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한 가게에서 오니기리를 사진 찍고 있는 야마시타 씨.
두 번째 만남은 서울 홍대 앞에 있는 일본식 음식점을 취재하는 날 이루어졌다. 음식점 여러 군데를 돌아보는데, 그도 덩달아 취재를 하게 된 것이다. 자주 접하는 홍대 앞 일본음식이라 내게는 별 신기할 것이 없었는데, 그는 이것저것 다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 나라 음식인데도 말이다. 그 반응이 하도 흥미로워 나는 일본음식이 아닌 그를 취재하게 됐다. “일본과 무엇이 달라요?”라는 질문이 자꾸만 쏟아져 나왔다.
야마시타 씨는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일본식 삼각김밥, 즉 오니기리 식당에서 여러 가지 오니기리를 먹으며 그 맛을 신기해했다. “일본에 없는 메뉴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오니기리 차이점도 말했다. “일본은 밥의 맛을, 한국은 밥 속 양념의 맛을 중시하는 듯하다.” 왜 그런지 대충 감은 잡히지만 이를 설명하자면 꽤 긴말이 필요할 것 같았다. 민족 간 입맛 차이를 논하는 것은 참으로 복잡한 일이다.
두 번째로 그의 흥미를 끈 집은 꼬치구잇집이었다. ‘비장탄’이라는, 일본에서도 귀한 숯에 안데스 호수의 소금으로 간을 하는 식당이었는데 여기서 몇 가지 꼬치를 먹은 야마시타 씨는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닭꼬치류는 일본에서도 맛보기 쉽지 않다고 했다. 부위별로 잘라 냉동 유통하는 닭이 아니라, 싱싱한 닭을 주방에서 부위별로 다듬는 정성에서 오는 맛 차이가 클 것이다. 솜씨의 좋고 나쁨보다 어떤 재료를 쓰는지가 맛에서 더 중요할 수 있음을 그와 나 모두 확인했다. 꼬치를 열심히 먹던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일본에서 꼬치는 서민 음식이고 싸다. 꼬치를 손에 들고 고기를 입에 문 뒤 쑥 뽑아내 우걱우걱 씹어 먹는데, 한국에서는 꼬치 고기를 접시에 빼낸 뒤 아껴 먹는다. 그리고 비싸다.”
음식은 국경을 넘으면서 가격에 거품이 끼기도 하는데, 꼬치구이가 그런 음식 중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비싼 꼬치구이는 강남이나 홍대 앞에 최근 문을 연 집들 것에 한정된다. 일제강점기의 흔적으로 보이는 꼬치구잇집이 종로 뒷골목에 있는데 그곳 음식값은 싸다. ‘다음에 그곳으로 한번 데려가리’라 생각했다. 야마시타 씨는 샐러리맨이 퇴근 후 한잔씩 하는 도쿄 뒷골목의 꼬치구잇집 분위기를 말하는 듯했다. 종로 뒷골목에 있는 집이면 도쿄 뒷골목 꼬치구잇집과 흡사할 터다.
마지막은 ‘이자카야’였다. 일본식 홍등이 걸려 있고, 유리 끼운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는 주택가 모서리 술집이었다. 상호는 ‘카도야’. 2층이 가정집이라 외관부터 일본 동네 술집인 이자카야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식 안주에 일본 술을 마시니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앞에 일본인까지 앉아 있으니….
안주로 전갱이회를 주문했다. 일본에서는 국민 생선이라 할 만큼 흔히 맛있게 먹는 생선이지만 한국에서는 잘 먹지 않는다. 필자가 “이런 생선을 한국에서는 잡어라 한다”고 하자 그는 곧바로 “한국의 국민 생선인 조기가 일본에서는 잡어다”라고 받아쳤다. 전갱이와 조기를 두고 술자리에서 논쟁 아닌 논쟁이 길게 이어졌다. 그 맛없는 조기를 소금으로 간해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는 솜씨에 감탄했으며, 전갱이를 반(半)건조해 비린내 없이 구워내는 솜씨를 칭찬했다. 음식이란 이런 것이다.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르다. 여기에 우월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