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 몰테일 물류센터. [몰테일]
직구 대행업체, “코로나로 직구 72% 늘어”
해외 상품 구매 대행과 직구 배송 대행 전문업체인 코리아센터 몰테일은 “올해 3분기까지 직구가 전년 동기 대비 72.6%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소비자들의 직구 신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이 업체의 상반기 직구는 88만2000여 건. 전년 동기 대비 38.1% 늘었는데 하반기로 갈수록 구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4분기에는 블랙프라이데이(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로,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시즌이 시작되는 날)와 사이버먼데이(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 후 첫 월요일) 등 할인 이벤트가 몰려 있는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을 가기 어려운 소비자가 많아 3분기보다 훨씬 더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거래하는 품목 중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인 ‘GNC 남성용 아르긴맥스 캡슐’, 머리 감은 뒤 바르는 ‘모로칸오일 헤어트리트먼트’, 침대 매트리스로 사용하는 ‘템퍼페딕 3인치 템퍼 토퍼 슈프림’. 이 밖에 코로나19 여파로 3중 필터 일회용 마스크, 손 소독제, 체온계, 자외선 소독기 등 위생용품의 직구도 지난해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몰테일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판매가 원활하지 않았는데, 하반기 들어 할인 행사가 이어져 의류와 패션잡화 품목의 직구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직구를 통해 국내와 다른 할인 혜택과 함께 제품 선택의 기회를 얻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조경아(36) 씨도 올해 들어 벌써 4번 의류와 패션용품을 직구로 구입했다. 조씨는 “올해 유난히 폴로와 타미힐피거 등 미국 의류 브랜드의 세일 폭이 커 여러 번 직구로 구입했다”며 “세일 시기에 의류를 직구하면 국내에 비해 7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무엇보다 제품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올해 전체 직구 통계는 관세청과 통계청이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직구 규모는 2123만 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 늘었다. 거래 금액도 전년 1조4613억 원(약 13억2000만 달러)에서 1조7482억 원(약 15억8000만 달러)으로 2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은 279조3213억3000만 원(약 2523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수입액이 감소했는데도 직구는 늘었던 것. 이런 성장 추세에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러 직구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직구로 물건을 구입하는 곳의 절반 가까이는 미국에 있는 쇼핑몰이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가 이용한 직구 사이트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937만8000건으로 전체의 46%였다. 이는 중국(33%)과 유럽(12%)을 합친 비율보다 높다. 11번가에서 아마존 직구 서비스를 시작하면 미국산 제품을 판매·유통하는 국내 전자상거래 사이트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직구 1위 건강기능식품, 2위 식품, 3위 의류
국내 직구족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아마존의 베스트 건강기능식품.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직구로 반입하는 건강기능식품은 지난해 상반기 373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으며, 단일 국가의 단일 품목으로는 국내 직구족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지금도 여전히 높아 보인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서준희(42) 씨는 “병원에 가기 어려운 미국은 각종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이 좋다고 해서 아마존에서 가족 영양제를 대부분 구입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국내 영양제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11번가가 아마존과 연결되면 국내 소비자는 직구족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11번가는 아직 서비스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기대는 컸다. 아마존의 국내 진출 기사를 접한 소비자들의 댓글 반응을 살펴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바람직한 시장 현상” “배대지(배송대행지)보다 낮은 배송료 서비스만 제공해도 성공할 듯” “아마존 한국 진출 대환영” 등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소비자가 많다.
11번가 관계자는 “아직 아마존 직구 서비스 시작 시기나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부분이 없다”며 “서비스 준비가 되는 대로 상세한 내용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이 한국에 안착하려면 깐깐한 소비자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최근 미국 직구를 시작한 정재연(45) 씨는 “코로나19 초기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구입하려고 직구를 시작했다”며 “앞으로 11번가에서 아마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직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미국 아마존 가격대로 국내에서도 판매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댓글에서도 “직구보다 비싸게 팔면 성공 못 할 듯” “수수료가 몇 % 붙을지 궁금하다” “이베이의 지마켓과 옥션도 국내 다른 e커머스와 다른 점이 없다. 아마존도 비슷할 듯” 같은 반응이 눈에 띈다.
11번가에서 아마존 직구 서비스가 시작되면 기존 직구족뿐 아니라 직구에 손대지 않았던 소비자들의 관심도 끌 수 있다. 다만 국내 소비자가 만족하는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을 선보여야 상륙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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