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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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보직’ 이동통신사는 옛말… 인력 감축하며 ‘AI 회사’로 변신 중

KT, SKT, LG U+ 3사, 성장세 둔화로 인력 재배치에 희망퇴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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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4-11-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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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는 정년이 보장된 회사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KT 직원은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임금피크 제도에 육아휴직 제도까지 모두 활용하고, 정년퇴직할 나이인 만 60세가 돼서는 계약직으로 2년간 더 근무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조직 개편을 빙자해 진행되는 구조조정이 KT 직원들에게 준 타격이 크다. 지난주 열린 사내 행사에서 한 간부가 ‘앞으로 우리는 종신 관계가 아니라 계약 관계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간부가 웃으며 얘기했지만 말에 뼈가 있다고 느꼈다. ‘앞으로는 정년이 보장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앞으로 KT는 예전 KT와 다를 것이다’라는 속뜻을 확실히 느꼈다.”

    KT, 전 직원의 30% 대상 인력 조정

    10월 10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영섭 KT 대표가 KT의 AI(인공지능)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KT 제공]

    10월 10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영섭 KT 대표가 KT의 AI(인공지능)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KT 제공]

    KT 직원 김모 씨가 10월 중순부터 본격화된 KT의 조직 개편에 대해 털어놓은 말이다. 김 씨는 이번 조직 개편 대상자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고용 안정성을 우려하고 있었다. 10월 28일 기자와 통화에서 김 씨는 “내가 속한 부서도 언제 자회사로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며 “지금은 회선, 전화기, 인터넷 관련 업무를 하고 있지만 회사를 오래 다니려면 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술과 관련된 업무를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KT, SK텔레콤, LG U+)가 인공지능(AI) 회사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주 먹거리였던 통신 분야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KT는 10월 21일부터 자회사 전출 및 특별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KT의 인력 재배치 계획 초안에 따르면 인력 조정 대상은 전체 직원(6월 말 기준 1만8617명)의 30%인 5700여 명에 달한다. KT 본사에서 선로 통신시설 설계 및 시공 업무를 맡았던 4400명 중 3400명을 자회사 KT OSP(가칭)로, 전화국사 내 전원 시설 설계 등을 담당했던 420명 중 380명을 자회사 KT P&M(가칭)으로 내보낸다는 게 주요 골자다. 본사 고객상담 관리 인력 170명은 기존 계열사인 KTis나 KTcs로 보내고, 760명이 맡고 있는 본사 상권영업 업무를 폐지하는 계획도 초안에 담겼다. 실제로 10월 15일 KT는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KT OSP와 KT P&M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노조 반발에 10월 17일 KT 노사는 자회사 전출 목표치를 따로 정하지 않는 내용의 최종안에 합의했다.

    LG U+와 SK텔레콤도 일찌감치 인력 재배치를 통해 AI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다. LG U+는 5월 오프라인 영업직군 내 인력 재배치를 완료했다. 130여 개 수준이던 소매직영점을 최대 25% 없애고 대형 유통점 직원 500여 명을 소매직영점으로 이동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100여 명은 사측이 제공하는 수천만 원 규모의 창업 지원금을 받고 퇴직했다. SK텔레콤은 9월 사내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 가입 직원에게 지급하던 격려금 규모를 기존 5000만 원에서 3억 원까지 늘렸다.

    이동통신사 직원들은 “통신사가 희망퇴직 무풍지대 ‘꿀보직’이라는 인식은 옛말”이라고 말했다. KT 직원 김 씨는 “통신 부문에서는 경쟁자가 2개뿐이고 통신사업은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경기를 타지도 않기 때문에 수년 전 KT에 입사했을 때는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느꼈다”면서 “지금은 사내 교육을 많이 받아 좋은 부서로 이동하거나, 이직을 위해 자기개발을 하고 자기소개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통신+AI’ 시장,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 43.1%

    이동통신사들이 AI로 눈을 돌리는 것은 회사 영업이익 성장세가 둔화하는 한편, AI 시장 성장성은 높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4800억 원이다. 지지난해 영업이익(4조3834억 원)에서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이 새 먹거리로 택한 AI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43.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3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통신 사업과 결합한 AI 시장 규모는 2024년
    33억4000만 달러(약 4조6000억 원)에서 2032년 587억4000만 달러(약 81조1700억 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안현철 국민대 경영정보학부 교수는 AI와 결합한 통신사업 수익성에 대해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통신 시장 포화와 수익 한계에 대응하고자 ‘탈통신’을 추진하고 있는데, AI는 통신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커 가장 핵심적인 탈통신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통신사는 이미 AI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나섰다. KT는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향후 5년 동안 AI 사업에 총 2조4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KT와 MS는 또 내년 1분기에 AI·클라우드 분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AX(AI 전환) 전문기업’을 설립한다. LG U+는 2028년까지 AI 데이터센터에 1조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운 상태다. SK텔레콤은 7월 미국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기업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에 2억 달러(약 2760억 원)를 투자했다.

    안현철 교수는 이동통신사의 AI 전략에 대해 “지금은 AI 원천기술 개발과 관련된 과학자들이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받는 AI 시대”라며 “그 어떤 산업보다도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이끄는 대형 통신사들이 빠르게 AI로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도입·확산하는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나 구조조정 문제, 보안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AI 혁신을 적극 수용하는 것이 사회 발전을 위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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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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