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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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해커 차명훈은 왜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들었나

포항공대 재학 시절 국제 해킹대회 3위 입상… 2014년 한국 첫 거래소 코인원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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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1-07-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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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코인원 사무실에서 차명훈 코인원 대표를 만났다. [조영철 기자]

    7월 2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코인원 사무실에서 차명훈 코인원 대표를 만났다. [조영철 기자]

    여기, 초등학교 입학 전 우연히 아버지의 컴퓨터(PC)와 사랑에 빠진 소년이 있다. 컴퓨터가 무척 좋았던 그 소년은 아버지의 PC로 게임 프로그램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에 빠져 지냈다.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정보올림피아드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포항공대에 진학해 해킹을 시작했다. 방학이 되면 동아리방에서 18시간씩 해킹을 공부했다. 그 결과 2009년 세계적 해킹대회인 데프콘(CTF)에서 3등에 올랐다. 한국인으로는 역사상 최고 성적. 그러곤 화이트해커 길을 걸었다.

    보안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었던 그는 세계적 암호화폐 거래소 일본 마운트콕스가 해킹당해 파산하는 것을 보면서 보안이 완벽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2014년 설립한 코인원은 한국 최초 암호화폐 거래소다.

    업비트, 빗썸과 함께 한국 3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을 이끄는 차명훈(32) 대표 이야기다. 그를 서울 용산구 코인원 사무실에서 7월 20일 만났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유일 오너이자 개발자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와 수학, 과학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컴퓨터를 유독 좋아해 독학으로 게임을 만들어보고, 초등학생 때부터 정보올림피아에도 출전했다.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공부가 무척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것과 잘하는 것, 진로 세 가지가 일치하기 쉽지 않는데 운이 좋게 다 똑같았다.”



    대학생 시절 국제 해킹대회에 출전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에서 가장 큰 해킹대회에 참가해 한국인으로는 제일 높은 성적인 3등을 거뒀다.”

    해킹대회 참가가 창업에 도움이 됐나.

    “해킹 동아리에 들어가 2년가량 공부한 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니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컴퓨터뿐 아니라 사업에도 관심이 있었나.

    “학창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우연한 기회에 비트코인을 접했다. ‘서버 없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말에 흥미를 느꼈다. 대다수 사람은 그 말을 무심코 흘려버리겠지만, 컴퓨터 전공이다 보니 ‘서버 없이 어떻게 가능해?’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서버 없이 돈을 주고받는 걸 프로그램으로 구현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뒤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해외에서 거래소 비즈니스가 생기고 있었다.”

    언제쯤인가.

    “2013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소인 일본 마운트콕스를 가보기도 했다. 결제회사 비트페이, 스마트 콘트랙트 기반 이더리움이 나오던 시기다. 한국 암호화폐시장은 당시까지 작았다. 보안 시스템과 프로그램 개발뿐 아니라 금융공학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 세 분야의 접점이었고 무척이나 흥미로운 비즈니스였다. 어느 분야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2014년 코인원을 창업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중 유일한 오너이자 창업자, 개발자다.

    “개발 이외 분야는 경험이 거의 없다. 다른 CEO들보다 경영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 경쟁사들은 연륜이 많고 경영에 대한 노하우가 깊다. 이런 부분을 채우는 것이 어렵지만 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올해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오너여서 좀 더 공격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영자에게 오너십이 있으면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할 수 있다. 오너가 아닌 경우 단기적 실적에 포커스를 맞추려는 경향이 생긴다.”

    비트코인이 3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암호화폐 시세를 어떻게 전망하나.

    “항상 하는 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이다(웃음). 30만 원이었다 20만 원이 됐을 때도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2017년 급등했다 2018년 급락했을 때 역시 길게 보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암호화폐가 있나.

    “처음 비트코인이 나오고 그다음 이더리움과 알트코인들이 나왔다. 최근 3세대 인터체인(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블록체인)이 등장했다. 그 후에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코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는 이런 코인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이 만들어지는 시기다. 숙성 단계로 올라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재미있는 앱이 나오는 것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정부의 거래소 규제 보수적”

    암호화폐 거래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실명거래계좌 등 조건을 갖춘 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마치고 수리를 받아야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특금법에 따른 신고·수리는 어떻게 전망하나.

    “거래소 신고는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금세탁방지와 보안은 코인원 창업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기에 신고와 수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코인원은 정부의 암호화폐 거래소 현장 컨설팅을 완료했다. 거래소 가운데 신고·수리를 가장 먼저 끝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더라.

    “순서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신고 기준을 보면 코인원이 가장 빨리 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가 다양한 암호화폐 규제를 내놓고 있다. 어떻게 보나.

    “정부의 스탠스가 보수적이다. 투자자 보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미국 거래소의 세금 리포트 제출이나 뉴욕에서 암호화폐 사업자에게 발급하는 비트라이선스처럼 납득할 수 있는 규제는 사업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현행법상 문제가 되는 것만 규제하고 의무는 부과하되 그 이외의 것들은 열어줬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코인베이스가 상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코인베이스를 부정적인 비즈니스로 여겼다면 상장이 쉽지 않았을 테다. 또한 지금 같은 시가총액이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도 코인베이스처럼 상장되는 거래소가 나오지 않겠나.

    “그렇다(웃음). 그러나 단기간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코인원도 상장 계획이 있나.

    “코인원은 재무적 투자자가 없기 때문에 상장이 시급하지 않다. 상장은 재무적 투자자가 엑시트(투자금 회수)하거나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경우 필요하다. 코인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단 1건의 외부 해킹 없는 코인원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중 유일하게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다크코인을 상장한 적이 없다.

    “창업 때부터 거래 수수료로 돈을 버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초기부터 보수적 상장 정책을 펼쳤다. 암호화폐 관련 정보가 많지 않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크코인이 자금세탁이나 범죄에 악용되면 투자자뿐 아니라 업계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크코인은 거래 익명성 보장을 강조한 암호화폐다. 거래 정보가 드러나지 않아 다크웹을 통해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

    최근 알트코인 상장폐지가 이어지고 있다.

    “코인원에서는 무더기 상장폐지가 없다. 최근 다른 거래소가 알트코인을 무더기로 상장폐지했다는 것은 돈을 벌고자 기준에 못 미치는 코인을 상장해왔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고 본다.”

    코인원은 국내 1호 암호화폐 거래소다. 업비트, 빗썸에 이어 3위다. 엄격한 상장 정책 탓에 3위에 머무르는 게 아닌가.

    “그렇다. 보수적 상장이 그 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후발주자들이 점유율을 높이려고 더 많은 코인을 상장했다. 그 회사들이 점유율에서 앞서가고 있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코인원은 2014년 설립 후 외부 해킹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비결은?

    “고객 자산이 오가는 거래소는 거래량을 늘리는 것보다 보안이 우선이다. 보안은 서버, 방화벽 등 모든 부분에 허점이 없어야 한다. 허점이 있다면 언젠가 문제가 반드시 발생한다. 집 창문이 열렸는데 현관문에만 잠금장치를 네다섯 개 설치한다고 안전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보안은 지금부터 강화하자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창업 때부터 보안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보안을 강조하다 보니 다른 거래소에 비해 가입 절차도 까다로운 것 같다.

    “투자자들이 코인원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고 여기는 부분은 계좌 개설과 관련해서일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한 거래소는 계좌 오픈이 간단한 것 같다. 그 부분은 차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제도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업 목표도 바뀌었나.

    “거래소 등록 후에는 투자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의무적으로 수집해야 하고 의심 거래는 FIU에 보고해야 한다. 올해는 이런 부분에 우선 신경 써야 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제도화 과정이 끝나면 사업 확장 폭이 커질 것이다. 그때는 금융권과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암포화폐 거래 서비스 이외의 사업 분야로는 어떤 게 있나.

    “채굴 트렌드가 스테이킹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이 디파이와 연계해 자산을 운영할 수 있다.”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의 약자)는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으로,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스테이킹은 암호화폐를 디파이에 예치해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동에 기여하면서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을 가리킨다.

    ※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전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창업 이야기는 매거진동아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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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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