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임? 해볼게요’는 기자가 요즘 화제인 현상, 공간, 먹거리부터 트렌드까지 직접 경험하고 진짜인지 확인하는 리얼 체험기다.

최근 미국의 관세 위협과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영향으로 해외 투자액이 줄고 있다. GETTYIMAGES
6월 16일 토스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2026년 1분기 어닝콜 녹음을 틀자 실적 발표를 하는 운영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MTS 화면에는 “데이터 센터 매출은 390억 달러(약 53조 원)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습니다”라는 국문 번역이 노출됐다.
어닝콜은 기업 경영진이 화상 또는 전화회의를 통해 자사 실적을 발표하고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자리를 뜻한다. 해외 기업의 경우 현지 시간에 맞춰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가 내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MTS를 통해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시간으로 5월 29일 오전 6시 열린 엔비디아 어닝콜 역시 MTS를 통해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인공지능(AI) 분석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토스증권을 이용하는 직장인 이은식(29) 씨는 “실시간 번역 덕분에 해외 주식 정보를 꼼꼼히 챙기기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의 올해 1분기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965억4284만 달러(약 133조 원)로 전 분기 대비 약 13.88% 감소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과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영향으로 해외 투자액이 줄어들자 주요 증권사는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분야 강자는 누구일지 기자가 직접 토스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의 MTS를 사용하며 기능을 비교해봤다.
‘어닝콜 실시간 번역’ 등 AI 기반 서비스 눈길
토스증권 MTS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 5월 8일 출시한 ‘해외 어닝콜 실시간 번역’ 서비스다. 650여 개 기업의 어닝콜은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 주요 행사 내용을 녹음과 함께 AI 번역본으로 확인할 수 있어 유용했다. 6월 16일 기준 누적 이용자 수가 41만 명에 이를 만큼 화제몰이 중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가 언어 장벽 때문에 느끼는 불편함을 없애고자 마련한 서비스”라면서 “앞으로 종목을 더 확대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아쉬운 점은 기업별 어닝콜 일정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닝콜 예정 기업이 있으면 사흘 전부터 종목 페이지 상단에 ‘O월 O일 실적 발표 예정’ 메시지를 띄우는 게 전부였다. 반면, 역시 어닝콜 번역을 지원하는 KB증권의 경우 기업별 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편리했다. 실시간 번역 지원과 녹음본 공개 서비스는 없지만 어닝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실적 발표부터 질의응답까지 모든 내용이 원문과 번역본으로 업로드되는 방식이다. 또 MTS에서 ‘스탁브리핑’ 배너를 누르면 기업 IR(Investor Relations: 경영 상황, 재무 정보 등을 투명하게 알리는 활동) 자료와 주주 공지 사항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토스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2026년 1분기 어닝콜을 재생한 화면. KB증권 MTS 메인 화면에서 ‘스탁브리핑’ 배너를 클릭하면 기업 IR 자료부터 실적 발표 내용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왼쪽부터).
나무증권, 손안에서 만나는 월가 라이브
NH투자증권의 MTS인 나무증권은 5월 29일부터 미국 유명 애널리스트의 증시 분석과 전망을 들을 수 있는 ‘월가 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의 ‘글로벌 인베스터 네트웍스(GIN)’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는 형태로, AI 기술을 활용한 한국어 더빙과 국문 번역을 볼 수 있다. 나무증권을 이용하는 직장인 이모(26) 씨는 “월가 현지 분석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 유용하지만 해외주식을 처음 공부하는 투자자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나무증권은 이외에 미국 주식 급등락 원인을 한 줄로 요약하는 ‘왜 움직일까?’ 같은 서비스도 제공한다. 종목 페이지에서 차트 분석 AI ‘차분이’ 아이콘을 누르면 매매 전략 등 4가지 테마로 차트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눈에 띄었다.
NH투자증권은 6월 17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더 퍼스트 미디어데이: 해외 투자 새로고침’ 행사를 열고 해외주식 투자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글로벌 플랫폼과 제휴를 맺고 AI 활용을 핵심으로 삼아 해외 투자를 돕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소개한 3개의 MTS 해외주식 서비스를 간단히 비교해보면 기업 소식을 빠르게 파악하기에는 토스증권의 실시간 번역이 유용했다. 굳이 실시간 번역은 필요 없고, 유용한 내용만 골라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KB증권의 어닝콜 기능이 도움이 될 듯했다. NH투자증권은 해외 기업 및 증시 관련 분석 콘텐츠를 확인하기에 적합했다.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 MTS를 2가지 이상 활용한다면 투자할 종목을 꼼꼼히 따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