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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큐멘터리 작가 로라 포이트러스는 2013년 6월 스노든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홍콩에서 그를 처음 만난 영화인이다. 2015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을 받은 ‘시티즌포’는 그 만남에서 시작된다. NSA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남자가 미국이 아닌 저 멀리 홍콩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포이트러스의 감정은 어땠을까. 포이트러스는 그 느낌 그대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자신이나 내부고발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공포,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독점 뉴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직업적 흥분, 그리고 이 모든 시도가 아무런 반향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까지 고스란히 필름에 기록돼 있다. 포이트러스는 마치 한 편의 스릴러를 찍듯 다큐멘터리를 구성했다.
스노든은 처음에는 포이트러스와 탐사 전문기자 글렌 그린월드, 이 2명을 홍콩에서 만났다. 스노든은 곧바로 엄청난 뉴스를 쏟아냈는데,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기사화하느냐였다. 어떤 매체가 이런 ‘위험한 사실’을 주저 없이 보도할 수 있을까. 세 사람은 영국 ‘가디언’의 탐사 전문기자 이언 맥스킬을 합류시킨다. 가디언은 2010년 줄리언 어산지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 국무부 비밀자료를 폭로했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이 홍콩 호텔 방에서 비밀리에 보도를 준비하고 있을 때, 창밖의 더없이 맑은 하늘도 왠지 불안해 보일 정도로 화면엔 긴장이 넘친다. 스릴러영화에서 자주 봤던 것처럼, 갑자기 원인 모를 폭력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다. 마침내 뉴스가 보도되기 시작했다(두 기자는 이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는다). 세상은 술렁거렸다.
포이트러스가 문제 삼는 것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국가 권력의 남용이다. 오웰이 풍자한 대로 전체주의국가는 감시의 억압 탓에 디스토피아로 변해가는데, 이제 자유세계도 그런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모든 걸 감시당하는 시민이 순응주의자로 변해가는 ‘1984’의 허구 속 공포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시티즌포’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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