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11월 S&P500 지수 상승률이다(20일 기준). 10월 31일(현지 시간) 4193.80이던 S&P500 지수는 11월 들어 빠르게 오르더니 20일 4547.38을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이 같은 급등세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시장의 공감대가 있다. 10월 물가상승률과 고용지표가 모두 둔화해 연준이 금리를 현 수준보다 더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증시 랠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달까지만 해도 가능성이 작아보였던 산타랠리(크리스마스 전후 증시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11월 21일 “연말 랠리는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며 “S&P500은 4600 이상, 나스닥은 현 수준(11월 20일 기준 1만4284.53)에서 10%가량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대두된 디플레이션 위기론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경기침체 징후로 증시 상승세가 연말까지 지속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지만 아직 디플레이션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는 쉽게 안 와
11월 들어 미국 증시가 강한 랠리를 보이고 있는데.“최근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생선가게 주인이 잠시 한눈판 사이 고양이가 생선을 재빨리 낚아챈 모습이라고(웃음). 투자자들이 10월 말 증시 흐름에 낙담해 손 놓고 있던 사이 (증시가) 급격하게 올랐다는 뜻이다. 물가상승률과 고용지표는 물론 국채금리, 달러 가격까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 S&P500 기업들이 3분기 6.6%에 달하는 이익증가율을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증시가 오를 만한 대외 환경이 갖춰졌을 때 기업들이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0’이라고 보면 되나.
“추가 금리인상이 종료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게 곧 금리인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0월 물가상승률과 고용지표가 전월보다 둔화한 것은 맞지만 이 지표가 금리인하로 이어질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거비는 여전히 6%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금리인하를 위해서는 최소 3~4%대로 내려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고용시장도 이전보다 살짝 식었을 뿐,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과열된 상태다.”
그럼에도 금리인하 시점이 내년 초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그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에 연준이 금리를 4번, 2.75%p 이상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UBS 전망에는 내년 디플레이션이 온다는 가정이 깔렸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지 않으면 금리인하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내년 4분기는 돼야 연준이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지 않을까 싶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 [박해윤 기자]
디플레이션, 리테일에 한정
디플레이션 위기론에 동의하지 않는 것인가.“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가 맨 처음 디플레이션 위기론을 촉발했다. 다만 이는 월마트에 한정된 얘기라고 본다. 리테일 기업 CEO 관점에서 월마트 고객의 소비 동향에 방점을 두고 한 말이라는 뜻이다. 월마트는 평범한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소비 둔화에 대한 체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연말에 전체 소비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빠졌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또 최근 들어 신용카드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할 만한 지표가 아직까지 없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내년에 침체가 있기는 할까’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디플레이션이 없다면 연말 S&P500 지수 4600 탈환이 가능할까.
“연말까지 랠리가 이어져 4600에 무난히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S&P500 평균 전망치도 4600 정도다. 이때 많은 투자자가 ‘얼마 안 남았네’ ‘먹을 게 별로 없겠네’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는 지수에 대한 베팅이라는 것이다. 개별주, 빅세븐 같은 종목은 더 갈 가능성이 크다. 나스닥 지수 기준으로는 지금 올라온 수준(11월 20일 기준 1만4284.53)에서 10%가량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보험주 주목할 때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적 기대감에 주가도 이미 많이 올랐다.“지금 엔비디아 주가가 상승하는 것 자체는 타당하다고 본다.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동기 대비 6배, 매출이 3배 늘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가 더 갈지는 모르겠다. 기대가 너무 크다 보니 차분히 발표를 지켜보기보다 다짜고짜 매수를 외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어제(현지 시간 11월 19일) 주가가 2.25% 상승한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따라서 EPS가 시장 전망치인 3달러 중반(3.37), 매출이 161억 달러(약 20조9000억 원)를 맞춰도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엔비디아 주가는 11월 21일(현지 시간)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오히려 하락했다. EPS 4.02달러, 매출 181억 달러(약 23조5000억 원)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전일 대비 0.92% 내린 499.44달러에 장을 마감한 것이다. 시간외거래에서도 추가로 2.5% 떨어졌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로 함께 훈풍을 탈 섹터가 있다면.
“다른 섹터보다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반도체 섹터 전체가 유리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15 주문량이 나쁘지 않았고, 이에 중국 폭스콘의 생산량도 늘었다. 반도체 쪽 매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된다. 이를 증명하는 기업 중 하나가 인텔이다. 몸집이 크고 무거운 인텔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상승세가 엔비디아 못지않다.”
이 밖에 3분기 실적이 괜찮았고 4분기에도 주목할 만한 종목 또는 섹터가 있나.
“대다수 투자자가 흥미 없어 하지만 정말 괜찮은 업종이 있다. 바로 보험주다. 프로그레시브, 올스테이트, 처브 같은 보험사 주가가 최근 들어 굉장히 많이 올랐다. 일차적으로 미국 내 보험료가 인상됐고, 두 번째는 금리가 높은 채권으로 자산을 운용하면서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금리는 내년 하반기까지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한동안 보험주가 잘나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산타랠리를 기다리는 현 시점에 적절한 투자 팁을 알려준다면.
“요즘 ‘많이 오른 미국 증시, 나는 왜 포모(FOMO)일까’ 같은 내용의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투자자들이 최근 상승세를 놓친 이유는 10월 말 장이 빠질 때를 견디지 못하고 던졌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장이 워낙 빠르게 오르다 보니 랠리에 미처 올라타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전략은 어떤 방식으로든 발을 담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증시가 상승세라 투자하기 주저된다면 0.1주, 0.01주 이런 식으로 소수점 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 당장은 이렇게만 올라타보는 것이다. 그렇게 수익을 낸 뒤 나중에 추가 매수해도 결코 늦지 않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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