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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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워지는 현대전 군장, ‘강화외골격 슈트’가 커버한다

근력 강화하거나 골격 보호하는 장치… 중국군이 가장 앞서 보급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5-09-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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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중국군이 공개한 선전 영상에서 강화외골격 슈트를 착용한 군인들이 행군하고 있다. 중국군 선전매체 캡처 

    최근 중국군이 공개한 선전 영상에서 강화외골격 슈트를 착용한 군인들이 행군하고 있다. 중국군 선전매체 캡처 

    영화 ‘아이언맨’이 현실화할 날이 머지않은 것일까. 영화에서처럼 전천후로 막강한 모습은 아니지만 ‘외골격 슈트(exoskeleton suit)’ 기술은 이미 상당히 진전됐고 일부 국가에선 시범 보급되고 있다. 최근 전장 환경의 변화로 일반 보병에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근력과 지구력이 요구된다. 전투용 장비가 다양해진 데다 그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각국이 전투원 개개인의 능력치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현대전 단독군장만 20㎏ 이상

    30발 탄창을 꽉 채운 M16A2 돌격소총은 무게가 4㎏ 정도다. 하루 종일 총을 들고 다녀야 하는 군인에겐 천근만근으로 느껴지는 무게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보다 약 450g를 줄인 M4 카빈소총을 개발해 지급했다. M4가 대량 보급되면서 카빈이 보병의 주력 무장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카빈이 가볍고 짧아 쓰기 편하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총에 각종 부가 장비를 장착하는 풍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군 소총을 보면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부가 장비가 장착돼 있다. 과거에는 총기에 각종 장비를 달려고 핸드가드나 상부 리시버를 개조했다. 요즘은 소총이 출고될 때 아예 피카티니 레일이나 M-LOK(엠락)이 기본 적용돼 개조 없이도 부가 장비를 붙이기 쉽다. 문제는 이들 장비를 하나 둘 장착하면 소총이 상당히 무거워진다는 점이다. 미군에 많이 보급된 TA01 저배율조준경의 경우 자체 무게만 450g이다. 요즘은 근거리 전투 조준을 위한 도트사이트와 원거리 사격용 배율 조준경을 함께 붙이는 게 일반적이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이 경우 조준경 무게만 해도 600~1000g이다. 여기에 레이저 표적 지시기, 전술 라이트까지 부착하면 소총 무게는 5~6㎏에 달한다. 최근 드론 대응용으로 많이 쓰이는 ‘스매시’라는 소총용 장비가 있는데 한 세트 무게만 1.2㎏에 육박한다. 

    보병이 짊어져야 할 장비는 소총이 전부가 아니다. 보병 1명이 휴대하는 탄약은 통상 180~210발로 30발 탄창 기준으로 6~7개다. 탄창 개당 450g 정도이니 7개를 휴대하면 소총 하나 무게와 비슷한 3.15㎏이 된다. 미군 방탄복인 IOTV 시리즈는 1개 무게가 16㎏에 육박한다. 방탄복을 입은 보병이 최소한의 탄약과 수류탄, 무전기만 챙긴 단독군장만 20㎏이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한국군이 오랫동안 사용한 일명 ‘X반도’ ‘Y반도’ 단독군장은 탄입대와 대검, 수통, 야전삽을 합쳐 5~6kg 정도였다. 단순 비교하면 보병이 짊어져야 할 무게가 3~4배 늘어난 셈이다. 

    심지어 이는 어디까지나 단독군장만 고려한 것이다. 여분 탄약과 식량, 텐트 등을 합친 완전군장 상태에서 무게는 30~40㎏까지 늘어난다. 오랫동안 체력을 단련한 특수부대원도 부담스러운 무게다. 아무리 근력과 정신력을 키워도 인체에는 한계가 있다. 군장 무게가 늘어 척추·관절 부상 환자가 빈발하자 세계 각국 군대는 보병 휴대용 장비의 무게를 줄이는 데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리 첨단기술을 적용해도 장비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외골격 슈트는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다.



    미국이 개발한 강화외골격 슈트 TALOS. 유튜브 채널 CNN 캡처 

    미국이 개발한 강화외골격 슈트 TALOS. 유튜브 채널 CNN 캡처 

    ‘무동력 외골격 슈트’ 이미 민간 보급

    외골격 슈트는 말 그대로 인간 근육 밖에 새로운 ‘뼈대’를 만들어 근력을 강화하거나 근육·골격을 보호하는 장치다. 크게 동력 없이 뼈대만 있는 ‘무동력 외골격’과 동력을 제공받아 움직이는 ‘강화외골격’ 두 종류가 있다. 무동력 외골격은 이미 산업 현장의 작업 보조 장비 또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보행을 돕는 기구로 쓰이고 있다. 각 나라 군대가 주목하는 유형은 강화외골격 슈트다. 현재 개발된 강화외골격 슈트는 금속·강화 플라스틱 소재의 외골격을 사용하는 방식과 아예 인공 근육을 만들어 착용하는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모두 배터리에서 힘을 얻기 때문에 사람 근육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낸다. 하반신에 부착해 무거운 군장을 지탱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는 물론, 전신 착용 형태로 각종 장비 사용에 도움을 주는 제품도 나왔다. 

    외골격 슈트 보급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서부전구 예하 제76집단군과 동부전구 예하 제73집단군에 각기 다른 유형의 외골격 슈트를 지급해 야전 운용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제76집단군에 배치된 모델은 무동력 외골격 슈트로, 착용자의 허리와 다리 전체를 감싸는 형태다. 동력식에 비해 극적인 근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지만 병사 하반신에 가해지는 무게를 절반 정도로 분산한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제73집단군에 배치된 강화외골격 슈트다. 중국이 공개한 영상에서 강화외골격 슈트를 착용한 병사는 72㎏ 무게의 부상자를 업고 전력 질주했다. 강화외골격 슈트를 착용한 또 다른 부대의 병사들은 저마다 80㎏ 군수품을 짊어지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이 외골격 슈트를 공격적으로 배치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가성비’가 괜찮기 때문이다. ‘첨단’ 냄새를 물씬 풍기는 외골격 슈트는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다.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도 파는 일반용 외골격 슈트는 저렴한 것은 100만 원대 초반, 고급형도 200만 원대 중반에 구매할 수 있다. 주로 하반신에 착용하는 이 외골격 슈트는 사람 다리를 움직이게 한다. 수백만 원만 들이면 수십㎏ 짐을 메고도 산을 뛰어다닐 수 있는 것이다. 늘 무거운 군장과 씨름해야 하는 군인에겐 대단히 매력적인 솔루션이다.

    미국 육군 병사가 드론 대응용 장비 ‘스매시’를 장착한 M4A1 소총을 겨누고 있다. 최근 전투 장비가 다종다양해지면서 보병이 감당해야 하는 군장도 무거워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 제공 

    미국 육군 병사가 드론 대응용 장비 ‘스매시’를 장착한 M4A1 소총을 겨누고 있다. 최근 전투 장비가 다종다양해지면서 보병이 감당해야 하는 군장도 무거워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 제공 

    7년 전 등장한 美 TALOS

    미국은 전신을 덮는 진짜 외골격 슈트를 개발하고 있다. 7년 전 등장해 야전 부대 평가까지 마친 ‘TALOS(Tactical Assault Light Operator Suit)’다. 전신을 감싸는 형태인 TALOS는 하반신은 물론, 척추와 목 부분까지 강화외골격이 적용됐다. 전기 힘을 이용하는 이 시스템은 강화외골격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신체의 60%를 감싸는 세라믹 복합 방탄 기능 △위성으로 연결되는 개인용 전술데이터 공유시스템 △착용자의 생체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는 바이오센서 장착 셔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냉각·발열 조끼 △사격통제시스템과 연동해 개인화기 명중률을 극대화하는 팔 부착형 조준 보조 도구 등이다.  

    TALOS는 현재 개발 중인 다양한 외골격 장치 가운데 ‘아이언맨’ 슈트에 가장 가까운 형태다. 이 슈트를 착용한 전투원은 자기 체중을 포함해 180㎏ 고중량 상태에서도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어지간한 소구경 소총탄이나 권총탄은 대부분 막을 수 있는 데다, 위성이나 드론이 탐지한 전장 정보를 실시간 전송받고, 조준 보조 도구로 백발백중 사격술을 발휘할 수도 있다. TALOS 같은 전신형 강화외골격 슈트는 대부분 선진국 군대가 추구하는 외골격 슈트의 기술적 종착점이다. 언젠가 외골격 슈트는 방탄은 물론 화생방 방호, 전신 위장 능력까지 갖추고 극한 환경에서 병사의 생명을 지키는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미국 TALOS는 현존 기술을 사용해 상당 수준으로 진화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못했다. 동력원 문제 때문이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슈트. 미국 등 선진국 군대는 이처럼 온몸을 감싸는 전신형 강화외골격 슈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IMDb 제공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슈트. 미국 등 선진국 군대는 이처럼 온몸을 감싸는 전신형 강화외골격 슈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IMDb 제공

    미국은 TALOS를 최소 12시간 이상 구동할 배터리를 확보하려 했으나 7년 전은 물론, 현 기술로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사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TALOS처럼 복잡한 강화외골격 슈트 대신 하반신 근력 증강에 집중한 간단한 장치를 우선 보급하는 이유도 배터리 문제 때문이다. 현 배터리 기술로는 하반신 장착용 강화외골격 슈트조차 3~4시간 움직일 수 있는 게 한계다.

    다만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전고체 배터리가 외골격 슈트의 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전고체 배터리는 같은 부피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폭발 위험성도 적은 차세대 배터리다. 업계는 2027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전고체 배터리가 대중화되면 강화외골격 슈트는 거의 모든 나라 군대에 필수품으로 보급될 가능성이 크다. 

    강화외골격 슈트 운명, 배터리에 달렸다

    그렇게 되면 단기적으로 보병 개개인의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하반신 장착용 강화외골격 슈트가 주류를 이룰 것이다. 그 후 중장기적으로는 상반신까지 감싸는 전신형 슈트가 표준으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최근 방탄복 보급이 늘면서 반세기 동안 널리 쓰인 5.56㎜ 소구경탄의 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총과 탄약이 다시 크고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병사의 온몸을 감싸 보호하는 전신형 강화외골격 슈트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강대국은 강화외골격 슈트 기술을 상당 수준까지 발전시켰다. 머지않은 미래 전장에서는 병사들이 아이언맨 같은 모습으로 뛰어다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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