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소피 무터. 그녀가 비발디의 사계(四季)로 돌아왔다. 뒤에 붙은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은 변함없는 자신의 활솜씨를 확인하는 보너스다. 노르웨이의 트론헤임 솔로이스츠 협연(도이체 그라모폰). 그녀에게 사계 녹음은 80년대 초반의 카라얀-빈필 협연(EMI)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당시 연주가 카라얀의 카리스마에 눌려 ‘신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이번 연주는 한껏 물오른 대가(大家)의 명품이다. 미술가 고트하르트 그라우프너의 다채로운 원색 톤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그녀의 연주는 때때로 화려하다 못해 야성적이다. 특히 여름 3악장의 연주는 마치 폭풍우를 불러올 것만 같은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나긋나긋한 곡선미가 다소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그녀의 화사한 외모보다 더욱 매력적인 연주다.
주간동아 210호 (p98~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