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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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광고, 아무 제약 없이 허위·과대 난무

[이학범의 펫폴리] 동물의료광고도 ‘의료광고 사전심의제’ 적용해야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5-04-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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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동물병원 광고는 사람 병의원 광고와 달리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는다. GettyImages

    동물병원 광고는 사람 병의원 광고와 달리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는다. GettyImages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에 붙어 있는 병의원 광고를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같은 곳에서 동물병원 광고도 종종 볼 수 있죠. 그런데 일반 병원 광고와 동물병원 광고에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있나요.


    의료법은 의료광고 기준 상세히 규정

    병의원 광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측 상단에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필’이라는 작은 글씨와 함께 일련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반면 동물병원 광고는 어디에서도 이런 문구를 찾아볼 수 없죠. 병의원을 광고하려면 사전에 의료광고 관련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동물병원은 이런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병의원 광고 심의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2007년 4월부터 의료광고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치과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대한치과의사협회, 한방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대한한의사협회가 각각 운영하죠. 병의원뿐 아니라 치과나 한의원도 광고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는 겁니다.

    의료법은 의료광고 관련 사항을 매우 자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56조(의료광고의 금지)는 ①의료기술 평가를 받지 않은 새로운 의료기술 광고, ②치료 효과를 오인할 수 있는 치료 경험담 등 거짓·과장광고, ③다른 의료인을 비방하거나 다른 의료인과 비교하는 광고, ④수술 장면 등 직접적인 시술행위를 노출하는 광고, ⑤심각한 부작용 정보를 누락한 광고, ⑥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명칭을 표방하는 광고, ⑦소비자를 속이는 방법으로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광고, ⑧각종 상장·감사장을 이용한 광고, ⑨(공식 인증을 제외한) 인증·보증·추천을 받았다는 광고를 모두 금지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57조(의료광고의 심의)는 신문, 잡지, 현수막, 벽보, 전단, 교통시설·교통수단, 전광판, 인터넷 매체, 애플리케이션 등에 의료광고를 실을 때 사전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각 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사전심의를 수행하는 겁니다.

    반면 수의사법에는 이런 자세한 규정이 없습니다. 수의사법 시행령 제20조의2(과잉진료행위 등)는 과잉진료 행위, 허위·과대광고 행위, 유인행위(다른 동물병원을 이용하려는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를 자신이 종사하거나 개설한 동물병원으로 유인하거나 유인되게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지만, 의료법만큼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조항은 없습니다.

    법률상 광고에 관한 세부 기준이 없는 데다, 의료광고처럼 사전에 부적합한 광고를 걸러낼 심의기구도 없다 보니 동물병원 광고·홍보는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병원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니 허위·과대광고가 늘고 있습니다. 수술 및 시술 가격을 자극적으로 공개해 보호자를 현혹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물론, 수의학적 근거가 없는 치료법을 마치 대단한 치료 방법인 양 소개하기도 합니다. 학계 또는 수의사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격을 과대포장해 대단한 것처럼 홍보하거나 다른 동물병원과 수의사를 깎아내려 보호자를 유인하는 행위도 적잖게 발견됩니다.

    허위·과대광고 피해 소비자에게 돌아가

    최근에는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가 가입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동물병원 관계자들이 경쟁 동물병원에 대해 “별로라고 들었다” “문제가 많다고 한다” 같은 내용의 댓글을 쓴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해당 댓글에 비방하려는 동물병원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고 초성으로만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지역별 게시판이 존재하는 반려동물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상 초성만으로도 해당 동물병원이 어디인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피해 동물병원이 댓글을 쓴 동물병원 측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업무 방해로 고소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이에 수의사 사이에서 동물의료광고에 대한 더욱 자세한 규정과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군)이 동물병원 광고를 하려면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고, 거짓·과장광고 및 다른 동물병원에 대한 비방을 담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제도’와 같은 기준을 동물의료광고에도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수의사들은 크게 환영하며 해당 법안의 빠른 통과·시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허위·과대광고 피해는 고스란히 반려동물과 그 보호자에게 돌아갑니다. 법안이 속히 시행돼 부적합 광고에 따른 피해가 줄어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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