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오프로더를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전기 픽업트럭 시장은 활발한 상태다. 전기차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자동차 브랜드들은 견고하면서도 모든 지형을 다룰 준비가 된 전기 픽업트럭을 설계했고, 픽업트럭 본고장 북미에는 곱게 포장된 아스팔트를 벗어나길 원하는 전기차 오너들의 욕구를 채워줄 전기 픽업트럭이 한가득이다. 포드 F-150 라이트닝, 테슬라 사이버트럭, 리비안 R1T, 쉐보레 실버라도 EV 같은 전기 픽업트럭은 파워, 성능, 친환경이라는 요소를 모두 갖춰 오프로드 팬들에게 유용한 차량이 되고 있다. 이렇듯 오프로드 주행력을 갖춘 전기 픽업트럭이 있는데도 전통 오프로더가 EV로 등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확대되는 전기 오프로드 시장
픽업트럭과 오프로더는 외형적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목적과 기능, 소비자 타깃에 약간 차이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취향 차이다. 픽업트럭은 개방형 적재 공간을 갖춰 화물 운반에 최적화된 반면, 오프로더는 폐쇄형 차체에 험로 주행에 필요한 높은 지상고와 강화된 서스펜션 시스템을 적용한 경우가 많다. 화물 운반보다 험난한 지형에서 안정성을 발휘하는 주행 성능을 갖춘 차량을 원하는 모험가들을 위해 오프로더가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픽업트럭도 지상고를 높이고 서스펜션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지만, 급격한 경사나 좁은 회전각이 필요한 상황에선 전통 오프로더가 좀 더 유리하다. 여기에 제품을 다양화하고, 세분화된 세그먼트에 최적화된 모델을 출시하고자 하는 제조사의 노력도 픽업트럭과 전통 오프로더를 구분 짓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가올 전기 오프로드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전기모터는 후륜과 전륜에 각각 배치하기 용이해 사륜구동 시스템에 탁월하다. 또한 전기모터는 강한 토크를 발휘해 저속에서도 힘을 필요로 하는 오프로드 주행에 유리하다. 배터리 기술도 점차 개선돼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 문제도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아직은 배터리 무게와 부피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친환경 측면에서 전기 오프로더는 배출가스를 줄여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자연을 탐험할 수 있게 한다.
전기차 장점 극대화한 G클래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대표적인 오프로더 G클래스에 전동화 기술을 더한 첫 번째 순수 전기차 ‘디 올 뉴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를 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이외에도 기존 G클래스의 강점으로 불리던 기능들은 여전하다. 회전 반경을 크게 줄여주는 기능, 차량을 거의 제자리에서 회전시켜 오프로드 길에서 유턴을 돕는 기능, 최적의 추진력을 유지하는 3단 지능형 오프로드 크롤링 크루즈 컨트롤이 대표적이다. 오프로더의 아이콘 G클래스는 기존의 강력한 성능과 견고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차 장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아 아웃도어 콘셉트카 ‘EV9 어드벤처’(오른쪽)와 ‘PV5 위켄더’. [기아 제공]
전기 오프로더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배터리 무게는 차량의 기동성과 주행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데,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가벼운 차량이 더욱 유리하기에 배터리 경량화는 중요한 과제다. 게다가 오지에서는 충전소를 찾기도 쉽지 않으니, 이동식 충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EV 오프로더로 소비자는 선택폭이 넓어졌다. 오프로드 전동화가 단순한 트렌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방향성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