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홍태식]](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80/76/5a/6780765a1c34d2738250.jpg)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홍태식]
이와 관련해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1월 6일 인터뷰에서 “AI 칩 시장에 브로드컴이 독점력을 가진 새로운 영역이 생겨났다”며 “상반기 빅테크의 자본적지출(CAPEX)이 꺾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브로드컴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더라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올해 브로드컴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로드컴에 대해 ‘2025년 가장 중요한 주식’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AI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AI는 컴퓨팅 파워(데이터 처리 능력),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 3개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때 AI 성능 강화에 1순위로 중요한 것이 컴퓨팅 파워다. 빅테크 AI 군비 경쟁은 바로 이 컴퓨팅 파워 스케일업을 위해 ‘누가 엔비디아 GPU를 가장 많이 사서 데이터센터에 넣느냐’로 요약된다. 문제는 엔비디아가 연간 생산할 수 있는 GPU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엔비디아 GPU를 못 구한 기업들은 자체 설계 칩을 검토할 수밖에 없고, 그게 바로 브로드컴이 강점을 가진 ASIC이다.”

인수합병으로 AI 칩 노하우 집약
성능이 좋다기보다 엔비디아 AI 칩이 모자란 게 가장 큰 이유인 건가.“그렇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AI 칩 용도가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론’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AI 칩이 더는 학습 때만큼 고사양일 필요가 없고, 그러다 보니 GPU보다 범용성은 낮지만 싸고 전력 소모가 적은 ASIC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브로드컴은 언제부터, 어떻게 ASIC 기술력을 갖추게 됐나.
“브로드컴은 원래 통신용 칩을 만들던 기업이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등에 들어가는 칩을 만들었다. 그러다 2015년 아바고테크놀로지에 인수됐는데, 당시 아바고가 사명을 인수한 회사 이름인 브로드컴으로 바꿔 달았다. 아바고의 강점은 인수합병(M&A)을 굉장히 잘한다는 것이었다. 브로드컴 인수 후 서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여러 솔루션 기업을 계속 사들였다. 이후 서버 기업으로서 고객사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납품하고, 둘 사이 호환성을 높여야 하기에 기본적으로 그 안의 칩 설계 능력을 갖추게 됐다.”
‘저전력 칩 강자’ 애플도 러브콜
마벨테크놀로지 등 경쟁사를 제치고 브로드컴이 선택받은 이유는.“AI 칩 설계를 잘하는 기업은 많다. 그럼에도 왜 유독 브로드컴으로 몰리느냐면 세부 솔루션 기업을 적극 인수합병하면서 각 사의 노하우가 브로드컴에 집약됐기 때문이다. 노하우라는 건 결국 지식재산권(IP)이다. 브로드컴을 쓰면 여러 IP를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즉 고객사가 자사 필요에 맞는 솔루션을 요구해올 때 이를 모두 맞춰줄 수 있는 회사가 브로드컴인 것이다. 가동 측면에서도 그렇다. 서버는 첨단 제품이지만 어떤 면에선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다. 정전이 나면 절대 이전처럼 안 돌아간다. 그래서 이걸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기술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또 버그가 출현했을 때도 수많은 컴퓨터가 병렬로 연결돼 있기에 정말 다양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그 레시피를 브로드컴이 가장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추가로 브로드컴은 자사의 정체성인 통신에 큰 강점이 있다. AI 칩은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 인터페이스가 매우 중요하다. 프로세서 성능이 아주 좋아지다 보니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불러오는 속도에 병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때 이 HBM 인터페이스 설계에서 엔비디아 다음으로 뛰어난 기업이 브로드컴이다. HBM에 대한 컨트롤 기술, 그게 굉장한 노하우다.”
지금까지 어떤 빅테크가 브로드컴과 손을 잡았나.
“일단 2024년 브로드컴의 ASIC 매출이 122억 달러(약 17조8000억 원)다. 전년 38억 달러도 큰 규모인데, 이렇게 늘었다는 것은 고객들이 ‘파운드리’ 하면 다 대만 TSMC를 찾아가듯이 ‘자체 칩 개발’ 하면 브로드컴을 찾는다는 소리다. 가장 오랜 고객사는 구글이다. 구글 자체 AI 칩 TPU를 오랫동안 만들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고객은 바이트댄스다. 바이트댄스는 중국계 기업이다 보니 AI 클러스터를 꾸리고 싶어도 엔비디아 칩을 잘 못 구한다. 그래서 브로드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 애플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브로드컴을 낙점했다는 설이 유력한데, 이 부분이 매우 놀랍다. 저전력 기반 칩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기업이 왜 굳이 브로드컴 손을 잡았을까 하는 것이다. 애플은 디바이스, 즉 에지(Edge) 쪽 칩은 아주 잘하지만 서버용 칩에 대한 경험은 없다. 서버 쪽에서 브로드컴의 노하우와 경험을 인정한 것이다.”
향후 엔비디아 AI 칩 공급이 충분해지면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까. 또 지난해 엔비디아도 ASIC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엔비디아 호퍼 칩이 개당 4000만 원 정도 한다. 서버 한 랙을 꾸리는 데 30억~40억 원이 들어간다. 이런 서버로만 데이터센터를 꾸린다고 생각하면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또 향후 빅테크에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이 생겨남에 따라 자사에 최적화된, 정형화되지 않은 칩이 필요할 것이라서 전부 엔비디아 범용 반도체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비싸고 효율만 떨어진다. 그래서 엔비디아 칩 공급이 늘어도 브로드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또 엔비디아 ASIC 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브로드컴이 엔비디아 시장점유율을 빼앗을 것이라는 전망은 어떻게 보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건 맞는데, 시장을 빼앗아 온다고 하기는 애매하다. AI 칩 시장의 연간 성장 속도가 엄청나다. 시장이 6~7년 안에 10배 이상 커질 텐데, 당연히 엔비디아가 모든 칩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이때 ASIC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엔비디아가 못다 한 공급을 담당하게 되고, 그래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7~8년 뒤에는 우리 시장점유율이 70% 이하로 떨어질 게 자명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그땐 AI 칩 시장이 10배 이상 커질 거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SK하이닉스에 HBM 공급 요청
중국 매출 비중이 큰 건 브로드컴의 약점인 것 같다.“브로드컴의 가장 큰 리스크다. 그런데 ASIC을 개발하려는 빅테크가 하나같이 브로드컴을 찾으면서 워낙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최근에는 우려도 상쇄돼버렸다. 지난해 (ASIC 매출이) 3배 성장했는데, 올해 100% 이상 성장한다고 하면 중국 매출이 빠지는 건 충분히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TSMC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지난해 초에도 TSMC 주가가 비싸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2배로 올랐다. 독점 기술을 갖고 있으면 계속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고, 실적도 성장한다.”
투자 관점에서는 브로드컴을 어떻게 평가하나.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밸류에이션도 높아졌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해 주가가 엄청나게 오른 빅테크도 밸류에이션이 그리 높지 않다. 왜냐하면 지난해 S&P500 기업 중 빅테크만 30~40% 이상 성장했고, 그 기업들이 이렇게 번 돈으로 지금 AI 군비 경쟁을 미친 듯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올해도 빅테크만 또다시 돈을 벌고 실적이 돋보일 것이다. 빅테크 CAPEX만 줄지 않는다면 엔비디아, 브로드컴 같은 기업은 잘 갈 수 있다. 다만 하반기는 모르겠다. CAPEX 컷이 있을 수도 있다.”
브로드컴 부상으로 함께 수혜를 볼 국내 기업이 있다면.
“일단 HBM 기업은 무조건 수혜를 본다. ASIC은 초창기에는 LPDDR이나 GDDR 같은 가성비 D램을 많이 썼지만 최근에는 HBM을 탑재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엔비디아나 AMD 정도만 보고 생산 계획을 짠 SK하이닉스에 브로드컴이 우리도 달라고 얘기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올해 SK하이닉스가 전년 대비 캐파(생산능력)를 보수적으로 40% 정도만 증설하려고 했는데, 브로드컴이 와서 삼고초려를 했다. 삼고초려를 했으면 계약 조건은 당연히 좋다. 삼성전자는 HBM 수혜를 볼 수 있지만, SK하이닉스만큼 좋은 조건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쪽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ASIC을 만들려면 팹이 필요한데, 지금 TSMC는 꽉 찼다. 엔비디아, 애플, 퀄컴 같은 기업을 비집고 브로드컴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조금만 잘하면 브로드컴 수주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 밖에 소부장으로는 에이직랜드, 가온칩스, 퀄리타스반도체, 필옵틱스, HB테크놀러지 등이 주목할 만하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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