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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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 이대 앞 상인들 기대감 증폭

사드 해결 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맞을 채비… 대중국 무역 재개 움직임도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7-11-14 11: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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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빠짐없이 들렀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은 아직까지 한산했지만 향후 찾아올 중국인 관광객을 일찌감치 반기는 분위기다.[조영철 기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빠짐없이 들렀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은 아직까지 한산했지만 향후 찾아올 중국인 관광객을 일찌감치 반기는 분위기다.[조영철 기자]

    9개월가량 이어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보복조치로 국내 관광 및 유통업계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서울 명동과 이화여대 앞, 제주, 부산 등 유명 관광지에서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온 여행사, 면세점 등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더불어 한국에 기반을 두고 중국을 오가며 무역업을 해온 재한 중국인 일부도 사업을 접거나 한국을 떠났다. 

    세찬 풍파가 지나간 뒤 이들 업계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한국과 중국이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을 봉합하기로 합의하고 일주일 뒤인 11월 7일.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이던 명동과 재한 중국인 및 조선족이 밀집해 있는 서울 대림동을 찾아가봤다.

    “힘들어도 손님 늘어 바쁜 게 좋죠”

    명동 롯데백화점 건너편 입구부터 유네스코회관 앞까지 이어진 일명 유네스코 길에는 한 집 걸러 한 집이 국산 중저가 화장품 매장이다. 매장 앞에는 이어마이크를 낀 채 중국어, 일본어를 섞어가며 호객 행위를 하는 점원이 즐비했다. 이날도 점원들은 매장 앞에서 손님을 맞았지만 중국어나 일본어보다 한국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 화장품 매장은 대부분 손님이 없었다. 간혹 있더라도 두세 명이 전부였고, 이마저도 손에 든 물건은 대여섯 개 정도였다. 대로변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골목 안쪽 화장품 매장은 들어가기가 민망할 정도로 손님이 없는 곳이 많았다. 

    여행객이 즐겨 찾는 한 화장품 편집매장의 점원에게 사드 갈등 봉합 이후 중국인 손님이 늘었느냐고 묻자 “아직 사드 갈등이 풀렸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 손님이 들어와도 개별여행객이거나 가족 단위로 대여섯 명씩 들어오는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매출에 대해 묻자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와도 대부분 많이 사지 않고 필요한 것만 구매해가는 편이다. 예전처럼 트렁크에 몇백만 원어치를 담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화장품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점원은 “명동 화장품 매장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장사가 잘 안 됐다”며 지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사드 갈등 봉합에 대해 그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와야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지금처럼 손님이 없는 것보다 좀 피곤해도 손님이 많은 편이 덜 불안하다”고 말했다. 



    명동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 관광객의 안내를 돕는 관광통역안내사들은 중국어보다 다른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한 안내사는 “최근까지 중국인 관광객보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인 단체관광객이 더 많았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관광객은 대부분 홍콩이나 대만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한중 정부 발표로 양국관계가 개선되면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 사드 갈등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인의 필수 여행코스였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도 아직까지 썰렁한 분위기였다. 저가 화장품 매장에는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고 한국 손님만 몇몇 있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타고 온 대형버스들로 몸살을 앓던 신촌역 공영주차장에는 홍콩, 대만인 관광객을 실어온 관광버스 3대만 주차돼 있었다. 인근 옷가게 점원은 “사드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지만 관광객이 금방 늘지는 않을 것 같다. 2~3개월 뒤 예전처럼 관광객이 늘면 한동안 죽었던 상권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에 한중 양국 정부가 발표한 협의문에는 한국 방문을 금지하는 금한령을 해제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이 없다. 그러나 11월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돼 벌써부터 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여행업계는 늦어도 한 달 뒤에는 금한령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씨트립’ ‘알리트립’ 등 중국의 대표 여행사들은 한국 단체여행 상품 판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씨트립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해외여행 상품란에 한국 관련 단체여행 상품이 검색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 제주로 가는 항공권은 검색과 예매가 가능한 상황으로,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변화 기대하는 대림동 조선족 사회

    한국과 중국 정부가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일주일 뒤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여행코스인 서울 명동 일대 매장들은 전반적으로 기대감을 내비쳤다.[조영철 기자]

    한국과 중국 정부가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일주일 뒤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여행코스인 서울 명동 일대 매장들은 전반적으로 기대감을 내비쳤다.[조영철 기자]

    재한 중국인, 조선족도 사드 갈등 봉합을 반기는 분위기다. 11월 7일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서울지하철 2·7호선 대림역 인근 거리를 찾았다. 중국어 간판이 어지럽게 걸린 이곳에서 일하는 중국인은 대부분 다가올 변화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직원은 “그동안 사드 때문에 거래가 전혀 안 됐다. 중국에서 일하러 온 조선족이 단기임차를 많이 하는데, 올해는 임차 건수가 확실히 줄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매물을 팔고 중국으로 돌아간 중국인도 있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변화는 없지만 예전처럼 중국에서 사람이 많이 건너와 다시 거래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근 한 음식점의 조선족 점원은 불안감이 해소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사드 문제 때문에 중국에 갈 때도 긴장해야 했다. 아는 사람의 친척이 한족인데, 지난여름 중국에 갔다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한국에 가족이 있다고 해도 보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의 출입국 심사가 굉장히 까다로웠다. 이제 사드 갈등도 끝났으니 그런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며 안도감을 드러냈다. 

    일부는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했다. 한 편의점 직원은 “여기는 건설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가 상당수 거주하는 곳인데, 겨울이면 한국에서도 일감이 줄어 통상 중국으로 많이 들어간다. 지금이 딱 그 시기라 중국인이 없는 편이다. 사드 갈등이 해결됐다고 해도 예전처럼 인부가 늘어나려면 내년 봄은 돼야 할 것이다. 아직 사드 갈등이 봉합된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선족 가운데는 대중국 무역업에 종사하던 이도 많다. 이들은 주로 한국 화장품이나 식료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해 컨테이너로 옮긴 뒤 중국 인맥을 동원해 중국에서 물건들을 판매했다. 그런데 사드 갈등이 불거진 이후 중국 세관이 이들을 철저히 검사하면서 관행상 봐주던 부분까지 잡아냈다. 서류 미비를 이유로 통관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무역업에서 손을 뗀 이도 상당수다. 

    이에 대해 김용선 한중무역협회 회장은 “사드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업체를 청산하고 업종 전환을 한 사람이 꽤 있다. 지금 계속 무역업을 하는 사람은 대륙 수출보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으로 판로를 변경해 살아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갈등 봉합 이후 사업 재개와 관련해서는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해온 부분이라 요즘 만나면 이야기 주제가 그쪽으로 모아진다. 안보도 중요하지만 다들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나. 한국 중소기업 제품은 중국에서도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우리 같은 무역상이 가서 판로를 개척해 팔지 않으면 그만큼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간다. 한국 정부가 이런 부분을 끝까지 원활하게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 쪽에서도 벌써부터 접촉이 들어오는 분위기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조선족 A씨는 “한중 협의문 발표가 나오자마자 판매 중개상들이 중국으로 들어갔는데, 아는 사람만 3명가량 된다. 중국 내 화장품 판매상이 기다렸다는 듯 주문을 한 모양”이라고 전했다. 또 경제뿐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도 갈증이 컸던 만큼 사드 갈등 봉합 이후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씨는 “며칠 전 중국에서 콘서트 기획과 연예인 매니지먼트를 오랫동안 담당해온 중국인 사업가를 만났는데 중국 문화계 인사들은 한국에 원한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국 젊은 층은 한국 연예인에 관심이 많으니 앞으로 사드 갈등 이전처럼 될 것으로 보더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 특수상권 매출 상승 기대

    중국인, 조선족 등이 거주하는 서울지하철 2·7호선 대림역 인근 상인들은 양국 간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를 당부했다.[조영철 기자]

    중국인, 조선족 등이 거주하는 서울지하철 2·7호선 대림역 인근 상인들은 양국 간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를 당부했다.[조영철 기자]

    그동안 매출이 급감했던 화장품업계는 한중관계 회복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최악의 부진을 겪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조만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증하면 면세점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중국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 ‘더 히스토리 오브 후’ 등 대표 상품의 중국 내 판매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석현주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대리는 “중국 현지에서 럭셔리 라인의 매출이 둔화되긴 했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 다만 국내 면세점 등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매장은 실적이 부진했는데 이번 협의문 발표로 사드 갈등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도 대중국 판매가 호조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3~4년 새 중국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경쟁이 과열됐는데, 사드 보복조치 여파로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중국시장 진출을 앞뒀던 토니모리는 자회사 메가코스를 통해 삼사분기까지 중국 저장성 지역에 제조공장을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투자 규모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완공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업계는 사드 보복조치 여파로 중국 당국이 준공 절차, 위생 허가 등을 꼬투리 잡은 탓에 공장 준공이 내후년까지 연기될 것으로 우려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저장성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드 갈등이 해소됐다고 준공 일정이 앞당겨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과 관련해서는 “다행히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았다. 유럽, 미주 쪽에서도 마케팅을 해왔기 때문에 사드 문제나 금한령에 따른 전체적인 매출 타격은 거의 없다. 그러나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명동 등 특수상권의 경우 매출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관광객이 언제부터 몰려들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특수상권 매출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면세점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롯데면세점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활동을 시작했고, 그동안 단절됐던 현지 여행사와 접촉을 시작했다. 신라면세점도 인터넷면세점 중국몰을 통해 중국 신용카드인 은련카드로 결제 시 전용 적립금을 증정하고, 간편결제인 알리페이로 결제할 경우 구매 금액별로 선불카드를 지급한다. 신세계면세점도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재개하고자 중국 항공사, 신용카드사 등과 협의 중이다. 

    백화점업계는 중국 여행사, 금융업체들과 제휴 서비스를 재개했다. 롯데백화점은 씨트립에서 한국 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중국인 고객에게 롯데백화점 VIP라운지 무료이용권을 증정하고 구매 금액대별 상품권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은련카드로 구매하는 고객에게 5% 할인혜택을, 신세계백화점은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 팔로어를 대상으로 5%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역직구족을 겨냥한 온라인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를 앞두고 관련 업계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광군제의 광군은 ‘빛나는 막대기’라는 뜻으로 싱글을 의미하는데, 1년 중 숫자 1이 가장 많은 날 독신자를 기념하고자 생겨났다. 중국 온라인몰에서 이날을 전후로 대대적인 쇼핑 행사를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광군제 당일에만 21조 원어치 물건이 팔려 나갔다. SK플래닛 11번가는 해외 고객을 상대로 한 온라인몰 ‘글로벌 11번가’에서 화장품, 패션 등 분야별로 11일까지 최대 반값 할인 행사를 벌였다. G마켓 ‘글로벌샵’은 12일까지 100여 개의 깜짝 할인상품을 판매하고, 배송비 할인행사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3월부터 9개월가량 계속된 중국의 사드 배치 관련 보복조치는 끝났지만 사드 갈등 이전 수준으로 경제·문화 등 관련 경기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영 NH증권 연구위원은 “일단 전반적으로 내수 경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전면 허용한 것은 아니라 지켜봐야 한다. 업계는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 매출도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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