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현재 가입한 금융사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용 중인 상품들을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금융사 퇴직연금 계좌로 옮겨갈 수 있는 제도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수익률이 더 높은 금융사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가입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만들어졌다.
물론 지금까지도 금융사 간 이동은 가능했지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해 수익률이 낮더라도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꾸려는 가입자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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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채권, 펀드, ETF 실물이전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되고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현 퇴직연금 계좌에 보유 중인 투자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정기예금의 경우 이자 손실을 감수하고 중도해지를 해야 했다. 펀드의 경우 매도 후 다시 매수하는 동안 자산가치 상승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있었다. 또 새로운 퇴직연금 계좌로 옮긴 후 다시 투자상품을 골라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불편함도 겪어야 했다.
다만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돼도 지켜야 하는 원칙들은 있다. 먼저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동일한 연금제도 계좌로만 가능하다. 확정기여(DC)형은 DC형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IRP로만 변경할 수 있다. 확정급여(DB)형은 제외된다.
DC형 계좌를 옮기려면 회사에서 선정한 퇴직연금 사업자가 어디인지를 확인한 뒤 그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변경할 수 있는 시기는 회사마다 다르다. 보통은 1년에 한두 번 기간을 정해 신청을 받는다. IRP 가입자는 원할 때 언제든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꿀 수 있다. 신청은 적립금을 옮겨 받을 금융사에서 하면 된다.
DC형 계좌에서 IRP 계좌로 옮기고 싶다면 같은 금융사에서만 가능하다. 만약 은행의 DC형에 가입한 사람이 증권사의 IRP 계좌로 퇴직연금을 환승하려면 DC형 퇴직연금 계좌를 동일 은행의 IRP 계좌로 갈아탄 뒤 증권사의 IRP 계좌에 가입하거나, 증권사의 DC형 퇴직연금으로 먼저 이전한 후 IRP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퇴직연금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모두 실물이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표 참조). 예금, 정부보증채권(국채·통안채 등), 회사채 등 채권, 원리금보장 파생결합사채, 펀드(MMF 제외), 상장지수펀드(ETF)는 계좌 이전이 가능하다. 반면 주식, 리츠, 주가연계증권(ELS), 금리연동형 보험, 디폴트옵션 등은 실물이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입자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퇴직연금 계좌 이동을 고려해야 한다.
실물이전 안 되는 상품 매도 시 손실 확인해야
은행과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종류를 늘리고자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탈하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가 예금이나 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더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ETF의 경우 은행에서도 거래가 가능하지만 증권사만큼 활성화돼 있지 않다. 현재 은행에서는 100~140개 ETF 거래가 가능하고, 증권사에서는 600~700개에 투자할 수 있다. 또 은행은 예약매매처럼 미리 주문을 넣어 해당 가격으로 나중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반면, 증권사에서는 ETF를 실시간 거래할 수 있다.
수익률을 높일 목적으로 퇴직연금 계좌 갈아타기를 한다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운용사를 고를 때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안정성이나 전문 상담이 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또 실물이전이 안 되는 금융상품은 매도 후 현금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금 손실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투자 수익률이 좋을 때는 꼭짓점일 수 있고, 그때 잘못 들어가면 비싸게 사서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너무 높은 수익만 추구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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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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