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43·사진) 예스24 대표는 9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예스24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모바일 시대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이야기에 목말라한다”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형태의 창조로 지식 콘텐츠 시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 대표는 2012년 예스24 총괄이사, 전무이사를 거쳐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동안 전문공연장 운영 등 오프라인 공연 사업에 나서 매년 20% 이상 성장을 이끌었고, 업계 최초 모바일 커머스 앱(애플리케이션) 출시와 전자책 등 디지털 사업을 이끌며 안정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그는 급변하는 온라인·모바일 시장에서 새로운 바닷길을 열어야 한다. 인터뷰는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와 함께 1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대표를 맡은 지 5개월이 됐습니다. 예스24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요.
“일자리라는 게 사람들의 시간과 열정을 돈으로 환산하는 거잖아요. 어떤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곧 그 사람의 경쟁력인 거죠. 저는 많은 사람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개인이나 회사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봐요. 이제 예스24는 책을 파는 회사, 인터넷 1등 서점이란 슬로건을 넘어 ‘지식 콘텐츠 딜리버리(delivery)’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이를 위해 고객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예스24 하면 세계 최초 ‘전국 당일배송’을 시도한 회사라는 이미지가 큰데요.
“맞아요. 1999년 회사 창립 이후 한 번도 1등 자리를 놓친 적이 없어요. 미국 ‘아마존’보다 2년 앞서 세계 최초로 당일배송을 브랜드화했는데, 도서라는 상품의 특성상 자체 물류를 할 수 있어 가능했던 일이죠. 우리보다 매출이 훨씬 많은 쇼핑몰은 각기 다른 회사의 물건을 함께 묶어 팔고 배송하니까 당일배송이 어려워요. 그런데 이제는 ‘배송 수준’을 넘어서야죠.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편하고, 쉽게 지식을 전달할까’라는 화두를 매우 엄중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레벨의 콘텐츠와 융합”
▼화두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나요.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공간적으로 서로 다른 레벨에 있는 콘텐츠의 융합이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책이라는 ‘지식 매개체’를 판매하고자 스마트폰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거죠. SNS가 일반화된 지 6~7년 됐지만 최근에야 SNS를 통한 도서 마케팅이 자리 잡았어요. 카드뉴스나 짧은 동영상을 활용하는 식이죠.”
▼책을 많이 팔아야 하는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 처지에선 스마트폰은 경쟁 상대 아닌가요.
“맞아요. 스마트폰이 발달하고 세상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돌아가면 일반인이 책을 많이 안 읽어요. 그렇다고 세상 탓만 할 수는 없죠. 제 주변에 사업하는 분들 가운데 평소 ‘이래서 힘들다’며 시장 탓, 남 탓 하던 사람은 10년이 지나니 다 사라졌어요. 회사 문 닫은 거죠.(웃음) 저도 이런 변화를 세상 탓으로 돌리기보다 새로운 기회라 생각해 도전해보려고요. 스마트폰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이야기에 목말라하고, 많은 이야기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려 하잖아요. 자기 몸값을,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가장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연구해야죠. 그래서 모바일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창조, 즉 비교적 ‘캐주얼한’ 콘텐츠나 시사적 문제를 도서 판매와 결합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고요. 여기에 더해 지식 콘텐츠를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고민 중입니다.”
▼맞춤형 콘텐츠라면….
“예를 들어 AI가 책 내용을 분석한 뒤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거예요. AI가 분석한 내용을 전자책 형태로 만들어 제공하는 ‘라인업’을 갖출 겁니다.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왜 이 사람이 이 책을 읽었는지’를 분석한 뒤 비슷한 부류의 고객에게 ‘이런 내용이나 책이 필요하다’고 추천, 제공하는 거죠. AI가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건데,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회사와 R&D(연구개발)를 하면서 답을 찾고 있어요.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일이지만 가능성은 크다고 봐요. 기존 도서 추천 서비스는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온 플랫폼인데, 정확도와 실효성이 늘 의문이죠.”
드론의 江, 카셰어링
▼빅데이터와 AI를 적극 활용해야겠네요.
“빅데이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2007년 당일배송, 총알배송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도 사실상 빅데이터를 활용했어요.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연도별로 제목에 어떤 단어를 써야 책이 많이 팔리는지 알 수 있어요. 출판사의 요청도 있고 해서 이런 데이터와 트랜드 분석 자료를 제공 중입니다. 이왕 단어를 쓰려면 ‘이런 단어를 쓰라’는 거죠.”
▼출판업계에도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군요.
“2년 전부터 사람을 만나면 조만간 하늘은 ‘드론의 강’이 될 테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카셰어링(car sharing·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려 사용한 후 반납하는 제도) 회사로 성격이 바뀔 거라고 말했어요. 이젠 점점 그렇게 되고 있고요. 물론 4~5년 안에 로봇을 도입한다 해도 사람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에요.”
▼1등 비결은 뭔가요.
“확실한 건 투명하고 올바른 경영을 지향한다는 거예요. 지금도 오프라인 서점은 어음결제를 해요. 우리는 회사 설립 때부터 현금결제를 하고 있습니다. 투명 경영과 정당하고 깨끗한 경쟁을 하다 보니 많은 분의 공감을 사는 거 같아요. 당일배송은 물론, AI 분석 뒤 맞춤형 도서 추천 서비스도 세계 최초고, 스마트폰 앱 결제 서비스도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죠.”
▼지금은 많은 회사가 앱 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요.
“미국 애플 스마트폰을 중국 회사가 카피했다고 애플폰은 아니잖아요.(웃음) 다른 회사보다 앞서 스탠더드(표준)를 보여줬고,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앞서 잠깐 지적했지만,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특히 젊은 세대는 긴 글을 읽지 않는 거 같아요. 이런 젊은이들이 조만간 출판시장의 주요 고객이 될 텐데, 변화된 고객 환경에 대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제 주위에 이른바 상위 1%에 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TV를 포함해 집에 있는 모든 스크린을 없앴다’는 사람이 많아요. 보채는 아이에게 20분짜리 ‘뽀로로’ 만화영화(유아용 TV 애니메이션으로 제목은 ‘뽀롱뽀롱 뽀로로’)를 보여주면 딱 20분만 몰입하고 다시 보챈다는 거예요. 그분들은 어릴 적부터 장편소설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고, 그 ‘읽는 힘’으로 고소득자가 됐다고 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마케팅에 활용하려고 마케팅팀 직원들에게 말하니 절반이 ‘우리 집도 TV를 없앴다’고 하더군요. 일부 지역에는 스마트폰 없는 ‘노 스크린’ 대안학교가 생겼는데, 그 학교를 만든 사람이 IT(정보기술)로 돈을 번 사람들이라고 해요.”
▼그런가요?
“재밌죠? 인터넷은 정보나 출처가 명확지 않고, 성공한 사람은 대부분 책이나 전자책을 읽어요.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화, 인터넷의 ‘휘발성 콘텐츠’보다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팔리고 오래 읽히는 책은 분명 이유가 있는 거고, 그런 책을 많이 읽으면 중·장기적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봐요. 그 이치를 젊은이들에게 알리는 게 우리의 목표가 되겠죠.”
나의 가치를 높이는 책
▼아무래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심사숙고하긴 어렵죠. 책은 행간의 의미를 알게 하고 깊이 생각하게 하니 아날로그 정서에 어필해야겠네요.
“맞아요. 자신의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자기만의 ‘스킬 세트’를 가지려 노력하는 젊은이가 많아져야죠. 책을 읽으면서.(웃음)”
▼외환위기 때 많은 동네 서점이 문을 닫았고,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생기면서 동네 서점이 더욱 위축되고 있는데요. 지역 동네 서점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도 많아졌고요.
“1970~80년대 동네 서점은 지역의 ‘지식 전달소’ 구실을 했는데, 세상이 바뀌면서 많이 어려워진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동네 서점을 지원하는 지자체 조례 제정이나 지역 도서관 대량 납품 식의 영업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오랫동안 동네 서점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연구했어요. 현재는 정부와 함께 어음 대신 현금 거래로 동네 서점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사실 지금도 동네 서점에 들어가는 책은 그 동네에서 팔릴 확률을 고려한 게 아니라, 책을 공급하는 총판이 안 팔리는 책을 밀어내는 경우가 많아요. 효율적인 판매와는 거리가 멀죠. 따라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잘 팔리는 책 종류를 알려주는 식의 상생 노력을 하려 해요.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못사는 나라일수록 책을 사기 어려워요. 동네 서점과 대형 서점이 상생해야죠.”
▼모바일과 인터넷 환경에서 책이라는 아날로그 상품을 파는 회사인 만큼 직원 인재상도 조금 다를 거 같아요.
“우리는 주로 공채 사원을 뽑는데, 저는 항상 ‘자신이 하는 업(業)의 정의를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생각하라’고 요구해요. 끊임없이 발전하도록 노력하는 사람, 새로운 스킬 세트를 찾으려 하는 사람이 인재상입니다. 예를 들어 구멍가게 CEO(최고경영자)가 해외 업체를 인수한다든지, 회사를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자신의 현 약점과 제약을 극복하고자 새로운 스킬 세트를 확보하는 거죠. 그래서 업을 정의할 수 있게 되면 스스로 할 일을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스킬 세트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아마존’ 같은 회사 안 생기는 이유
▼업에 대한 정의를 생각하다 포기하면 어떻게 되나요.
“보통 스마트폰에는 20~30개 앱이 들어 있죠. 사람의 머리는 3만~4만 개를 띄울 수 있을 거 같아요. 복잡하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은 계속 돌고 있죠. 힘들고 복잡할수록 생각을 멈추지 말고 10~20년 화두 삼아 끌고 나가면서 답을 찾는 게 중요해요. 입사 때부터 업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내릴 수 있을 때까지 집중하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유도하는 거예요. 내 목소리로, 내 글로 쓸 수 있게 하는 거죠. 2014년 미국 해군 제독이 텍사스대 졸업식에서 한 연설이 요즘 유행인데, 그분은 매일 아침 침대 정리를 잘하라고 해요. 아침 침대 정리만 잘해도 과업을 완수한 거고, 그 뿌듯함으로 새로운 용기를 얻는다는 거죠. 지친 하루를 마치고 막사로 돌아오면 정돈된 침대를 보면서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매일매일 ‘이기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봐요. 매일 이기고, 지면 열심히 고민해 다음에 이길 수 있도록 해야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그가 말한 미국 해군 제독은 윌리엄 맥레이븐 텍사스대 총장이다. 그는 2014년 5월 17일 졸업식 연설에서 침대 정리 같은 아주 사소한 일을 실천하는 게 우리 삶과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맥레이븐 총장은 1977년 이 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학군단(ROTC)을 통해 해군 장교로 임관해 미국 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오사마 빈 라덴 체포작전을 지휘했다. 37년 군 생활 동안 거의 모든 특수전 분야의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자국에서 명성을 쌓았다. 그의 연설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1000만 건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등 중소기업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을 거 같은데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나라에는 왜 아마존 같은 기업이 안 생기느냐’고 물어봐요. 중국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의 위세가 대단하죠. 미국에서 지내며 경험(김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에서 정보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한 것과 종합해보면, 이들 나라는 새로운 사업이 태동하면 먼저 ‘일단 할 거는 다 하라’고 한 뒤 어느 정도 시장이 커지면 규제를 해요. 우리나라는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면 일단 테두리를 긋고 ‘여기 안에서만 일해’라고 하죠. 어느 방식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존은 검색부터 배송까지 모든 영역을 다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정부가 교통정리를 하다 보니 그 영역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작은 회사들이 생기죠. 세상은 4차 산업혁명으로 달려가는데 우리는 산업화 시대의 법 테두리를 유지하다 보니 큰 경쟁력을 갖는 회사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예요. 국가적으로 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역이 될 만한 회사도 안 만들어지고…. 세계 각국 1등 기업은 산업화시대 규칙을 깨면서 생겨나요. 50년 뒤 ‘각종 규제와 제약을 제거했으면 더 풍요로운 나라가 됐을 걸’ 하고 후회하기 전에 그런 제약을 함께 없애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최근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의 주식 200만 주를 100억 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는 공시가 났어요, 그렇게 되면 320만 주를 보유하게 되는데요.
“인터넷 쇼핑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어요. 초기 카카오뱅크에 투자할 때도 카카오뱅크가 은행 정의를 재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카카오뱅크를 처음 봤을 때 느낀 점은 간결함이었어요. 카카오만의 DNA가 살아 있다는 느낌…. 카카오뱅크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세상을 바꾸는 일 가운데 하나라 생각했고, 주주보다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한 거예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서비스가 될 거 같고, 참여하면 일을 같이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