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관훈클럽의 해외 문화유적 답사 지역은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였다. 첫 방문지가 이르쿠츠크에서 75km 떨어진 부랴트족자치구의 민속박물관이었다. 자작나무가 즐비한 시베리아 숲, 초원을 2시간 동안 가로질러 가며 봤던 서낭당과 솟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샤머니즘은 시베리아에서 찾아낸 종교 현상의 특징이면서 한국 문화의 바탕을 이룬다. 초자연적인 존재와 소통해 삶에 도움을 받는 샤머니즘을 지금도 바이칼 호수 일대에서 볼 수 있었다.
민속박물관에는 시베리아 샤머니즘 유물이 주로 전시돼 있다. 전시실은 옛 부랴트인의 주택과 러시아인의 목조가옥, 시베리아 원주민 중 하나인 에벤키족의 거주지와 예배당 등을 복원해놓았다. 부랴트인들은 방문객을 위해 남녀가 손을 잡고 둥글게 도는 춤을 췄다. 강강술래와 같았다.
2003년 6월 사진작가 김수남이 부랴트족자치구의 자작나무 숲에서 굿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은 당시 문화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지금은 ‘아주 특별한 때’만 굿을 하고 횟수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부랴트족은 본래 말을 매던 말뚝인 세르게에 오방색 천을 묶어 신목으로 만들면 지상과 지하의 신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집 안마다 있는 세르게 신목 앞에 ‘오보’라는 신성한 돌을 쌓으면서 샤먼을 데려와 굿을 했다. 대지의 신에게 바치는 제물은 소박한 돌 몇 덩이였다. 이 돌이 굿을 할 때마다 쌓이면 한국의 서낭당 모습과 흡사해진다. 부랴트족 샤먼은 놋쇠로 만든 둥근 거울을 목에 걸고 굿을 하는데, 우리도 굿을 할 때 제단에 청동이나 놋쇠로 만든 둥근 무당 거울을 놓는다. 비슷한 모습이다.
부랴트족자치구에서 샤먼은 이들의 영적 세계를 총괄한다. 그러면서 제사장 노릇을 한다. 시베리아의 영험한 샤먼은 사람과의 접촉을 꺼린다고 한다. 신령한 기운을 빼앗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랴트족의 굿과 가면을 연구한 전경욱 고려대 박물관장은 “부랴트족 샤먼과 한국 강신무는 신이 들리는 것은 같지만 한국은 신이 내려 공수를 하는 데 비해, 부랴트족 샤먼은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천계로 가서 신탁을 들은 후 속계로 와 이야기를 전한다”고 설명한다.
바이칼의 호반도시 리스트뱐카에서 전설의 샤먼 바위가 내려다보인다. 바이칼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안가라 강 어귀에 있는 이 바위는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장소였다. 안내자인 소냐는 “바이칼 호수로 흘러드는 물은 점점 많아지고 안가라 강으로 흘러나가는 물은 댐 건설 이후 점점 줄어들어 샤먼 바위가 갈수록 물에 잠기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칼 호수는 199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