 것이 네이버가 맞닥뜨린 거대한 과제다.”
▼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여름 가입자 수 5억 명을 돌파할 예정인데.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을 주로 쓰니 라인을 모르는 분이 많은데 이미 일본이나 태국, 대만 등에서는 라인이 관련 업계 1등을 하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를 갖게 된 것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꾸준히 해외에도 도전했다. 일본에 진출해 도전한 지 10년 만에 성공을 일궈냈다. 이 기회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시장 판도를 어떻게 예상하나.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세력 싸움이라고 본다. 현재 페이스북의 와츠앱이 가장 강한데, 이에 밀리지 않으려면 일단 (가입자)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나라마다 모바일 발전 단계가 달라 아직은 진정한 세계 1등이 결정되지 않았다. 라인의 수익모델을 찾는 것도 급하지만, 먼저 내년 후반기까지는 시장 확대해 주력해 메신저 시장의 우위를 차지할 계획이다.”
▼ 앞으로 자주 공개석상에 얼굴을 비칠 것인가.
“일각에서 나를 ‘은둔의 경영자’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치 뒤에서 조종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사람처럼 표현한 것 같아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웃음). 그동안 열심히 일했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병행해왔다. 대한민국 여러 기업 가운데 가장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