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그림, 정물화가 난 좋다
“그림 참 잘 그렸다!”미술전시장에 가면 관람객들 사이에서 가끔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 말은 십중팔구 현실의 대상을 사진처럼 똑같이 그렸다는 뜻이다. ‘잘 그렸다’는 말 뒤에는 ‘진짜 사과 같다’, ‘진짜처럼 먹음직스럽다’는 칭…
200402052004년 01월 30일만났다! 한·중 거장의 삶과 예술
때로 천재의 고독은 세상이 그를 알아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의 인간적 삶이 삭제된 채 천재로서만 세상에 알려지는 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지금 국립현대미술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우성, 리커란전’에 참여한 한국과 중국의 거…
200401222004년 01월 16일다른 여자들 삶 엿보기 ‘재미 쏠쏠’
어두운 부엌에 한 여인이 앉아 있다. 밭은기침을 내뱉으며 낡은 상자를 뒤적인다. 구식 카메라가 나오고, 아프리카 어딘가를 찍은 듯한 사진들이 보인다. 상자 바닥에서 빛바랜 메모를 발견하자 얼굴에 옅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부엌은 한없…
200401152004년 01월 08일연극 보면서 ‘과학’이랑 놀자!
”휙, 휙! 나는 이 우주에서 제일 빠른 빛, 비출래다.”“똑딱똑딱! 나는 모든 사람들을 지배하는 시간, 초초다.”그래서 주책 맞은 아인슈타인 할아버지는 장난꾸러기 빛과 시간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킨다. 아하! 어린이 과학연극 ‘…
200401012003년 12월 26일스크린 속 꿈의 차 현실로 외출
올해는 유달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속의 자동차들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한 해였다.영화 속에 등장한 자동차들이 세계적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눈에 띌 만큼 잘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동차 회사들이 보다 많은 영화 관객을…
200312252003년 12월 19일민중미술의 발자취 ‘한눈에’
‘1989년 8월17일 아침 6시경 낯선 사람들이 그의 집에 들이닥쳤다. 낯선 사람들은 ‘모내기’와 판화와 소품 몇 점을 압수하고 그를 데리고 어디론가 갔다.’(‘겹눈을 가진 화가-신학철의 무장된 시선’, 황지우와의 대담 중)농촌의…
200312112003년 12월 04일이 가을 ‘原音의 순결’로 시간여행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바흐 인벤션이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치게 된다. 그런데 모차르트가 살던 1700년대에 ‘피아노’라는 악기가 있었을까? 당시만 해도 피아노는 일반인에게 낯선 악기였다. 대부분의 건반 음악은 쳄…
200209262003년 12월 02일전통에 재미 보태 ‘어깨춤 절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말은 때로 듣는 이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 것’이라면 그것이 촌스럽거나 심지어 고루할지라도 ‘좋은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한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국악계는 지금…
200312042003년 11월 27일미술에서 헝그리 정신을 찾아라
1970년대, 시그널 송도 선명하게 ‘빰∼빠라빰빠라빰빠라 빰빰’으로 시작되던 ‘타이틀매치’전이 TV를 통해 전국의 안방으로 중계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개발독재의 프로파간다(선전운동)이긴 했으되, 가난한 사람들에게 ‘헝그리 정신…
200311272003년 11월 20일오지서 만난 ‘데릴사위’와 빅 마마
전 세계 563개 민족 중 여성을 중심으로 한 모계사회를 이룬 민족이 84개에 이른다고 한다. 아직도 호주제가 남아 있는 우리 사회의 상식을 뛰어넘는 많은 숫자다. 그러나 이제 모계사회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이 서양과 기독교의…
200311202003년 11월 13일원초적 몸짓 ‘인간의 절망’ 말하다
무용가 박호빈(36)은 흔치 않은 30대 남자무용가, 그것도 ‘전업’ 무용가다. 그의 직함은 ‘댄스컴퍼니 조박 대표’다. 국내에서 대학 강의나 학원 경영 등 다른 방법으로 생계를 꾸리지 않고 오로지 무용만 하는 남자무용가는 한 손에…
200311132003년 11월 07일‘첼로’ 든 음악 순례자의 가을 독백
4세 때 첼로를 배우기 시작해 5세 때 첫 연주회 개최, 7세 때 케네디센터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와 협연, 15세 때 고등학교 졸업, 17세 때 하버드대 입학, 26세 때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녹음, 그…
200311062003년 10월 30일질곡의 삶을 사는 ‘여성 자화상’
‘페미니즘’이란 말만 들어도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비뚜름한 눈으로 경계심을 갖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페미니즘이란 말이 일반화된 1980년대 중반 이후 ‘나는 페미니즘 작가’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도발’로서…
200310302003년 10월 23일“모험 없는 예술은 발전 못한다”
피아니스트 백건우(57)는 느리고 어눌하게 말한다. 말하기 전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먼저 생각해보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대신 그 말들에서 버릴 말은 없다. 깊어가는 가을에 백건우가 음반과 공연 두 가지 기쁜 소식을 들고 한…
200310232003년 10월 16일숲속에 메아리친 ‘추억의 노래’
징검다리 연휴 첫날인 10월3일 저녁, 갑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가 무척이나 시리게 느껴졌다. 산속 한가운데 들어앉다시피 한 경기 양평 용문산 야외공연장의 저녁은 도시에서보다 더 추웠다. 쌀랑한 바람에 코끝이 절로 시려올 정도…
200310162003년 10월 09일토실토실 뮤지컬 관객들이 ‘콕’
“토월극장은 맨 앞에 앉아도 괜찮아. 그런데 팝콘하우스는 앞자리에 앉으면 무대 전체가 눈에 잘 안 들어오더라. 차라리 뒤에서 서너 번째 정도 자리가 공연에 집중하기에는 더 좋은 것 같아.”9월26일 저녁 정동의 뮤지컬 전용 극장인 …
200310092003년 10월 01일‘현실과 꿈’ 캔버스 대충돌
벌써 15여년 전부터 이동기의 회화작품은 젊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1980년대 말과 90년대, 그리고 21세기 벽두로 이어지는 한국 최현대사에서 새로움에 대한 강박 속에 명멸하는 수많은 이미지들 사이에…
200310022003년 09월 25일‘초대형 야외무대’ 도전인가 도박인가
태풍 ‘매미’에 오페라 ‘아이다’ 제작진은 수재민 못지않게 가슴을 졸였을 게 분명하다. 9월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야외 오페라 ‘아이다’ 때문이다. ‘아이다’ 사무국은 비가 올 것에 대비해 25일…
200309252003년 09월 18일못다 한 삶, 활짝 핀 예술세계
예술가의 요절은, 아무리 관객이 냉정해지려 해도, 작품의 결에 미묘하고 심오한 의미를 불어넣는다. 요절한 예술가는 대개 그가 남겨놓았을 작업 중 한 시기만을 보여주고 가기에, 작품들은 순결한 빛까지 띤다. 요절한 예술가는 말을 통해…
200309112003년 09월 04일자유로운 영혼 고독을 끌어안다
”아니, 웬 그림들이 이렇게 조막만 하지?” 덕수궁 근대미술관(11월9일까지)에서 열리는 전시를 둘러보는데 이런 말이 들려온다. 아닌 게 아니라 전시장에는 거의 두어 뼘 크기의 작품들만 올망졸망 진열돼 있다. ‘네덜란드의 황금시대가…
200309042003년 08월 28일