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가는 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까닭이 꼭 비경(秘境)을 보고 사연을 듣기 위해서만은 아닐 터. 길은 그 자체가 사색의 공간이자 대화의 장이다. 혼자 길을 걸으며 인생을 되돌아보지 않는 이 없고 3인이 함께 걸으면 그중 반드시 배울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길의 한자어인 ‘道’는 지역의 경계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깊이 깨친 이치’를 뜻하기도 한다. 수천km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이 종교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주간동아’는 지난봄 서울의 숲길(736호)을 걸은 데 이어, 여름엔 강원의 숲길(745호)을 걸었다. 이젠 가을의 길이다. 산과 바다, 강, 들판, 마을이 어우러진 주옥같은 길이 우리를 기다린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그 길 위에서 인생이 영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