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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라는 용어는 미국의 기업용 결제 및 정산 솔루션 기업인 주오라(Zuora)의 창립자 티엔 추오(Tien Tzuo)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구독경제를 “제품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고객은 구매자에서 구독자로 전환하는 산업환경”이라고 정의했다. 매월 일정액의 구독료를 내면 무제한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영상 콘텐츠 플랫폼인 ‘넷플릭스’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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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시 구독경제 서비스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e커머스 기업 ‘쿠팡’은 2015년 3월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아동용품을 비롯해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용품 등 총 17가지 카테고리의 다양한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준다. 쿠팡 관계자는 “IT(정보기술)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서비스가 강점으로, 배송 날짜와 배송 주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언제든 정기배송 일자를 바꿀 수도 있다. 현재 서비스 이용자는 약 40만 명”이라고 전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구독경제 서비스 10개 분야, 53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구독경제 서비스 이용이 31% 증가했다. 이용 비중은 음악 스트리밍 44%, 동영상 콘텐츠 32%, e북 스트리밍 12%, 온라인 PT(퍼스널트레이닝) 4%, 화장품 정기배송 3%, 기타 5%였다. 2개 이상 분야에서 구독경제 서비스를 이용한 연령대는 20대 남녀가 가장 많았으며, 특히 20대 여성 비중이 4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주춤하던 화장품 정기 구독경제 서비스 되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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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정기 구독경제시장은 2010년 미국의 ‘버치박스(birchbox)’가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월 10달러를 내면 여러 개의 화장품 샘플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줘 반향을 일으켰고, 지난해까지 100만 명 넘는 구독자가 유입될 만큼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도 2011년 ‘글로시박스’, 2012년 ‘미미박스’가 생겨났고 일명 ‘◯◯박스’로 불리는 화장품 정기배송 서비스가 속속 등장됐다. 하지만 대표주자였던 미미박스는 현재 자체 브랜드 사업과 더불어 화장품 유통몰로 전환했으며, 관련 업체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이에 대해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시 화장품 정기배송 서비스가 저가부터 고가까지 여러 브랜드가 섞여 있다 보니 소비자는 물론, 업체 간 저항감도 있었다. 또 이로 인해 제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기고 비용 경쟁이라는 고충까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샘플 중심의 운영 방식 역시 시장이 커지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국내에서 위축 국면의 화장품 정기배송 서비스가 되살아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장품업계는 새로운 성장 채널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수익이 남는 구조라 안정적인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된다. 또한 구매력을 갖춘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도 잘 맞는 경제 패러다임이다. 저성장에 익숙한 이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고 실속을 챙기려는 성향이 짙으며 모바일에 익숙하다. 화장품을 구독하면 취향에 맞는 제품이 간편하게 집으로 배송되는 만큼 제품을 고르는 데 쓰는 시간과 노력도 절약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대형마트에 입점하거나 홈쇼핑에만 나가도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통환경이 달라졌다. 정기 구독경제 서비스는 정기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상품 가입 시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이라 소비자가 해지하기 전까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업체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역시 매번 번거로운 구매 과정을 생략하면서 효율적인 구매가 가능하고, 가격 할인 등의 혜택도 볼 수 있다. 결국 기업과 소비자가 윈윈(win-win)하는 사업 모델이라는 얘기다.
맞춤 제품 보내주는 스타트업, 나날이 성장
‘톤28’은 피부 데이터 측정 결과에 따라 화장품을 제조해 10일 안에 배송해준다. [사진 제공 · 톤28]
‘톤28’은 소비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피부 진단을 신청하면 ‘바를거리 가이드’가 24시간 안에 연락해 직접 찾아간다. 그 후 얼굴 부위별(T존, O존, U존, N존) 피부 데이터를 측정한 뒤 기후 알고리즘을 예측해 제품을 맞춤 제조한다. 완성된 ‘맞춤형 바를거리’를 측정 후 10일 안에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톤28’은 “기초 스킨케어만큼은 선호나 감성이 아닌, 피부 진단 결과에 따라 빅데이터로 분석해 제조한다”고 강조한다. 이 업체는 불필요한 스킨케어 과정을 줄이고 피부 부위별 특성에 맞는 제품을 제안한다. 적게는 단 1가지, 많게는 4가지로 피부 관리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천연성분을 기본으로 화학방부제와 인공향, 인공색소는 배제하고, 천연 유래 보존제와 천연 유화제를 최소한으로 첨가했다고 한다. 모두 밀레니얼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파고든 요소로 꼽힌다.
‘톤28’ 관계자는 “2016년 8월 오픈 이후 연평균 성장률(CAGR)이 51%를 기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5억 원가량 투자를 받았고,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와 해외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 유치 제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3년간 누적한 피부 측정 데이터와 기술력을 반영한 반(半) 맞춤(semi-custom) 화장품으로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재구독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 ‘바를거리’를 구독하다 레바논으로 파병 간 박모 씨도 “레바논의 열악한 기후에 피부가 많이 상해 재구독을 요청했고, 레바논 기후에 맞춰 제조된 제품을 받았다”고 전했다.
화학성분을 배제한 맞춤 화장품을 보내주는 ‘먼슬리 코스메틱’. [사진 제공 · 먼슬리 코스메틱]
기존 중소 뷰티 브랜드도 합류
6개월 구독이 기본 구성인 ‘먼슬리자올’은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오리지널 라인과 여성을 위한 우먼 라인이 있다. [사진 제공 · 자올 닥터스오더]
먼슬리자올은 6개월 기본 구성으로, 남녀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오리지널 라인과 여성 탈모를 위한 우먼 라인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기본 구성이 배송되고, 필요한 경우 제품을 추가하면 된다. 중도 해지 없이 6개월간 꾸준히 사용하면 6개월분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다. 탈모 관리 효과를 확인하려면 최소 6개월은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탈모 관리를 독려하고자 특별 구성을 계획했다고 한다.
정기배송 서비스와 함께 코칭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대일 스칼프 매니저인 ‘자올 링커’가 올바른 제품 사용법과 주기적인 변화를 매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 탈모 가이드를 제안한다. 자올 닥터스오더 관계자는 “구독자 수가 점차 늘어 전체 매출의 20~25%를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먼슬리자올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티에이징 브랜드 ‘셀몽드’는 마스크와 토너로 구성된 정기 구독경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제공 ·셀몽드, GettyImages]
유행 물결을 거스르지 못하는 대기업
‘1일1팩’ 트렌드에 맞춰 피부 고민에 따라 제품 선택이 가능한 마스크팩 배송 서비스인 아모레퍼시픽의 ‘스테디’.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적자 감수하는 맞춤 상품 큐레이션
소비자의 재구독률을 높이면서 시장에 안착하려면 피부 진단 테스트 같은 차별화된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사진 제공 ·톤28, GettyImages]
구독경제 서비스의 지속 여부는 소비자의 재구독률에 달렸다. 서용구 교수는 “소비자 만족은 기업의 적절한 상품 큐레이션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구독하게 하려면 데이터 가공 능력을 기반으로 최적의 제품을 제안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 맞춤형 제품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정현 교수는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구색을 맞추다 보면 기업은 엄청난 비용을 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구독경제도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만큼 초기 단계에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유저 풀(pool)을 확보하고 IT 등으로 비즈니스 성장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이 이 업계의 특성”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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