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이니까
하릴없이 떠도는 휴지조각
비닐봉지
나는 그것들 몰아가야 하니까
그대 삶 깊은 곳에
나는 머물 수 없으니까
그대 절망 그 깊은 곳에
나는 있을 수 없으니까
나는 바람이니까
나는 바람으로 가야 하니까
나는 돌아올 수 없으니까
돌아온다 하더라도
나는 이미 바람이 아니니까,
무명산천에 집을 짓자
하늘이 눈 아래 보이고
명주실 같은 바람이 이는 곳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 분의 시를 읽었다. 전집을 구해 읽고 한참 울었다. 뭐랄까…, 내가 너무 과분하게 살고 있구나 싶었다. 더 겸손해지고, 더 깊어져야 하리라. 왜냐하면 시인은 바람이니까,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이니까. ─ 원재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