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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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 상승 여력의 50% 못 미쳐”

반도체 전문가 우황제 “엔비디아, GPU 가격 더는 올릴 수 없을 때 조정 시작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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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4-04-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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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인텔, 퀄컴, 구글 등이 ‘반(反)엔비디아 전선’을 형성해 AI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위한 오픈 소프트웨어 구축에 나선 가운데 4월 9일 인텔은 AI용 반도체 ‘가우디 3’를 공개하며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유리 기판 관련주까지 수급이 확산되는 추세다.

    반도체 트렌드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투자자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반도체 전문가 우황제 작가를 4월 12일 만나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을 알아보고, 주목해야 할 기업들을 분석했다. 우 작가는 연세대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반도체 소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반도체 투자전략을 담은 ‘현명한 반도체 투자’를 출간한 그는 여러 채널에서 반도체 관련 이야기와 투자전략을 전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 우황제 작가. [박해윤 기자]

    반도체 전문가 우황제 작가. [박해윤 기자]

    PCB보다 성능 뛰어난 유리 기판

    최근 반도체 관련주 가운데 유리 기판 종목에 수급이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칩 성능이 빠르게 고성능화되면서 기판 기술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칩을 붙이는 PCB(인쇄회로기판)는 PCB 업체들이 만드는데, PCB 업체들의 기술력이 반도체 기업처럼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기술은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 만드는 고성능 기판 인터포저다. 다만 인터포저 기판은 기존 PCB보다 단가가 10배 이상 높은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유리 기판이다.”

    유리 기판 성능은 어떤가.
    “유리 기판은 세라믹 소재로 만든 새로운 유형의 PCB다. 기존 PCB보다 성능이 진보했으며, 가격은 인터포저보다 저렴하다. 대표 기업은 대만 유니마이크론, 일본 이비덴, 한국 삼성전기 등 PCB 업체들이다. 여기에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들도 진입하고 있다. 유리 기판은 기존 PCB와 동시에 쓰이며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비메모리 일체형으로 진화

    차세대 반도체는 어떤 형태로 진화할까.
    “최근 반도체 트렌드는 칩 성능을 높이고자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최대한 가깝게 배치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칩 1개에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모두 넣을 것으로 보인다. PIM(Processing In Memory: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지능형 반도체)처럼 말이다. 다만 현 기술로는 하나의 칩에 고성능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모두 담을 수 없다. 학술대회에서 시제품을 만든 사례만 있다. 이런 차세대 반도체는 아무리 빨라도 다음 반도체 사이클 이후인 4~5년 정도 지나야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하나의 기판에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최대한 가깝게 붙여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대표 기술이 HBM이다.”

    최근 HBM 시장 경쟁이 가열되는 모습인데.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4세대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5세대 양산도 시작해 가장 앞서 있다. 그 뒤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따라가는 구조다. 그래서 HBM 시장이 점유율 싸움처럼 보이거나,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해야만 주가가 오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HBM 3세대, 2세대처럼 전 세대 제품도 현재 팔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서버용 GPU H100 대항마로 인텔이 개발한 가우디 3에도 지난 세대 HBM이 탑재된다. 만약 가우디 3 판매가 확대되면 삼성전자의 2세대, 3세대 HBM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더구나 HBM 시장은 차세대 제품뿐 아니라, 구형 제품까지 공급 부족 상황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상황이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차세대 제품은 당장 못 팔더라도 구형 제품을 원하는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10만전자도 가능하다고 보나.
    “반도체 기업 주가나 D램 가격, HBM 판매량을 예측하는 것보다 2027년 6월 30일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웃음). 다만 과거 메모리 사이클을 참고해보면 공급 부족이 시작될 경우 통상 메모리 반도체 판매 호황이 2년 넘게 지속된다. 이 기간 초중반까지는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삼성전자 주가는 메모리 상승 사이클에선 보통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서 2까지 올라가는데, 최근 삼성전자 PBR이 1.6을 돌파했다(그래프 참조). 그런데 PBR은 기업 순이익이 커지면 낮아진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PBR은 메모리 상승 사이클 구간에서 20%가량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현 PBR은 1.4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 여력의 50%도 못미친다고 볼 수 있다.”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HBM은 언제까지 경쟁력이 있을까.
    “2016년쯤 D램 산업에서 낸드플래시는 새로운 기술이었다. 현재는 HBM이 신기술이다. 신기술이 등장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을 뿐 아니라,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가 통합되는 기술도 가속화되고 있다. 10년 뒤에는 HBM보다 진화된 새로운 기술이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다만 당분간은 HBM이 고성능 메모리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계속해서 대만 TSMC에 밀리는 모습인데.
    “삼성전자 주식을 매매할 때는 파운드리 사업이 모멘텀이 돼선 안 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해 굉장히 작기 때문이다. 더구나
    3㎚급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1%도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향후 몇 년은 부진한 사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기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며 성장했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놓친 부분이 많다. 그 결과 TSMC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TSMC가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하는 금액이 삼성전자보다 3배 이상 많다. 1등 기업이 3배 이상 금액을 쏟아붓는데 무슨 수로 후발 주자가 따라갈 수 있겠는가. 현재 삼성전자 이익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결정짓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만 보고 투자해도 된다.”

    삼성전자 실적에 파운드리의 영향이 없다는 얘기인가.
    “그런 뜻은 아니다. 이번 메모리 사이클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실적 반등이 다소 늦었던 이유는 HBM보다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부진이 사이클에서 반등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정도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언제쯤 5세대 HBM3E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나.
    “삼성전자는 1분기 이후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2~3분기까지 늦춰질 듯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구형 HBM을 계속 공급만 해도 실적이 턴할 수 있다.”

    인텔 신제품 가우디 3 성능 뛰어나

    최근 인텔이 AI 반도체 ‘가우디 3’를 공개하면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가우디 3는 엔비디아의 GPU H100 대항마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H100보다 성능이 50%가량 높다. 인텔은 GPU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쪽에 강점이 있는데, 가우디 3는 CPU와 GPU 기술을 융합해 만들었다. 특히 GPU 작업 중 행렬연산을 집중적으로 처리한다. AI는 많은 양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우디 3는 이런 학습 과정에 최적화돼 있다.”

    인텔, 퀄컴, 구글 등 ‘반엔비디아 전선’은 엔비디아 천하시대에 마침표를 찍을까.
    “GPU는 엔비디아가 최초로 개발한 반도체로, 엔비디아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엔비디아 GPU 성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엔지니어들이 엔비디아의 프로그램 언어인 쿠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하는 AMD나 인텔이 치고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교하자면 한국인이 갑자기 스페인어로 책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그 결과 엔비디아가 독점에 가깝게 시장을 점유하게 됐고, 엔비디아 GPU 가격이 3~4배 이상 올랐다. AMD와 인텔도 엔비디아 못지않게 성능이 뛰어나고 전력 소모가 적은 GPU를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엔디비아 GPU를 대체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AMD와 인텔은 중소기업 같은 틈새를 공략 중이고, 그 틈새에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보나.
    “산업이 계속 성장한다고 주가도 따라 오르는 것은 아니다. 이차전지 산업은 향후에도 성장하겠지만 에코프로 주가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엔비디아 주가도 마찬가지다. 다만 경쟁 제품 등장으로 엔비디아가 더는 가격을 인상할 수 없을 때 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개월 안에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또한 엔비디아와 AMD, 인텔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한 곳이 잘나가면 나머지는 못 나간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향후 각 영역에서 강점을 키우며 동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현재 엔비디아 주가가 조정 국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현재는 단기 조정 국면이다. 주가는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정을 거쳤다가 또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다만 현 엔비디아 주가는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신규 매수보다 기존 보유자들 영역에 가깝다고 본다. 물론 엔비디아 주가가 못 오른다는 뜻은 아니지만 위험 요소가 많고, 대안 또한 많다.”

    엔비디아가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4’에서 공개한 블랙웰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현재 GPU 시장은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AMD와 인텔도 가격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1980년대 AMD가 인텔을 따라잡을 때도 가격으로 승부를 봤다. 처음에는 AI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좋은 GPU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싼 제품을 찾는 수요가 확연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업체들은 가격 인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도 이런 시장 상황에 맞춰 갈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업 주목해야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도래했다. 투자자들은 어떤 반도체 기업을 주목하면 좋을까.
    “개인적으로 15년 넘게 주식투자를 하면서 분기마다 250~350개 기업을 분석한 뒤 몇 개 기업만 뽑아서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1분기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실적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는 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기업이 많이 나타난다. 반면 1분기에 예상 실적보다 높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이 있다면 좀 더 주목해야 한다. 또한 1분기에 어닝서프라이즈가 많다면 이런 긍정적 시장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어닝서프라이즈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또한 현재 절반 넘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아직 호황기 사이클의 중반 또는 초중반에 속해 있다. 따라서 어닝서프라이즈 기업 중에서도 이런 반도체 기업을 주목한다면 좀 더 나은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닝서프라이즈 결과가 나온 뒤 투자에 나서면 뒷북칠 가능성이 크지 않나.
    “어닝서프라이즈 기업과 시장 기대치를 충족한 기업, 어닝쇼크 기업의 1년간 투자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어닝서프라이즈 기업의 평균 수익률은 어닝쇼크 기업보다 7배가량, 시장 평균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물론 어닝서프라이즈 기업이 모두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어닝서프라이즈가 호황 끝물에서 나온 기업은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반대로 시장은 관심이 없는데 어닝서프라이즈가 나온 기업은 1년간 수익률이 100~200%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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