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2

..

엔화·美 장기채 상승에 이중 베팅한 일학개미 곡소리

[김성일의 롤링머니] 엔화 약세 장기화와 금리인하 지연으로 손실 확대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장

    입력2024-06-04 09:02:46

  • 글자크기 설정 닫기
    [GettyImages]

    [GettyImages]

    닛케이225로 대표되는 일본 증시는 연초 이후 5월 26일 현재까지 16% 상승했지만, 일학개미(국내 일본 주식투자자)들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일학개미가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2621 ETF(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상장지수펀드), 일본 증시 식별번호 2621)가 연초 이후 9.8% 손실을 기록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일학개미의 2621 ETF 순매수 규모는 3억5451만 달러(약 4836억5800만 원)나 된다.

    필자는 지난해 말 ‘엔화로 투자하는 美 장기채 5000억 몰렸다’ 제하의 기고를 통해 2621이라는 일본 ETF 인기가 높아지면서 많은 국내 투자자가 큰 자금을 투자했다는 소식과 함께 투자 손실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일학개미가 2023년 초부터 11월 말까지 2621 ETF를 순매수한 규모가 4억490만 달러(약 5520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 장기채 엔화 투자자, 올 들어 손실 -9.8%

    당시 이런 인기 때문인지 국내 증시에도 2621 ETF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는 ETF들이 상장됐다. 2621 ETF는 해외 상장 ETF라서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 같은 절세 계좌에서는 매수할 수 없지만 국내 증시에 상장되면 가능하다. 총 2개가 상장됐는데 하나는 지난해 12월 상장된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이고, 다른 하나는 올해 3월 상장된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2621 ETF는 엔화로 미국 초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엔/달러 환율 변동을 헤지한 상품으로 일본 투자자가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할 경우 달러 등락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한국 투자자는 엔화로 환전한 후 일본 증시에서 2621 ETF를 매수하면 원/엔 환율의 영향을 받는 차이가 생긴다.

    국내 투자자가 2621 ETF에 투자한 첫 번째 이유는 엔화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1.89원으로 한국은행 통계시스템 기준 직전 3년(2021년 1월~2023년 12월, 매 월말 기준) 동안의 평균 환율인 984원과 최댓값인 1069원보다 많이 낮은 상태였으니 향후 환율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 초 이후 5월 26일까지 원/엔 환율은 912.66원에서 871.64원으로 4.5% 하락했다.



    지난 기고에서 2004~2007년 같은 추세적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했는데,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원/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기간은 크게 3번이다(그래프 참조). 첫 번째는 2003년 12월 말부터 2007년 10월 말까지 47개월간 약 29% 하락했다. 두 번째는 2011년 9월 말부터 2015년 5월 말까지 45개월간 42% 하락했다. 그리고 세 번째가 2020년 5월 말부터 현재까지로 49개월간 24% 하락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원/엔 환율이 하락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나, 과거 하락 기간이 4년 정도였으니 이제 반등할 때가 왔다는 식의 주장은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사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연의 일치일 개연성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환율 방향성을 예측하는 투자 방식이 매우 위험하다는 얘기다.

    일학개미가 2621 ETF에 투자한 두 번째 이유는 미국 장기 국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여름 이후 5.5%로 고정된 미국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국채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으며, 그사이 미국 장기국채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그 결과 2621 ETF 수익률은 연초 이후 9.8% 하락했다(표 참조). 이는 동일하게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상장 ETF인 TLT의 5.8% 하락보다도 크다. 환헤지를 비롯한 다양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유사한 상품이 있는데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은 올 초 이후 수익률이 -8.7%로 2621 ETF보다 1.1%p 덜 하락했으나 TLT보다는 2.9%p 더 하락했다. 국내 상장 ETF 역시 환헤지 상품으로 헤지 비용 등이 발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621 ETF가 상장된 이후인 2020년 10월 말 이후 현재까지 누적 성과를 보면 2621 ETF는 -46.4%,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은 -41.8%, TLT는 -38.6%다.

    환율 움직임, 전문가도 예측 어려워

    2621 ETF 같은 해외 투자상품의 실제 성과는 ETF 자체 성과에 원화 환산 가치를 추가로 더해야 한다. 지난해 말 원화를 엔화로 바꿔 2621 ETF에 투자했다면 투자 성과는 -9.8%(2621 ETF 성과)에 -4.5%(원/엔 환율 변화율)를 더한 -14.3%가 된다. 2621 ETF와 유사한 투자 효과를 갖는 국내 상품인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의 동일 기간 성과도 -14.6%로 유사한 수준인 이유는 ‘엔화 노출’에 따른 원/엔 환율 변화의 영향과 미국 30년 국채 성과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이다.

    엔화 노출이 아닌, 달러 노출 ETF 상품 성과는 어땠을까. 이런 상품은 원/달러 환율 상승이 미국 국채 가격 하락을 많이 상쇄한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 기준금리가 5.5%로 유지되기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 성과를 보면 TLT는 2.4% 하락했으나 2621 ETF는 7.8% 하락했다. 반면 국내 상장 ETF인 ‘ARIRANG 미국채30년액티브’는 달러 노출 영향으로 손실이 0.2%에 불과했다. 해당 기간 달러 환율이 1321.4원에서 1368.0원으로 3.5% 상승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물론 이 상품은 액티브 상품이라 기초지수를 그대로 추종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2가지다. 첫째, 방향성에 베팅하는 투자 방법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환율 움직임은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예측하기 어렵고, 각국 정부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따라 급격히 변하기도 한다. 둘째, 한 가지 자산에 투자금이 쏠릴 경우 감당해야 하는 위험은 훨씬 커진다는 사실이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