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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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라는 안개 짙게 낀 시장

새해 증시 방향성, 1월 FOMC와 빅테크 실적 발표 뒤에야 예측 가능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입력2025-12-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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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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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기점으로 금융시장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당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고용과 관련해 “실제 마이너스 상태일 개연성”이 있다고 언급한 반면,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새로운 관세가 없다면 내년 1분기가 정점”이라고 평가하면서 고용 하방 위험에 좀 더 신경 쓰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다음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결정은 동결, 소폭 인하, 큰 폭 인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며, 기본적으로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는 내년에도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에 힘이 실릴 법한 발언이었다. 

    연준 내부 분열, 연준과 시장의 수싸움

    하지만 12월 말 현재 시장 풍경은 환호보다 불확실성이 가미된 정적에 가깝다. 12월 FOMC 정례회의 이후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잇달아 향후 금리 동결 입장을 피력하는 등 내부 분열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미국 기준금리는 내려간 반면, 10년물 국채금리는 상방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그래프 참조).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탈동조화는 내년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정치적 압박은 연준 독립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매파 성향인 케빈 워시 전 이사를 차기 의장 후보군으로 지명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더 나아가 안도와 의구심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12월 18일(이하 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에 그치면서 시장 예상치(3.1%)를 크게 하회했다. 이는 2021년 초 이후 최저치로, 길고 길었던 고물가 터널의 끝을 알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10월 데이터가 유실되고, 11월 지표 역시 전체 항목의 약 30%를 대체 데이터로 메워야 했던 ‘통계적 공백’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런 통계적 노이즈가 인플레이션을 실제보다 낮게 보이게 하는 ‘하향 편향’을 제공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2026년까지 단 한 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예고한 반면, 시장은 여전히 두 차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치의 불일치는 향후 발표될 데이터가 조금이라도 예상을 벗어날 경우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주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만약 11월 CPI 하락세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효과와 통계적 누락에 기인한 ‘착시’로 판명된다면 부정적인 금융시장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 내년 1월 발표될 12월 고용 및 CPI의 중요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연준이 성급하게 긴축으로 선회하지는 않겠지만 셧다운 영향이 제거되는 내년 5월까지는 금리를 동결하다가 6월에야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연준과 시장 참여자들의 수싸움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빈번하게 높아질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 인공지능(AI) 주식 향방도 마찬가지다. 미국 증시를 넘어 전 세계 증시에서 주도주 역할을 하는 미국 AI주들은 현재 연간 고점 대비 10~50% 넘는 주가 조정을 겪고 있다. 수익성과 이익의 퀄리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갈수록 점증하는 추세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오라클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채권 발행자의 신용 위험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 급등 같은 재정 및 수익성 악화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또 12월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했던 브로드컴도 향후 마진율 둔화 가능성을 언급한 콘퍼런스 콜, 구체적으로 상향되지 않은 AI 매출 가이던스 등으로 부정적인 시장 평가를 초래했다. 



    AI주 옥석 가리기, 파티 자체는 안 끝나

    물론 이 같은 AI주들의 연속적인 주가 조정은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잉여현금흐름이 -120억 달러(약 17조8000억 원)로 취약한 상태지만, 메타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 메이저 하이퍼스케일러는 여전히 순부채보다 순이익이 높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 의존도가 증가하는 것은 모니터링해야 하는 부분이긴 해도 이들의 CDS 프리미엄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요 업종별 이익 모멘텀(이익 수정비율) 측면에서도 AI를 포함한 정보기술(IT) 업종이 바이오, 소재 등 여느 업종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 3분기 실적 시즌에 ‘AI’를 언급한 기업 수가 306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시장에선 AI를 언급한 기업에 더 많은 주가 프리미엄을 부여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AI 및 반도체 산업의 풍향계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론 실적도 시장에 안도감을 주는 요인이다. 마이크론은 콘퍼런스 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따른 타이트한 D램 공급 환경” “2026년 내내 D램 및 낸드 부족 심화” “내년도 수익성 가속화” 등 긍정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처럼 미국 AI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는 있을지언정, 파티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닌 셈이다. 물론 이들 또한 향후 지속적으로 엄격한 수익성 검증대를 마주해야 하며, 1월 중순 이후로 예정된 메타, 아마존, MS, 알파벳 등의 4분기 실적은 또 다른 검증대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2026년 1월은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짙게 낀 구간이다. 연준은 데이터를 확인하고자 멈춰 설 테고, 시장은 그 침묵을 불안해할 것이다. 하지만 안개 너머에는 ‘실적 성장’이라는 명확한 목적지가 있다. 투자자들은 1월 변동성을 두려워하기보다 포트폴리오 재정비 기회로 삼아야 한다.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숫자로 증명되는 기업(반도체, AI 인프라)에 집중하고, 연준의 1월 회의(1월 27~28일) 결과와 빅테크 실적을 확인한 후 내년도 증시 방향성에 베팅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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